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샤오핑의 좌절된 꿈 '하이난 경제특구' 30년 만에 실현되나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2018. 4. 16.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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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시진핑 “중국 특색의 자유무역항 2035년까지 개발할 것”
ㆍ경마 베팅 추진·의료관광 확대…제2의 홍콩 건설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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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중국 하이난(海南)성에는 신호등이 없었다. 차량과 행인들은 ‘눈치껏’ 도로를 다녔다. 버스는 물론 택시도 찾기 힘들었고, 삼륜차가 손님을 태워 날랐다. 춘제(春節·중국 설) 연휴에만 96만명이 찾는 관광도시로 성장한 하이난이 자유무역의 중심지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한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지난 13일 하이난을 홍콩, 싱가포르, 두바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중국 특색의 자유무역항’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2035년까지 상품, 자본, 인적자원이 자유롭게 넘나드는 국제도시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핵심 동력은 친환경과 관광이다.

국무원과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공동 발표한 ‘하이난 개혁개방 전면 심화를 지지하는 지도의견’에는 관광 활성화를 위한 계획이 포함됐다. 경마장을 건설하고 베팅이 가능한 경마 경기를 허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1990년 이후 광저우(廣州), 항저우(杭州), 난징(南京) 등 여러 도시들이 경마 베팅 유치를 원했지만 정부는 ‘본토 내 도박산업 금지’ 원칙을 고수했다. 하이난에 경마 베팅이 허용되면 홍콩 자키 클럽 및 마카오의 카지노 산업과 경쟁하며 관광객을 끌어모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베트남, 필리핀 등과 인접한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크루즈 여행 상품도 개발한다. 외국계 호텔에 대한 세제 지원, 구매 물품 면세 한도 증가, 의료관광 확대를 위한 의약품 수입 규제 완화 등 제도적 지원에 나선다.

2030년까지 하이난 전 지역은 전기차 등 신에너지 차량만 운행되는 친환경 도시로 탈바꿈한다. 정부기관부터 신에너지 차량으로 우선 교체한 후 버스와 택시 등 대중교통차량, 자가용 등 전 차량으로 단계별로 확대된다.

또 에너지, 탄소배출권, 지식재산권, 해운, 원자재, 주식 등의 거래소를 설립해 금융산업 발전을 꾀한다. 역외 창업 시범구를 조성해 외국인 기술인재의 취업도 적극 독려한다. 다국적기업들의 국제·지역 본부 설립 유치에도 나선다.

제주도의 18배 크기인 3만4000㎢ 면적의 하이난 섬은 인구 923만명으로 지난해 지역총생산이 709억달러(약 76조원) 규모였다. 시 주석은 하이난이 낙후한 섬에 불과했던 1979년 처음 방문했다. 부친 시중쉰(習仲勳)이 광둥(廣東)성장으로 재직했던 당시 광둥성에 속했던 하이난을 부친과 함께 찾은 것이다. CCTV·신화통신 등 관영 언론은 “시 주석과 하이난의 인연이 40년 동안 이어졌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시 주석은 보아오포럼 개막 연설에서 “오랫동안 보아도 여전히 또 보고 싶다”는 하이난 민요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개인적인 인연 외에도 하이난은 시 주석의 지도력 과시를 비롯해 역점 사업인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 문제에 있어 의미가 크다.

덩샤오핑은 1988년 하이난을 선전, 주하이, 샤먼, 산터우 등과 경제특구로 지정했다. 경제발전 효과는 미약한데 부동산 가격이 3배 이상 상승하는 등 부작용이 커지자 1993년 지원계획을 철회했다. 덩샤오핑이 실패한 하이난 경제특구를 ‘시진핑의 신시대’에 맞춰 중국 특색의 자유무역항으로 만들겠다는 욕심이 엿보인다. 30년 전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토지개발 보호제도를 발표했다. 그린벨트 구역을 설정하고, 영구 농지 지역과 해양생물자원 보호구역을 지정해 투기 매매 행위를 근절할 계획이다.

하이난은 ‘항행의 자유’를 주장하는 미국과 무력 대치가 자주 발생하는 남중국해의 군사지원기지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시사군도·난사군도·중사군도는 하이난 관할 지역이다.

또 시 주석이 공들이는 일대일로 사업 중 해상 실크로드의 핵심 지역이다. 이 때문에 하이난은 ‘시진핑의 신도시’로 꼽히는 베이징 남부 슝안(雄安)신구와 함께 시 주석의 성과를 부각할 수 있는 핵심 지역으로 주목된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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