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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소는 대기에서 온다'는 과학교과서, 다시 써야 한다

입력 2018.04.10. 11:46 수정 2018.04.10.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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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구팀 '사이언스'에 논문
생태계 질소 26% 암반서 유래 밝혀
질소의 공기기원 패러다임 수정돼야
질소의 이산화탄소 격리 기능 고려
암석 탄소흡수 잠재력 지도 필요해

[한겨레]

미국 그랜드캐니언의 퇴적암. 퇴적암층에는 아주 많은 질소가 포함돼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제공

질소(N) 원자는 1772년 영국 화학자 대니얼 러더퍼드가 처음 발견했다. ‘근대 화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랑스 화학자 앙투안 라부아지에는 질소가 산소와 달리 호흡과 관련이 없다며 ‘생명을 지속한다’는 뜻의 그리스어 ‘조티코스’(zotikos)에 부정을 뜻하는 접두사 ‘아’(a)를 붙여 ‘아조트’(azote)라고 불렀다. 오늘날의 질소 원소 이름(나이트로젠·nitrogen)은 프랑스 화학자 장 샤프탈이 질소가 초석(질산칼륨)의 주성분이라는 점에서 초석을 뜻하는 라틴어(nitrum)와 ‘생성한다’는 뜻인 그리스어(gennao)를 합성해 지었다. 대부분의 교과서에는 “질소는 대기에서 주로 발견되는데 그 양은 공기의 78%를 차지한다”고 돼 있다. 이 ‘질소의 공기 유래 패러다임’을 깨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데이비스캠퍼스 토양·대기·수자원학과의 벤 훌턴 연구팀은 생태계 질소의 26%는 지구 암반의 풍화 과정에서 생성되며 나머지만 대기중 공기에서 얻는다는 연구 결과를 <사이언스> 최근호에 보고했다. 연구팀은 “기후변화와 육상 탄소 격리의 중추적인 조절자 구실을 하는 질소는 대기에서 지표 생태계로 유입된다는 전통적인 견해와 달리 지구 암반도 대기와 쌍벽을 이루는 질소의 원천임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탄소 격리란 대기중에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토양의 탄산염 또는 유기물 등에 고정해 지하와 지상의 특정 공간에 저장하는 과정을 말한다.

연구팀은 지구의 질소 평형으로부터 도출한 증거, 지구화학적 모형, 연구팀이 만든 공간적 풍화모델 프로그램 등을 통해 연간 19~31테라그램(10의 12제곱g)의 질소가 지표 근처 암석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밝혔다. 이 질소의 약 11~18테라그램은 화학적 풍화에 의한 것으로, 이를 고려하면 육상 유래 질소의 비율은 8~26%까지 올라간다.

논문 공저자이자 연구팀장인 훌턴은 “이번 연구는 암반의 풍화가 토양과 생태계에 질소를 공급하는 중요한 원천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사실은 환경과학의 기초로 작용해온 오랜 패러다임에 반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암반 유래 질소는 숲이나 초지의 생장에 영양분으로 제공돼, 초목들이 기존에 생각해온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격리시킬 수 있도록 한다. 연구자들은 탄소흡수 잠재력을 기준으로 암석의 영양성분 분포도를 만드는 것이 환경보존 활동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훌턴은 “지질학은 어느 시스템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지, 아니면 흡수할 수 없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다. 지질학은 우리가 탄소 격리를 고려해 내리는 결정의 길잡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또 ‘사라진 질소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수십년 전부터 과학자들은 대기로부터의 유입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질소가 토양과 식물에 축적된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무엇을 놓쳤는지 꼭 집어낼 수 없었다. 논문 제1저자인 데이비스 캘리포니아주립대 대학원생 스콧 몰포드는 “우리는 ‘질소의 역설’이 문자 그대로 돌에 쓰여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바위에는 충분한 질소가 포함돼 있고, 또 충분히 빠른 속도로 흩어져 나옴(풍화)으로써 이 미스터리한 차이가 어디에서 발생하는지를 설명해준다”고 말했다.

훌턴과 몰포드는 선행연구에서 캘리포니아 북부에 있는 클래머스산에서 채취한 암석들을 분석했다. 그리고 바위와 주변 수목들이 많은 양의 질소를 함유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는 선행연구 결과를 토대로 지구의 완벽한 질소 비율을 분석해냈다. 또 지구 차원의 암석 질소 잠재력을 평가하는 모델을 개발했다.

미국국립과학재단(NSF) 환경생물학분과 부문장인 켄드라 맥러츨란은 “이번 연구 결과로 교과서를 다시 써야 한다. 연구팀의 발견은 식물들이 암석 유래 질소를 사용할 수 있다는 단서를 제공하는 동시에 질소의 절대적인 기원은 대기라는 패러다임을 깼다. 이 위대한 발견은 이 필수 영양소에 대한 연구의 신기원을 이룰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