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는 열강들의 셈법

김영선 기자 입력 2018.04.1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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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냉전' 美 vs 러, 중동 패권 이란 vs 이스라엘, 소수민족 독립 저지 터키까지 열강 각축장 된 시리아
14일 (현지시간) 미국과 영국, 프랑스가 화학무기 개발, 저장시설로 추정한 다마스쿠스 북부 바르제 과학·연구 시설 지역의 공습 전후의 위성사진 모습이 보인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동의 민주화 운동 '아랍의 봄'을 계기로 발발한 시리아 내전이 중동과 서구 열강들의 대리전으로 비화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신냉전'을 재연하고 있는 가운데 중동지역 최대 앙숙인 이란과 이스라엘은 각각 시리아 정부군와 반군을 지원하며 자국 안보를 지키겠다고 나섰다. 소수민족 쿠르드족의 독립을 우려한 터키까지 가세한 가운데 영국과 프랑스는 최근 미국의 시리아 공습에 동참했다.

◇러, 마지막 남은 친러국 지키기 vs 美, 러 감시 기지 확보

1970년대부터 이어진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은 친러 성향의 시아파다. 친러-반미 성향의 리비아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지면서 중동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은 크게 약화했다. 시리아마저 무너지면 러시아로선 중동 전략의 유일한 교두보를 잃게 된다. 시리아가 러시아의 무기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라는 점에서 아사드 정권의 몰락은 러시아 재정에도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카다피 정권을 몰락시킨 미국은 아랍에미리트나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친미 성향의 수니파 국가와 관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같은 수니파인 시리아 반군을 지원했다. '독재'가 미국 건국 기초정신에 어긋난다는 게 반군 지원의 명분이지만 시리아 정부를 지원하는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더 크다. 특히 우크라이나 내전에서 크림반도가 러시아에 편입되면서 러시아 흑해함대 감시에 어려움을 겪게 된 미국은 러시아의 세력 확장을 막을 필요가 있다.

이라크를 침공했던 미국이 군대를 철수하면서 이라크 내에선 반미 성향이 강한 시아파가 힘을 키웠고 그 틈에 러시아도 영역을 확대했다. 이를 못마땅해 한 미국은 시리아 반군 지원을 통해 러시아가 더는 세를 확장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심산이다. 결국, 시리아 내전은 미국과 러시아의 힘 대결이 됐고 '신냉전'이라 불리는 미국과 러시아의 대립은 현재진행형이다.

◇'오랜 원수' 이란 vs 이스라엘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며 내전에 뛰어든 이스라엘은 시리아와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다. 그럼에도 내전에 개입한 이유는 오랜 원수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관계는 1979년 이란 혁명을 계기로 급격히 악화했다. 이란의 친미 정권 팔레비 왕조가 무너지고 친러 성향의 시아파 호메이니 정권이 들어서면서 대표적 친미 국가인 이스라엘과 갈등을 빚게 됐다. 이슬람교와 유대교의 대립이라는 종교적 배경도 있다.

이란은 같은 시아파인 시리아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며 시리아 내 영향력을 키웠고 시리아와 국경이 맞닿아있는 이스라엘은 이란이 자국 인근까지 진출하려 하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이란의 핵무기 개발은 이스라엘의 반(反)이란 감정을 극대화하는 계기가 됐다.

앞서 이스라엘은 지난 2월 10일 시리아 T4 공군기지에 주둔하고 있는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부대가 띄운 드론을 아파치 헬기를 동원해 미사일로 격추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미국의 중동문제 전문가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는 15일에 쓴 칼럼에서 이스라엘군 측 고위 소식통을 인용, "이란이 가상이 아니라 실제로 이스라엘을 향해 뭔가를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는 새로운 단계를 열었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이스라엘을 선제공격하겠다고 공공연히 말한 이란이 실제 행동에 나섰다고 본 것이어서 이들 국가의 대리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쿠르드족 독립 시도에 위협 느낀 터키

터키의 시리아 내전 개입은 열강들의 대리전 양상과 조금 다르다. 시리아 내 쿠르드족 독립을 견제한다는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다.

쿠르드족은 이라크와 터키, 이란에 걸쳐 분열돼 있다. 터키는 이런 쿠르드족을 포함해 유대인, 그리스인, 아르메니아인 등 여러 소수민족으로 구성돼 있다. 쿠르드족의 독립 시도는 터키 내 다른 소수민족들의 독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정치적 배경을 담고 있다.

이보다 더 직접적인 사유는 경제적 이유다. 이라크에서 터키로 이어지는 대규모 송유관 근처에 쿠르드족이 자리 잡고 있고 쿠르드족의 독립은 송유관에 대한 터키 정부의 소유권을 잃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터키 정부는 시리아 내전을 계기로 시리아로부터 독립을 추진하는 쿠르드족이 터키 쿠르드족과 연계해 독립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시리아 내 쿠르드족의 움직임을 저지해야 하는 필요가 있는 셈이다.

◇중동 내 영향력 강화하려는 英·佛

영국과 프랑스는 미국과 연합군 형태로 시리아 내전에 개입했다. 그 배경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탈퇴 엄포가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국면에서부터 유럽의 NATO 회원국 상당수가 무임승차하고 있다며 탈퇴 가능성을 언급해왔다. 미국이 NATO를 탈퇴하면 서유럽에 큰 안보 공백이 생기고 이는 유럽으로 세 확장을 꾀하는 러시아에 호재가 될 수 있다. 러시아의 진출을 경계하는 유럽으로선 미국이라는 안보 지지대를 놓칠 수 없는 셈이다.

일각에선 프랑스가 국내 시선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시리아 내전에 개입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공공개혁으로 자국민들의 엄청난 반발을 떠안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전임자들과 달리 내전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게 그 방증이라는 설명이다.

유럽연합(EU) 탈퇴를 선언한 영국도 우방인 미국과 우호적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이해관계가 있다. EU라는 공동체에서 따로 떨어져 나온 영국은 EU 외의 나라들과 별도로 관계를 맺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이번 시리아 내전 개입을 통해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지위를 확고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리아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와 영국군의 점령지이기도 했다. 시리아는 유엔 가입을 계기로 독립이 인정됐고 1946년 양국 군대가 완전히 철수하면서 그 지위를 인정받게 됐다. 이런 전적이 있는 프랑스와 영국이 시리아 내전 개입을 발판으로 중동 내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이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김영선 기자 ys858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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