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따위 정치는 끝났다"

서어리 기자 2018. 4. 6. 08:3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토론회

[서어리 기자]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서 정봉주 전 의원으로까지 이어진 정치권 미투(#MeToo) 폭로가 가져다준 사회적 의미는 무엇일까.

5일 서울 종로구 서울NPO지원센터에서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주최로 '그따위 정치는 끝났다' 토론회가 열렸다.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 이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성차별적인, 혹은 성인지 감수성 부족을 드러내는 기존의 정치권력을 향해 토론회 제목대로 '그따위 정치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진보, '성폭력에 좌우 없다'는 말에 모멸감 느껴야"

과거 노무현 정권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하며 정치를 경험했던 노혜경 시인은 발제를 통해 "성폭력은 정치"라고 규정했다. 노 시인은 미투 운동을 여성 정치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낼 방법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그는 "단순히 '성폭력 사건을 없애려고 여성 정치인 많이 생겨야 한다'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 생활 현장에 어떻게 여성 정치를 심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며 "미투로 끓어오른 여성의 마음을 4년 안으로 여성 대표를 곳곳에 파견하고 그 대표에게 우리 여성들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게끔 하는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혜진 문화연구자는 진보 진영 내의 일군의 세력이 성적 지배를 묵인함으로써 '진보'라는 언어 자체가 오염됐다고 봤다. 따라서 '미투'는 성정치의 관점에서 '진보'의 의미를 재구성하는 기획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왜 홍준표가 아니라 우리를 저격하는가'라는 진보 진영 내 물음에 대해 "외려 '진보'라면 '성폭력에는 좌우도 없다'는 명제에 모멸감을 느끼며, '성폭력'을 둘러싼 여성대중의 정치적 의지를 '진보' 진영의 어젠다로 급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과거 정봉주 전 의원 수감 당시 불거진 '석방 촉구 비키니 시위' 논란에 대해 "'좌파-리버럴'의 젠더가 '이성애자 남성'이라는 점, 그것이 지닌 정치적 상상의 임계를 명확히 보여줬다는 점에서 결정적 사건"이라고 지적하며, "그 '비키니시위론'을 펼친 당사자가 지금의 '미투 정국'에서 예의 그 '공작예언설'을 펼친 장본인이라는 점도 우연이 아닌 이상,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봉주가 보여준 '동원의 정치', 우리를 대의할 수 있을까?"

전홍기혜 프레시안 기자는 앞서 오혜진 문화연구자가 한 문제제기의 연장선상에서 '정봉주 전 의원 성추행 사건' 논란을 분석했다.

그는 "'민병두 사건'과 달리 '정봉주 사건'이 논란이 된 것은 가해자가 어떤 태도를 취했는가의 차이 때문"이라며 "결과적으로 정 전 의원은 자신의 팬덤과 '나는꼼수다' 멤버들을 통한 여론몰이를 동원해 거짓 해명을 함으로써 진흙탕 싸움을 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정 전 의원과 같은 '나꼼수' 출신 김어준 씨가 진행하는 SBS 프로그램에서 정 전 의원 측이 내세운 증거 사진을 공개한 데 대해 "공적 권력 SBS는 왜 그들이 사적 권력을 이용하는 것을 통제하지 못했나. 언론 또한 동원된 대중에 무릎을 꿇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 전 의원과 지지자들의 관계는 한마디로 '동원의 정치'라고 생각한다"며 "지지자들이 보인 행태가 비합리적이고 폭력적이라는 측면에서 '태극기부대'와 무엇이 다른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왜 높은 정치의식은 왜 진영 밖에서만 유효한가"라며 "여태까지 '진보'라는 이름으로 MB와 박근혜에 대항한 긍정적인 힘으로 이야기되던 부분들, 그런 정치가 자신과 여성들을 대의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질문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존하는 권력의 성폭력에 대해선 왜 말할 수 없나?"

안희정 전 지사 사건 대책위원회를 맡고 있는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현존하는 권력의 성 범죄에 대해선 왜 말할 수 없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안희정 전 지사 피해자들은 안희정 세계에서는 성희롱이라고 언어화할 수 없었던 행위들을 이제야 다른 언어로 부를 수 있게 됐다"며 "안희정의 피해자가 자신의 상사에게 피해 사실을 말했다면, 그 상사는 과연 가해자를 고발할 수 있었을까. 그런 선택을 하는 사람이 '안희정의 세계' 안에 있었을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어준 씨가 제기한 '공작설'을 언급하며 "김어준은 정봉주 등과 함께 MB의 범죄 사실을 10년 추적하며 정치인의 범죄를 추적하는 게 힘들다는 것을 알렸다"며 "그것에 견줘, 현존하는 권력의 성폭력에 대해서는 왜 말할 수 없고 연대할 수 없나. 왜 반대로 공작을 이야기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어 "제가 라디오 방송에서 김어준 발언에 대해 '피해자의 입을 막고 진실의 가치를 절하시킬 것'이라고 했더니, '누구든 문재인 정부를 흔들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댓글이 달렸다"며 "'이니 하고 싶은 것 다 해' 식의 승인은, '우리 준표 하고 싶은 것 다 해', '우리 철수 하고 싶은 것 다 해' 또한 가능하게 한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밝혔다.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문재인 정부와 젠더 정치를 면밀히 살펴봤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 출범 당시 발족한 국정자문위원회에 젠더연구자가 한 명도 없었다. 그 다음 터진 게 '탁현민 사건'이었는데, 여가부 장관의 ('탁현민 경질') 말을 인사권 개입이라고 했다"면서, "공약이었던 성평등위원회도 위태롭고, 그 다음은 개헌안 논란, 그리고 미투가 이어졌다. 지금 정권에서 이 흐름이 굉장히 일관성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투가 사회를 흔드는 와중에 '음모론'이 나왔는데, 저는 그런 상황에서 정봉주 사건이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 싸움에서 후퇴하면 미투의 본질이 흐려진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도 싱겁게 끝났다"고 했다.

그는 "현재 정치 영역에서 '386'을 대표하는 남성 정치인이 과다대표되고 있고 여성의 존재는 없는데, 미투 정국 이후 선거 과정에서 여성이 참여하는 과정 등 변화된 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어리 기자 (naeori@pressian.com)

▶독자가 프레시안을 지킵니다 [프레시안 조합원 가입하기]

[프레시안 페이스북][프레시안 모바일 웹]

Copyright © 프레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