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선관위는 왜 김기식 셀프후원 '위법' 결론내렸나?

김재은 입력 2018. 4. 17. 17:07 수정 2018. 4. 17.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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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 질문답변 '동상이몽' 김기식-선관위
선관위 '고무줄 잣대' 비판 불가피
공직선거법 113조는 무엇?
더좋은미래 "선관위 판단 수용 못해" 반발
김기식 전 금감원장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7일 취임 보름여만에 옷을 벗었다. 김 원장은 “선관위 결정 직후 이를 정치적으로 수용하고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지난 12일 정치자금법 관련 유권해석 담당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질의했다. 선관위는 지난 16일 정치자금법이 아닌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왜 선관위는 정치자금법이 아닌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판단한 것일까? 김 원장은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일까? 이날 청와대가 김기식 원장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세간의 논란과 의문은 시원스레 풀리지 않은 상태다. 이데일리가 관련 논란과 입장을 재구성했다.
△19대 김기식 의원의 질의와 선관위 답변 (자료:김종석 의원실)
◇ 김기식 질의→선관위 답변 ‘동상이몽’

지난 2016년 3월 25일 김기식 당시 의원은 선관위에 질의했다. 질의내용은 아래 두 가지다. “더좋은미래에서 출범한 재단법인 더미래연구소에 일시후원할 경우 회비납부 금액에 제한이 있는지?” “월드비전 등 구호단체에 정치자금으로 일시기부하는 행위 가능한 지, 금액제한 있는지?”

이에 대해 선관위는 나흘뒤인 29일 이같이 회신했다. “해당단체나 법인의 정관·규약 또는 운영관례상의 의무에 기하여 종전의 범위 안에 정치자금으로 회비 납부는 무방하다. 그러나 그 범위를 벗어나 특별회비 등의 명목으로 금전 제공하는 것은 공직선거법 113조 규정에 위반될 것이다.” “자선사업 주관,시행하는 구호단체에 정치자금 지출은 무방하다.”

김 원장은 이같은 선관위 답변에 대해 “해당 단체나 법인의 규약 등에 따라 추가 출연할 수 있다는 게 기본 취지였다”고 밝혔다. 그래서 더좋은미래 규약(제16조) 및 관련 절차에 따라 종전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내에서 출연했고, 관련 증빙자료와 함께 선관위에 보고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선관위는 “월회비 20만원의 250배에 달하는 5000만원의 특별회비가 종래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즉 청와대의 첫번째 질의에 대해 만장일치로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봤다. 김 원장이 당시 선관위로부터 더미래연구소 후원이 공직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 남은 정치자금을 사회단체 등에 기부할 요량으로 두번째 질문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선관위는 종래의 범위를 벗어날 경우 ‘공직선거법 위반’에 방점을 둔 반면, 김 원장은 ‘해당 단체 규약 등에 따라 추가 출연할 수 있다’는데 무게를 두며 이같은 해석의 차이가 생긴 것으로 풀이된다.

◇ ‘고무줄 잣대’ 선관위 비판 피하기 어려워

어찌됐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김 원장은 사퇴하게 됐다. 그러나 선관위의 고무줄 잣대 논란에 대한 비판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 전 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총선 공천 탈락이 확정된 상태에서 유권자 조직도 아닌 정책모임인 의원모임에 1000만원이상을 추가 출연키로 한 모임의 사전결의에 따라 정책연구기금을 출연한 게 선거법 위반이라는 선관위 판단을 솔직히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법 해석상 문제가 있는 경우 선관위는 통상 소명자료 요구 등 조치를 합니다만, 지출내역 등을 신고한 이후 당시는 물론 지난 2년간 선관위는 어떤 문제제기도 없었다. 이 사안은 정말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그 당시엔 저희 자체적으로 실수한 부분”이라며 “누락이 된 부분이 있다. 당시엔 그렇게 문제된 것으로 보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임기가 끝나는 시점이라 선거비용 보전업무나 임기말 회계보고 업무가 많아져 누락이 된 것이라고 했다. 통상 선관위는 정치자금 회계보고를 통해 위법이 파악될 경우 소명자료 제출, 관계인 조사, 통신 및 금융자료 요청 등을 통해 검찰에 고발하는 조치를 취한다.

청와대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16일 선관위 발표 직후 “선관위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후원금 문제는 검증시 포함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 공직선거법 113조는 무엇?..김기식 위반했나?

선관위가 정치자금법 위반은 아니지만,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판단한 근거는 무엇일까.

공직선거법 113조는 국회의원, 지방의원 혹은 출마예정자 또는 그 배우자 등에 대해 원천적으로 기부를 금지하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국회의원 혹은 출마예정자 또는 그 배우자 등의 금품수수 행위를 막기 위해 마련된 규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정면 반박했다. 우 의원은 “김기식 원장은 이미 2016년 공천에 탈락해 선거에 나올 수 없는 처지였다. 그 다음 선거에 나오지 않으면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본다”며 “이후 수사과정에서 법적 절차로 잘 소명할 것”이라고 했다. 우 의원은 “선관위가 통상적이라는 자의적인 해석도 문제고, 선거에 활용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데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봤다”며 “그러면 우리당 20~30명이 모두 위법이냐? 자기 조직이 살기위해 하는 행동으로 밖에 안 보인다”고 비판했다. 실제 김기식 당시 의원은 선관위 질의 사흘전인 2016년 3월 22일 20대 총선 강북갑 경선에서 천준호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에게 패했다. 20대 총선 출마가 좌절된 상태였다.

이에 대해 선관위 측은 “국회의원 혹은 출마예정자의 범위를 그렇게 좁게 해석하지 않는다”며 “한번이라도 출마했거나 한 적이 있는 사람은 포괄적 대상자로 본다”고 답변했다. 선관위는 “통상적 정치활동을 위해 정치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제한하기 어려워 정치자금법 위반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유은혜 간사를 비롯한 ‘더좋은미래’소속 의원들이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김기식 전 의원과 관련해 위법행위로 유권해석한 선관위에 유감을 표명한다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남은 쟁점은?

청와대가 가장 궁금해 한 피감기관 예산으로 해외출장을 가는데 대해 선관위는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 수수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답했다. 애매한 스탠스를 취했지만 명확하게 정치자금법 위반이라고 판단하지는 않은 것이다.

선관위는 피감기관 예산 해외출장의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는 해외출장의 목적과 내용, 출장의 필요성, 업무관련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의원이 해외출장시 목적 수행을 위해 보좌직원, 인턴직원을 대동하거나 일부 관광에 소요되는 경비를 정치자금으로 지출하는 것 만으로는 ‘정치자금법 위반이 아니다’라고 결론지었다. 다만 국회 예산으로 해외출장을 가는 게 적법한 지 여부는 선관위 판단 소관이 아니라고 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의원들의 피감기관 예산 해외 출장을 전수조사해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자”고 제안했고, 자유한국당은 “청와대의 국회 사찰”이라며 반발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연구모임인 더좋은미래는 “선관위의 여론몰이식 정치적 해석에 유감을 표명한다”며 “선거법 위반 지적은 도저히 수용하지 못한다. 헌법재판소에 심판을 청구하는 방안을 깊이 검토하고, 법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재정 의원은 “더좋은미래에 많은 법률가(출신 의원)가 있는데 자체 판단으로는 그런(위법) 결론을 못 내렸다”며 “정치적 판단이 아니라면 그같은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비판했다. 더좋은미래는 권순일 현 선관위원장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했지만, 이에 앞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대법관으로 지명했고, 현재 선관위원 9명중 과반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하거나 양 전 대법관이 지명한 인사라고 부연했다.

김재은 (alad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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