'쌤스타그램'에 뜬 우리 애 사진을 어이할꼬?

입력 2018. 4. 2. 05:16 수정 2018. 4. 2. 12: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이달 초 어린이집에 둘째 아이를 보내게 된 이호영(38)씨는 아이 담임 선생님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서 흥겹게 춤을 추는 아이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보게 됐다.

어린이집이나 학교 선생님들이 부모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아이들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올리는 일이 생겨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집·유치원·초등교 선생님
누구나 볼수있게 사진·영상 공개
부모들 댓글·범죄 등 꺼림칙해도
"관계 나빠질라" 삭제 요청 어려워

교사도 부모가 올린 사진에 곤란
"제한된 커뮤니티 등서만 공유"

[한겨레]

이달 초 어린이집에 둘째 아이를 보내게 된 이호영(38)씨는 아이 담임 선생님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서 흥겹게 춤을 추는 아이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보게 됐다. 평소 얌전한 아이가 어린이집에 잘 적응을 한 것 같아 기뻤지만, 이씨는 곧 고민에 빠졌다. ‘동영상을 본 누군가가 아이를 보고 해코지를 하진 않을까’라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꺼림칙한 마음이 들어 ‘아이 동영상을 내려달라’고 말하고 싶은데, 상대가 아이를 맡은 선생님이다 보니 관계가 불편해질까 싶어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새 학기를 맞은 학부모들이 ‘선생님의 인스타그램’을 뜻하는 이른바 ‘쌤스타그램’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어린이집이나 학교 선생님들이 부모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아이들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올리는 일이 생겨서다. 1일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를 달아 ‘쌤스타그램’을 검색하면 10만건에 가까운 사진이 나온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교사가 올린 학생 사진으로 주로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인 경우가 많다.

문제는 최근 학부모들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도 아이 사진을 ‘전체 공개’로 올리는 걸 꺼리는 분위기라는 점이다. 불특정 다수가 아이 얼굴을 볼 수 있어 유괴 또는 악성 댓글 등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실제 2014년 5월 어린이집 누리집 등에 올라온 아이 사진을 무작위로 수집해 성적 대상화하는 댓글을 다는 한 인터넷 카페가 발견돼 누리꾼들이 포털에 카페 폐쇄를 요구하고, 어린이집들이 카페 운영자를 고발한 사건도 있었다.

그러나 부모 동의를 구하지 않은 ‘쌤스타그램’을 막을 방법은 마땅치 않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교육부 등은 “개인정보보호법을 기준으로 관련 내용을 안내하고 있지만, 교사 개인이 부모 동의를 구하지 않고 아이 사진을 올렸을 경우에 징계 등 처분할 근거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쌤스타그램’의 반대 상황 때문에 곤란을 겪는 교사들도 있다. 학생이나 학부모가 본인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선생님과 함께 사진을 올리는 경우다. 초등학교 교사 안아무개(31)씨는 “담임을 맡았던 아이와 함께 찍은 사진을 한 학부모가 올렸는데, 내 외모를 품평하는 듯한 댓글들이 달려 불쾌했다”며 “이야기를 꺼내려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저 선생님 유별나다’는 소문이 돌 것 같아 말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차윤호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개인정보침해조사팀장은 “교사가 교육활동의 목적 등으로 학생 사진을 수집·이용하는 경우는 개인정보보호법의 예외 규정에 해당되지만,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전체 공개 설정으로 사진을 올리는 것을 자제하고, 필요할 경우 학생과 교사들만 참여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에서 사진을 공유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사람과 동물을 잇다 : 애니멀피플][카카오톡]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