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초등생 살해' 검사-변호인 설전에 재판부 호통 "법정서 품위 지켜라"

이소연 2018. 4. 1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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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재판을 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품위를 지켜달라” 

‘인천 초등생 살해’ 사건 공판에서 검사와 변호인 측의 설전에 재판부가 호통을 쳤다.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형사7부(부장판사 김대웅) 심리로 미성년자 약취·유인 후 살인 등의 혐의와 살인방조 등 혐의로 각각 구속기소 된 김모(18)양과 박모(20·여)씨에 대한 항소심 공판이 열렸다.

이날 박씨 측 변호인은 “검사가 피고인들의 트위터 트윗(대화 내용)과 DM(쪽지) 증거 자료를 일부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제 트위터 자료와 검사가 제출한 자료가 다르다”며 “삭제된 자료가 202쪽에 달한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꽃 사갈게’ ‘응 나중에’라는 DM이 검찰 제출 자료에서는 누락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 트위터 자료에는 ‘ㅋㅋㅋㅋㅋㅋㅋㅋ’라는 트윗이 없는데 검사가 제출한 자료에는 있다”며 “검사가 트위터 미국 본사의 자료를 텍스트 파일로 변환하면서 증거 원본에 손을 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8월19일 새벽에 파일이 수정됐다는 구체적인 시점도 나왔다. 변호인의 주장은 10여 분간 더 이어졌다. 

이에 검사 측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검사 측은 “단단히 오해를 하고 있는 거 같다”며 “검사가 할 일이 없어서 조작을 하겠냐. 검찰이 입수한 트위터 자료는 트위터 본사를 통해 받은 게 아니다. 미 법무부에서 한국 법무부로 전달된 자료”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8월26일 한국일보에 ‘검찰 관계자가 25일 미국 FBI로부터 트위터 자료를 받았다’는 기사가 실렸다”며 “8월19일에는 해당 자료를 입수하지도 못했다”고 설명했다. 검사 측은 트위터 자료 입수 날짜를 요구하는 변호인의 질문에 “솔직히 무슨 주장을 하고 계시는지 모르겠다. 제가 그걸 왜 확인해야 하냐”고 받아쳤다. 이에 변호인는 “그럼 제가 고소를 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고 날을 세웠다.  

박씨 측 변호인이 증거로 제출한 칵테일바의 내부 사진도 문제가 됐다. 해당 칵테일바 화장실에서 박씨는 주범 김양이 ‘선물’로 가져온 시신 일부를 확인했다. 검사 측은 “칵테일바의 내부 사진을 어떻게 이렇게 어둡게 찍을 수가 있냐”면서 “실제는 이렇지 않다. 검사가 여기 화장실도 안 가봤겠냐. 정말 그만해라. 해도 해도 너무한다”고 언성을 높였다. 

이후 갈등은 재판부로까지 번졌다. 재판부는 박씨 측 변호인에게 “‘실제 트위터 자료’의 입수 경위를 밝혀달라”고 물었다. 변호인은 “요청서에 있다. 그걸 보면 된다”고 답했다. 재판부가 “입수 경위를 정확히 밝혀달라”고 재차 요청했지만 변호인은 “(박씨의) 트위터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알아서 접속했다”고 답했다. 

김대웅 부장판사는 “재판부가 의견 요청한 부분에서 그렇게 말씀하시면 곤란하다”며 “법정 예절에 부합하지 않는 태도다. 법정 모독적 발언으로 보인다. 검찰에 대한 감정을 떠나서 재판부가 (편파적으로) 진행을 한 적이 있느냐”고 말했다. 변호인이 사과했지만 김 부장판사는 잠시 침묵을 지키며 화를 억누르는 모습을 보였다.  

다시 입을 연 김 부장판사는 “(자료를 가지지 않은) 방청객도 이해할 수 있도록 변호인의 의견 말씀해달라고 한 것”이라며 “적어도 재판부에서 어떤 의견을 요청하면 거기에 대해 정확히 답해달라”고 강조했다. 

검사와 변호인의 설전을 겨냥한 언급도 있었다. 김 부장판사는 “형사 재판을 굉장히 많이 했고 경력도 오래됐다. 그런데 재판하면서 이런 경우 처음 겪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품위 있게 이야기할 수 있음에도 굳이 그렇지 못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방청객들 보기에 이러한 태도가 좋아 보이는 모습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검사와 변호인 그리고 재판부도 어느 누구도 법정에서 예의에 어긋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김양은 지난해 3월 인천 연수구에 있는 한 공원에서 초등학교 2학년 A양을 집으로 유인, 살해했다. 이후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도 있다. 박씨는 김양에게 어린이를 살해해 시신의 일부를 전해달라고 하는 등 범행을 지휘한 혐의를 받는다.      

1심 재판부는 “범행 과정에서 상당히 심각한 수준의 생명경시 태도가 드러났다. 범행에 대해 반성하는지도 의문”이라며 김양에게는 징역 20년, 박씨에게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김양은 선고 당시 만 18세 미만으로 미성년자였다. 징역 20년은 미성년자에게 적용되는 최고형이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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