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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설계와 인테리어 영역을 넘어 다양한 디자인 스펙트럼을 위해 오픈 플랫폼 형태로 전방위 디자인 솔루션을 고민하는 스노우에이드의 박호현, 김현주 부부 건축가와 함께한 건축가 양진석.


스노우에이드란 이름에 대해 질문을 많이 받으셨을 것 같아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박호현(이하 박)_저는 한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이자 스노우에이드 대표 건축가인 박호현이고요. 같이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는 파트너이자 아내는 실내 건축가 김현주입니다. 처음 저희 둘이 일을 할 때에는 두 사람의 이름 그대로 ‘박호현+김현주’ 건축/디자이너로 활동했어요. ‘건축사사무소’를 떠올리면 일반적으로 연상되는 어렵고 고루하거나 딱딱한 느낌보다 가볍고 편안한 느낌을 주고, 디자인으로서의 가치를 친밀하게 전하기 위해 정한 이름이에요. 건축, 디자인으로 누군가의 현재를 돕는다(‘S Now Aide)는 의미도 담고 있고요. 설계사무소라는 기능적 어휘로 특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저희의 의지를 담고 있지요.

스노우에이드는 이상적인 조합을 이룬 건축사사무소예요. 건축과 디자인을 분리하는 시각은 유독 국내 건축계에서만 도드라지는 독특한 현상인데요. 물론 요즘에는 하나의 공간이란 맥락에서 건축과 인테리어를 바라보는 시각이 늘어나고 있지만요. 스노우에이드는 두 분이 각자 자신의 파트를 전담하고 있는데, 건축과 인테리어 프로젝트 비중은 어느 파트가 더 많은가요?
박_초반에는 인테리어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했어요. 개업 후 인테리어 디자인 프로젝트로 외부에 이름이 알려지면서 2년째부터 건축사사무소로 자리를 잡았죠. 건축은 설계부터 시공까지 전체 프로젝트 기간이 길다 보니 횟수로 따지자면 아무래도 인테리어 프로젝트가 더 많아요. 건축을 하면 자연스레 인테리어 프로젝트도 같이하게 되죠.

오래된 목조 주택을 스노우에이드만의 컬러와 패턴으로 변화시켰다. 생동감 넘치는 컬러로 새로운 레트로 무드가 돋보이는 집.

오래된 목조 주택을 스노우에이드만의 컬러와 패턴으로 변화시켰다. 생동감 넘치는 컬러로 새로운 레트로 무드가 돋보이는 집.

집 안의 모든 도어가 컬러풀한 색감을 내길 원했던 클라이언트의 바람에 따라 명도와 채도, 조명과 만났을 때 변화할 컬러를 ‘톤’으로 정리해 완성한 아파트 리모델링 프로젝트. ⓒ이수연

집 안의 모든 도어가 컬러풀한 색감을 내길 원했던 클라이언트의 바람에 따라 명도와 채도, 조명과 만났을 때 변화할 컬러를 ‘톤’으로 정리해 완성한 아파트 리모델링 프로젝트. ⓒ이수연

남편은 건축가, 아내는 디자이너로 스노우에이드 이전에도 같이 일을 한 시간이 꽤 길죠? 같이 일하면서 어떤 시너지를 얻는지 궁금한데요.
박_아내와 연애 시절에도 일상적인 소재로 다투다가도 ‘디자인’ 이야기만 시작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더 친밀감이 느껴졌어요. 공유할 가치가 있다는 게 서로의 연결고리였으니까요. 부부가 같은 일을 다른 방식으로 하는 것이 초반에는 낯선 경험인지라 많이 다투기도 했지만, 결국 공유할 수 있는 디자인적 가치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게 어느덧 더 큰 장점이 되었죠. 디자인 방향은 달라도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는 편이에요. 프로젝트마다 눈에 보이지는 않아서 명확하게 단정 지을 순 없지만, 서로의 영역이 구분되어 있거든요.
김현주(이하 김)_ 서로 디자인에 대한 시각이 워낙 달라요. 그러다 보니 초기엔 트러블의 주요 요인이었어요. 생각해보면 사회에 나온 뒤론 제 작업에 대해 비평을 해줄 만한 사람이 많지 않잖아요? 평가를 받고 조언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이 가장 가까이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힘이 되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서슴없이 서로의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하고 조언을 전할 때는 평생 믿을 만한 동료가 생긴 것 같아 안심도 되고요.
박_설계하는 것을 보면서 무심하게 지나가듯 “비율이 좀 달라진 거 같지 않아?” 하고 말해도, 이 한마디가 서로한테 자극이 돼 스스로 자신의 작업에 대해 더 엄밀하게 확인하고 은밀하게 반영하곤 하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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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인 두 사람의 꿈을 실현한 곳이자 가족이 온몸으로 건축 체험을 실현 중인 공간. ⓒ석정민

경기 광주 오포읍의 단독주택(Z-HOUSE). ⓒ석정민

경기 광주 오포읍의 단독주택(Z-HOUSE). ⓒ석정민

스노우에이드는 어떤 디자인 목표를 추구하나요? 

박_디자인 영역에 대해서는 열린 시각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전형적인 설계사무소나 인테리어 스튜디오의 규범을 따르려고 하지 않아요. 디자이너를 위한 열린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목표가 있어요. 저희 두 사람이 주축이 되는 것보단 다양한 영역의 파트너 디자이너들과 함께. 건축 인테리어뿐 아니라 그래픽, 브랜딩 등의 영역에도 관심이 많기 때문에 영역을 세분화하지 않고 플렉시블한 디자인을 목표를 하죠. 어떤 프로젝트건 디자인 인사이트를 갖고 활동하는 것이 저희가 추구하는 바고요. 이러한 디자인 시각을 스노우에이드만의 방식으로 모색하는 것이 목표예요. ? 

 

건축이라는 영역이 인테리어, 데커레이션, 가구 등 너무 세분되다 보면 오히려 전체 맥락이 무너지고 전문성이 떨어지게 되는 것도 사실인데요. 스노우에이드는 클라이언트와 주택 설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특히나 인테리어 뿐 아니라 건축 설계 전반에서 완성도가 올라가는 장점이 있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 소통의 창구가 다양해지는 부분 또한 장점이지요? 더 세밀한 디자인이 나올 것 같은데요.
박_저희가 주택을 많이 짓고 있는데요. 부부 건축가인지라 덕을 많이 보는 편이에요. 부부가 함께와서 미팅을 하면 아직 집 설계는 시작도 안 했는데 아내 분은 주방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거든요. 그럼 김현주 소장이 클라이언트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진행 과정과 방향을 정리해주기도 하지요. 주부로서 원하는 집의 형태와 라이프스타일에 공감을 하면서 대화를 하게 되니 아무래도 미팅이 더 친밀하고 정교해지고요.

클라이언트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남편과 아내가 원하는 게 분명하게 다를 텐데요. 이를 테면 남편이 마당 넓은 집에 차고와 다락, 바비큐 등의 이야기를 꺼내고 아내는 주방과 아이 방, 스타일링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자연스럽게 두 분이 서로 다른 클라이언트와 대화를 나누는 양상이 될 거 같은데요.
김_‘디자인’이라는 업무 자체가 커뮤니케이션이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일의 중심축에 두는 부분이고요. 온 가족이 지낼 집이다 보니 모두와 소통을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에요. 세밀하게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을 잘 반영해서 도움을 주는 역할이 저희의 주된 업무이니까요.  


각자 생각하는 지금까지의 스노우에이드 프로젝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을 뭐라고 꼽을 수 있을까요?
박_‘Z-HOUSE’, 저희가 사는 집이에요. 10여 년 전에 어쩌면 주택에 대해 더 많은 공부를 하게 된 프로젝트이고요. 건축가로서의 의지를 반영해 풀어냈던 주택 프로젝트입니다. 설계가이자 거주자라는 것은 건축가에게도 색다른 경험이에요. 특히나 대부분의 건축가들은 자신의 프로젝트 준공 후 사진 작업까지 마무리한 후에는 현장에 다시 찾아가기가 쉽지 않거든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집의 모습을 보는 것은 건축가로서 특혜이자 자산이라고 생각해요. 집을 짓고 살면서 기후에 따라 변하는 마감재, 건물의 변화된 모습을 예측하는 것이 새로운 주택을 설계할 때도 도움이 되지만, 학생들을 가르칠 때에도 좋은 경험이 되더라고요.
김_저희 집은 정말 주택에 대한 이상적인 생각이 현실과 맞닿았을 때 낼 수 있는 결론과 경험을 한 번에 이룬 작업이었죠. 만약 지금 저희 가족을 위한 집을 설계한다면 전혀 다른 형태의 집이 나올 거예요. 당시 건설사에서 건축가와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스노우에이드로 독립했기 때문에 현장에서 직접 시공을 주도한 경험은 없었거든요. 정말 시작할 때부터 발로 뛰고 실현해봤던 집이죠. 오래 꿈꿔왔던 이상향의 집을 실존하는 건축물로 만들어낸 프로젝트니까요. 저희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집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집을 짓고 싶어 찾아오는 많은 분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폭이 더 넓고 깊어졌어요. 좀 더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경험을 풍부하게 공유해요. 집에서 사용하기 어렵거나 불편한 부분들을 가감 없이 전달하는 편이죠.

경기 분당 운중동에 있는 스노우에이드 사무 공간. 두 건축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건축가 양진석.

경기 분당 운중동에 있는 스노우에이드 사무 공간. 두 건축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건축가 양진석.

스노우에이드의 최근 프로젝트 중 인상적인 작업이 있다면요?
김_인테리어 프로젝트인 경우 저만의 디자인 특성을 고스란히 드러낼 수 있어요. 지난 여름 휴가 동안 우연히 디자인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어요. 거기에 등장하는 패션 디자이너들 몇몇이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가 영감의 원천이라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저도 오랜만에 그 영화를 다시 보게 됐는데요. 화려한 패턴과 컬러감. 미묘한 은유와 뉘앙스, 시대적 감성이 풍기는 레트로한 분위기에 매료됐죠. 바로 다음 프로젝트가 주택이었어요, 제가 가진 이런 감성을 어떻게 집에 표현해낼 수 있을까를 깊이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이 집은 전형적인 20년 이상 된 목조주택이었는데 층고가 그다지 높지 않아 내부 구조만 보자면 아파트와 다르지 않았어요. 구옥이 가진 매력을 찾아내고 돋보이도록 리모델링하는 것이 숙제였지요. 정말 어렵고 걱정도 많았지만, 건축주가 스노우에이드 디자인을 신뢰하고 믿고 맡겨주셨으니 ‘나도 나를 믿어보리라’는 마음으로 작업을 진행했어요. 제가 사용한 컬러와 만들어낸 패턴 등 제 디자인에 자신감을 얻게 된 계기가 되었죠. 나에 대해 좀 더 자신감을 갖게 된 거죠.

주택 설계를 의뢰하는 클라이언트가 참고하면 좋을 점은 무엇일까요?
박_집이라는 것은 오래 살 공간이거든요. 그래서 자녀의 성장 주기나 변화하는 속도에 맞춰 가변성을 가진 집을 설계에 반영해야 함을 염두에 두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주변 환경 또한 마찬가지예요. 멀리 앞을 내다보고 미리 상황에 대비할 필요성이 있어요. 지속가능한 건축은 호흡이 기니까 거기에 맞는 쓰임새가 필요하죠. 일반적인 이야기지만 이게 꽤나 중요한 부분이거든요. 인지하고 계시는 분들도 잊을 수 있는 포인트예요.
김_지금의 트렌디한 스타일에 흔들리지 말고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갖는 것이 중요해요. 저희는 건축주와 활발하게 소통을 하는 편인데요. 건축주마다 각기 다른 이야기와 상황들이 있기 때문이에요. 건축주도 자신의 아이덴티티에 대해 스스로 깊이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해요. 집의 설계나 인테리어 시공비가 얼마나 들까도 중요하지만, 내가 집에서 뭘 할 수 있는지, 뭘 하고자 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어요. 주택 설계는 건축주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추어서 진행되어야 하고요.

설계자로서 이상적이지만 살아보니 이렇더라, 생생한 주택살이 노하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박_저희 집은 집 안이 공간별로 나누어져 있지 않아요. 문도 많지 않고 개방되어 있다 보니 주방에서 고기를 구우면 2층까지 냄새와 연기가 꽉 차고 잘 빠지지 않아요. 설계할 때는 굳이 다용도실이 필요하겠어, 싶었는데 살아보니 다르더군요.
김_신혼 초에 리조트에 갔다가 정말 늘 부러웠던 부분이 외부 노천탕이었는데요. ‘우리 집을 지으면 꼭 해보자’ 결심하고 주택을 지을 때 반영했어요. 하지만 리조트는 관리인이 따로 있지만 우리집은 내가 직접 관리를 해야 하잖아요. 야외에서 욕실을 사용할 수가 없어 결국 데크로 천장을 덮었던 아픈 기억이 있어요. 오랫동안 아파트에서 살다 보니 주택 마당에 잔디를 키우는 것도 로망이었는데요. 잔디를 관리하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더라고요. 잠깐 게으름을 피우면 잔디는 물론이고 잡초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자라나 있어요. 잔디는 수시로 깎아주고 잡초는 바로바로 뽑아야 하죠. 시간이 나는 대로 잡초를 직접 뽑기 시작했는데 끝이 안 보이더라고요. 즐길 수 있는 시간보다 관리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조선시대 고가구인 평양반닫이와 건축 사진가 석정민이 사무소 오픈 때 선물해준 사진작품 ‘부석사’로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설계팀의 사무 공간 분위기를 고즈넉하게 연출했다.

조선시대 고가구인 평양반닫이와 건축 사진가 석정민이 사무소 오픈 때 선물해준 사진작품 ‘부석사’로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설계팀의 사무 공간 분위기를 고즈넉하게 연출했다.

타공도어 사이로 재료 샘플 책장과 설계실 구역이 나뉜다.

타공도어 사이로 재료 샘플 책장과 설계실 구역이 나뉜다.

벽면에는 평소 영감을 주는 아티스트들과 작업물들을 걸어둔다.

벽면에는 평소 영감을 주는 아티스트들과 작업물들을 걸어둔다.

INTERVIEWEE OF THIS MON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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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박호현
국립한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이자 스노우에이드 대표 건축가.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와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네덜란드 건축사로 GS건설 설계팀, 스튜디오 M.AP를 거쳐 한양대학교 실내환경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2010년 ‘Z-HOUSE’로 시카고 아테네움 건축디자인미술관이 수여하는 국제건축상을 수상했다.

INTERVIEWEE OF THIS MON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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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건축가 김현주
스노우에이드 대표이자 실내 건축가. 건국대학교에서 실내 디자인, 런던의 첼시 예술대학교에서 인테리어와 공간 디자인을 공부하고 건국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에서 박사 과정 중. GS건설 인테리어팀, 한양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를 지냈다. K-디자인 어워드에서 PYRUS HOUSE와 STUDY COMB로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INTERVIEWER

INTERVIEWER

건축가 양진석
교토대학 건축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서울시 건축위원회 심의위원이자 여의도 복합문화센터, 영동대로 복합개발 서울시 공간총괄 기획가,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객원교수 및 와이그룹 대표 건축가를 맡고 있다. 건축·인테리어 O2O 러브하우스 플랫폼 앱을 개발해 선보이고, 최근에는 양양의 설해원 리조트를 설계했다.

 

CREDIT INFO

기획 김미주 기자

사진 안종환, 서울문화사 자료실

촬영협조 스노우에이드(snowaide.com); 와이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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