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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신의 한 수' VS '도박'.. 박근혜 항소포기 손익은?

김태훈 입력 2018.04.17.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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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안 대고 코 푼 ‘신의 한 수’일까, 아니면 형량이 더 늘어날 수도 있는 ‘위험한 도박’일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징역 24년, 벌금 180억원을 선고한 1심 판결에 대한 항소를 포기하면서 이 결정이 남은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법조계 이목이 쏠린다. 징역 20년 이상 중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항소하지 않는 것은 좀처럼 보기 드문 이례적인 일이어서 검찰과 법원 모두 박 전 대통령의 복심이 뭔지 파악하는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사법부 부정’ 명분과 ‘2번째 재판’ 실리 함께 챙겨

17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전날 1심 재판부에 항소 포기 의사를 전달했다. 박 전 대통령이 법원에 낸 서류에는 ‘피고인은 항소를 포기합니다. 또한 피고인의 동생 박근령이 제출한 항소장은 본인의 의사에 반한 것임을 명백히 밝힙니다’라고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박 전 대통령은 항소기간 만료일인 지난 13일까지 항소장을 내지 않아 사실상의 항소 포기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동생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이 박 전 대통령 의사와 무관하게 항소장을 제출하면서 형식적으로는 항소 요건을 갖추게 됐다.

이를 두고 일단 ‘박 전 대통령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현 재판부에 믿음을 잃었다”며 법정 출석을 거부하고 선고공판 당일까지도 재판을 보이콧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 사법부의 권위를 철저하게 부정한 셈이다.

이랬던 박 전 대통령이 막상 징역 24년 중형이 선고되자 1심 재판 결과가 불만스럽다며 상급법원에 재판을 다시 해줄 것을 요청하는 것 자체가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고 전직 대통령답지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렇다고 100% 결백을 호소해 온 박 전 대통령이 1심의 유죄 판결과 징역 24년 선고를 이대로 받아들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차피 검찰 항소로 2심 재판이 이어질 것이 뻔한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은 항소 포기로 ‘나는 현 사법부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는 명분을 확고히 지키면서 ‘2번째 재판을 통해서 형량이 바뀔 수 있다’는 실리도 함께 챙긴 셈이다. 더욱이 지지자들한테 항소 포기 결정은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극심한 탄압을 받고 있다’는 모양새를 더욱 확실히 부각시켜 지지층 결집까지 ‘1석3조’의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방어권 스스로 포기" 형량 올라가도 할 말 없어

형사재판은 검사와 피고인 둘 중 어느 한 쪽만 항소해도 재판은 계속된다. 박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은 검찰이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따라서 앞으로 열릴 항소심도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혐의사실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1심은 삼성이 박 전 대통령에게 제공한 것으로 공소사실에 기재된 뇌물 대부분을 무죄로 봤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라는 현안 자체가 없었고, 삼성이 박 전 대통령에게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청탁을 했다는 증거 또한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서울고법의 항소심 재판은 주로 이 대목을 둘러싸고 검찰과 변호인 간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1심에서 2심으로 바뀌면서 기존 국선변호인단도 전원 교체가 불가피해졌다는 점이다. 강철구 변호사 등 1심 변호인단은 비록 국선이지만 전직 국가원수를 변호한다는 사명감에 불타 방대한 사건기록을 열심히 읽고 법정에서도 열정적인 변론을 펼쳤다. 하지만 이제 새 국선변호인이 선임되면 당장 사건기록을 처음부터 새로 분석해야 하는데 과연 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을 제대로 변호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욱이 박 전 대통령 항소심은 1심과 마찬가지로 법정에 피고인이 없는 상태에서 궐석재판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피고인이 항소를 포기한데다 재판 출석까지 거부하면 이는 사실상 ‘방어권을 행사할 뜻이 전혀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져 항소심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게 다수 변호사의 전망이다. 형량이 1심의 징역 24년보다 더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항소심에서도 징역 30년형을 구형할 방침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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