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주말 쓰레기 대란..처치곤란 '스티로폼' 없애는 4가지 방법

김종학 입력 2018.04.06. 09:00 수정 2018.04.06. 09:15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한국경제TV 김종학 기자]
요즘 아파트 단지마다 비닐과 스티로폼 수거 때문에 혼란이 커지고 있다. 곧 주말이 되면 또 한 번 대란이 벌어질 태세다. 전 세계에서 해마다 1,750만 톤의 스티로폼과, 1조 개의 비닐봉지가 소비된다. 처치 곤란이 돼 버린 비닐과 스티로폼, 없앨 방법은 없을까? 스티로폼 대체재에 대한 과학적 연구로 상용화 단계에 진입한 4가지 해결법을 알아봤다.

◇ 이케아가 사용하는 ‘버섯’스티로폼

세계적인 조립식 가구업체 이케아는 이미 폴리스티렌 재질의 스티로폼 포장재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케아, 델 컴퓨터가 포장에 쓰는 건 다름 아닌 ‘버섯’ 스티로폼.

지금까지 흔히 알고 있는 스티로폼은 플라스틱 알갱이를 가스로 부풀려 만든다. 그런데 버섯포자로 똑같은 형태와 기능의 스티로폼을 만들 수 있다. 원료부터 만드는 과정에 기름 한 방울 들어가지 않는다.

쌀겨, 메밀껍질 등을 갈아 완충재 형태를 갖춘 성형틀에 물과 함께 넣고 여기에 버섯포자를 배양하면 그만이다. 적어도 5일, 길게는 2주 정도 숙성시키면 버섯포자가 곡물 껍질사이에 수없이 많은 미세 섬유조직을 만들어 가볍고 튼튼한 완충재로 재탄생한다. 재활용 걱정은 할 필요도 없다. 땅에 그냥 버리면 자연 상태로 분해되기 때문에 퇴비로 써도 그만이다.

이 ‘버섯 스티로폼’을 ‘기르는’ 사람들은 누굴까? 미국 뉴욕주 트로이에 위치한 에코버티브 디자인(Ecovative Design)의 최고경영자이자 ‘버섯 농사꾼’인 에븐 베이어(Eben Bayer), 가빈 매킨티어(Gavin McIntyre)가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2007년 렌슬레어 대학(Rensselaer Polytechnic Institute)에서 프로젝트 버섯균으로 배양한 스티로폼 ‘그린슐레이트’를 처음 선보였고, 이후 완충재 상품 유형을 늘려가며 3M, 실드에어 등과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

(버섯으로 만든 스티로폼 대체제, 원하는 형태로 가공할 수 있고 가벼운데다 화재에도 잘 견딘다. / 출처:Ecovative.com, TED)

◇ ‘양 한 마리’면 포장 비닐도 필요 없어!

양털로 만든 완충재도 있다. 부드러운 양털의 온도 유지 기능과 습도 조절에 착안한 섬유 ‘울쿨’을 사용했다. 양털은 양 한 마리에 20~30킬로그램 가량 나오는데, 농가에서 매년 한 번씩 깎아줘야하는 최상의 천연재료다. 이를 섬유로 만든 포장재는 스티로폼보다 가볍고, 고기, 신선한 생선, 치즈, 과일을 3일 이내, 영상 5도 이하의 안정된 온도로 배송할 수 있다. 냉동식품을 스티로폼으로 배송할 때 쓰는 보냉재, 아이스팩도 필요없다. 또 양털 섬유조직이 공기의 수분을 흡수해 최대 5일간 일정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어 의약품 포장에도 쓰인다.

‘양털’ 포장재 회사, ‘울 패키징’을 설립한 안젤라 모리스(Angela Morris)는 2002년 영국의 비영리 자연보호 단체인 '내셔널트러스트' 농부들에게 신선식품을 배달할 때 쓸 양털 포장을 처음 고안했다. 2008년부터 양모섬유 포장재 회사를 차려 영국 1위 유기농 생협인 아벨앤콜(Abel&Cole) 포장재를 전량 공급하고 있다.

양털을 가느다란 섬유로 만들어 가공한 포장재는 절연재나 인테리어 소품으로 다시 쓸 수 있고, 그대로 버려도 자연에서 썩는 과정에서 질산염을 방출해 건강한 토양을 유지하도록 해준다. 울쿨이 연간 생산한 포장재를 스티로폼으로 바꾸면, 매년 영국 올림픽 수영장 75개 규모의 매립지가 필요하다. 천연 포장재 하나로 막대한 환경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왔던 것이다.

(양모로 만든 특수 섬유 울쿨, 음식, 의약품 포장에 적합하고, 일반 스티로폼도 대체 가능하다. /출처:Woolcool.com, 인스타그램)

◇ 벌통에서 발견한 ‘특별한’ 애벌레

시작은 우연이었다. 주인공은 취미삼아 벌을 키워 꿀을 만들던 스페인 과학자 페디리카 베트로치니다. 베트로치니는 우연히 벌집의 밀랍을 먹는 해충을 발견해 비닐봉지에 담아 보관했는데, 다음날 멀쩡하던 비닐 곳곳에 구멍이 난 걸 발견했다. 애벌레가 비닐을 갉아먹어 구멍을 낸 것이다. 베트로치니가 발견한 비닐먹는 애벌레는 ‘꿀벌부채명나방’. 토종 꿀벌에겐 천적이지만 ‘친환경’ 애벌레로 주목받고 있다.

베트로치니를 포함한 스페인, 영국 연구자들은 이 문제의 나방 애벌레가 플라스틱 비닐을 실제로 소화하는지 연구하기 시작했다. 비닐 위에 올려둔 나방 애벌레는 시간당 평균 2개 정도 구멍을 냈고, 100마리의 애벌레를 담아두면 12시간 동안 92mg의 비닐을 없앨 수 있는 걸 확인했다. 이 애벌레는 폴리에틸렌 비닐을 그냥 먹어치우는 것만이 아니라 분자구조를 바꿔 알코올과 비슷한 성분으로 바꾸는 걸로 파악됐다.

◇ 스티로폼 먹어치우는 벌레 '밀웜'

플라스틱 원료로 만든 스티로폼도 애벌레 한 마리로 구멍을 낼 수 있다. 2015년 중국 베이항대학교와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는 공동으로 놀라운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갈색거저리라는 곤충의 애벌레 ‘밀웜’ 100마리가 34~39mg, 단추 크기 만한 스티로폼을 소화하는걸 밝혀냈다. 밀웜이 소화기관에 있는 슈퍼 박테리아로 폴리스티렌 성분을 분해해 유기물질로 바꿔주고, 나머지는 이산화탄소로 배출한다는 것이다.

2015년 시작된 연구는 현재 각국에서 상용화가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도 일부 농업벤처가 밀웜을 통한 스티로폼 분해 기술을 연구하고 있지만 대량 분해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지방정부가 나서 우리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 하이난성의 싼야과학기술연구소는 밀웜이 스티로폼만 분해하는 것이 아니라, 밭고랑을 덮고 있는 비닐도 솜뭉치처럼 바꿀 있다는 걸 확인했다. 중국 연구진은 한걸음 더 나가 밀웜에게 직접 플라스틱을 먹이는 대신 소화기관에 있는 박테리아 성분을 추출해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 하이난성 싼야과학기술연구소에서 밀웜을 이용해 스티로폼과 폐비닐 분해 실험을 하고 있다/출처:중국CCTV)

◇ 해법은 찾았지만..우리는 쓰지 못하는 이유

버섯 포장재, 양털 섬유, 심지어 비닐 성분을 분해하는 밀웜까지. 재활용도 난감한 비닐, 플라스틱 대체 방법들에 대한 연구는 이렇게 현재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왜 우리 주변엔 아직도 하얗고 덩치 큰 스티로폼 박스와 각양각색의 비닐봉지들이 그대로 쓰이는 걸까?

앞서 소개한 놀라운 발명품들은 일반 스티로폼 가격의 2배에서 3배에 달한다. 대형TV 크기만 한 스티로폼은 온라인에서 한 장에 2~3천원에 팔리지만 버섯 포장재는 그 절반 크기인데도 1만 7천 원, 모서리 완충재는 7천 원이 넘는다.

비닐 먹는 애벌레는 어떨까? 밀웜은 매우 저렴한 값에 100마리, 200마리씩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비닐 한 장 없애기도 쉽지 않다. 소화하는 속도가 너무 느려 실생활에 쓰이기 어렵다. 500마리를 풀어놔도 한 달 간 스티로폼 2그램 정도 밖에 처리하지 못한다.

집집마다 벌어진 재활용 대란과 플라스틱 처리 문제를 피하기엔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번 기회에 정부와 지자체가 학계와 벤처들이 진행 중인 스티로폼 대체제 연구를 본격적으로 지원하면 어떨까.

(재활용 수거 거부사태가 벌어진 뒤 한 아파트 쓰레기 수거장에 폐비닐 배출 안내문이 붙어있다./출처:한국경제DB)

김종학기자 jhkim@wowtv.co.kr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