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40년 효자 패륜범된 사연..치매 간병 살인 비극

청주CBS 장나래 기자 입력 2018. 4. 17. 08:48 수정 2018. 4. 17.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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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2일 충북 청주에서 70대 노모와 40대 아들이 각각 자신의 집과 대청호에서 숨진 채 발견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달 12일 새벽 A씨는 청주시 흥덕구의 한 빌라에서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한 뒤 같은 날 오전 대청호에 투신, 숨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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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치매 母 감당하다 살해.."평소 어머니 생각하는 마음 극진"
지난달 12일 A씨가 숨진 채 발견된 대청호(사진=장나래 기자)
지난달 12일 충북 청주에서 70대 노모와 40대 아들이 각각 자신의 집과 대청호에서 숨진 채 발견되는 일이 벌어졌다.

경찰은 '현대판 고려장'을 두려워 한 40대 아들의 극단적인 범행으로 결론내렸다.

공기업에 다니던 A(40)씨는 20년 가까이 중증 청각 장애를 앓던 홀어머니를 극진히 돌봐온 그야말로 이름난 효자였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갑자기 나타난 노모(71)의 이상 행동에 A씨도 못난 아들이 될 수밖에 없었다.

집 앞에서 길을 잃어 헤매거나 넘어져 다치는 일이 계속되면서 직장 생활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던 것.

게다가 평소 다니던 병원에서 치매가 의심된다며 일부 약물 복용까지 시작했지만 장애를 이유로 정작 치매 진단을 받기 어렵다 보니 주변의 도움조차 받지 못했다.

청주의 한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A씨 어머니는 아예 의사 표현을 할 수 없어 치매 진단조차 받기 어려웠다"며 "길을 자꾸 잃어버리거나 혼자 다치는 일이 반복되면서 증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급기야 지난달 초 노모가 홀로 넘어져 피범벅이 된 상태로 방치되다 뒤늦게 발견돼 큰 수술을 받는 일까지 벌어졌다.

안타깝게 지켜보던 가족들도 이때부터는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실 것을 권유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A씨는 중증 장애로 인해 의사소통이 쉽지 않은 어머니를 남의 손에 맡기는 걸 용납할 수 없었다.

오랜 세월 힘든 여건 속에서도 자신을 어엿하게 키워 준 어머니에 대한 최소한의 양심이었다.

끝내 A씨는 참고 견디다 못해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의 은혜를 용서받지 못할 선택으로 저버린 못난 아들이 되고 말았다.

지난달 12일 새벽 A씨는 청주시 흥덕구의 한 빌라에서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한 뒤 같은 날 오전 대청호에 투신, 숨진 채 발견됐다.

청주흥덕경찰서는 17일 이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직전 A씨가 집에서 먼 지역으로 직장 발령까지 나 어머니를 돌보는 데 한계를 느꼈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어머니가 불쌍하다는 이유로 가족 가운데 혼자만 요양원에 모시는 걸 반대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수사 과정에서 A씨가 평소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이 극진했다는 주변 진술이 다수였다"고 말했다.

도내 한 치매안심센터 관계자도 "40년 효자를 하루 아침에 패륜범으로 만들 수 있는 무서운 질병이 치매"라며 "치매 치료와 치매 가족에 대한 교육 등이 이뤄졌더라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홀로 감당하려던 40대 아들의 극단적인 선택이 현재의 치매 관리 제도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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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CBS 장나래 기자] itsm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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