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내 차 묵은 때 벗겨내자" 셀프 세차장 사용설명서

허정헌 입력 2018.04.14. 15:02 수정 2018.04.15.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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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셀프 세차장에서 50대 아주머니로부터 “이 기계 어떻게 쓰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한창 차에 비누칠을 하고 있던 중이었고, 마음이 급했던 터라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저기 주인 아저씨한테 물어보세요. 저도 잘 몰라요.”

늦었지만 불친절했던 것에 대해 사과 드린다. 대신 지금부터 셀프 세차장 이용법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을 드리려 한다. 준비물은 극세사 걸레와 타이어 세정 광택제, 이렇게 두 가지면 족하다. 바짝 마른 일반 걸레는 차량 도장에 흠집을 낼 수 있다. 참고로, 취재는 서울 노원구의 한 셀프 세차장에서 협찬 없이 자비로 이뤄졌음을 밝혀 둔다.

그림 1

셀프 세차장마다 이와 유사한 형태의 기계가 있다. 사진의 1번에 500원짜리 동전을 넣거나 2번에 카드를 넣어 돈을 지불하고 3번의 버튼을 눌러 물을 뿌릴 것인지(물세차), 거품솔로 문지르거나(거품솔), 폼건(Foam Gun)으로 비누거품을 뿌려 세차할 것인지(폼건세차)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충전식 카드는 세차장에서 판매하는데 보통 1만원을 내면 1만1,000원을 충전해주기 때문에 동전보다 경제적이다.

세차장 바닥엔 50원짜리 크기로 1㎝ 정도 튀어나온 노즐이 있다. 앞의 사진에 나온 기계에서 하부세차를 선택하면 20여개의 노즐이 45초 정도 물을 뿌려준다. 도로의 얼음이나 눈을 녹일 때 사용하는 제설제는 철판을 부식시키는 염화칼슘 성분이므로 겨울이 지나면 한 번씩 하부세차를 해주는 게 좋다.

세차를 시작하기 전 차 안 바닥에 깔린 매트를 미리 사진처럼 꺼내놓아야 한다. 이렇게 벽에 세워놓고 물을 뿌리면 따로 돈을 내고 매트 청소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드디어 세차 시작. 물을 잘 뿌리는 것만으로도 세차의 절반은 성공이다. 흙이 묻어 있는 상태에서 걸레질을 하면 겉면 도장에 흠집이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남김 없이 털어낸다는 생각으로 물을 사정 없이 뿌려주자. 수압이 상당히 강하기 때문에 차에서 1m 정도 떨어져 물을 뿌리는 게 좋다. 오른쪽 붉은 원 안으로 보이는 게 폼건(앞쪽)과 워터건(뒤쪽)이다.

이번 세차의 목적은 ‘겨우내 묵은 때 벗기기’이므로 거품솔보다 500원 비싼 폼건을 이용했다. 보통 분사 시간이 1분밖에 되지 않으므로 걸어가며 뿌린다는 생각으로 신속하게 거품을 뿌려야 한다. 타이어와 휠에 거품을 뿌리는 것도 빼먹지 말자.

세차장 벽에 붙어 있는 설명에는 폼건을 뿌리고 몇 분 있다가 물로 닦아내도 된다고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영 개운치 않다. 스펀지로 살살 분지르면서 때를 벗겨내야 비로소 번쩍이는 광택을 볼 수 있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스펀지와 고무장갑은 대부분 셀프 세차장에 비치돼 있다. 휠을 닦는 스펀지는 따로 있으니 구별해서 사용하자. 비누칠이 끝나면 물을 뿌려 마무리 한다. 물을 뿌릴 때 원칙은 ‘위에서 아래로’. 지붕, 창문, 보닛, 도어 순으로 물을 뿌려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니까.

물을 뿌려 거품을 다 닦아냈으면 차를 세차 부스에서 밖으로 옮겨 마무리 한다. 물기 제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넋 놓고 있다가는 물방울과 물이 흘러내린 자국 등 각종 무늬가 새겨진 자신의 차를 발견하게 된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부분. 사진처럼 도어 안쪽 물기도 잘 닦아내야 타고 내릴 때 산뜻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세차의 화룡점정(畵龍點睛ㆍ용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눈동자를 찍어 넣는다는 뜻으로 일의 마무리를 완벽하게 끝냄)이라 할까. 타이어 광택 세정제를 뿌리지 않으면 양복을 잘 차려 입은 신사가 짚신을 신은 것 같다. 세정제가 타이어 외의 다른 부분에 묻지 않게 잘 뿌려만 주면 끝.

실내 먼지를 걸레로 잘 닦아주고 작은 흙먼지는 진공청소기로 빨아낸다. 흡입구를 바닥에 밀착시키고 사진처럼 좌우로 긁듯이 움직이면 입자가 작은 흙도 말끔하게 제거할 수 있다.

세차 전(왼쪽)과 후 비교. 총 2시간, 비용은 1만1,500원(물 3회 7,500원+폼건세차 3,000원+진공청소기 1,000원)이 들었지만 말끔해진 차를 보면 뿌듯하다. 항상 세차를 하고 오면 아내는 “며칠 만에 지저분해질 건데 뭘 그리 열심히 닦느냐”고 핀잔을 준다. 매번 웃어넘겼지만 이번에는 답을 찾았다. “속옷까지 각을 잡고 내무실 장판 바닥을 치약으로 닦으면서 군대 내부사열을 준비하는 마음과 같다”고.

글ㆍ사진=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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