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기업 ZTE 옥죄는 美.. 무역전쟁, 첨단기술로 번지나

박종현 2018. 4. 17.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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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상무부, 北·이란 제재 위반에 7년간 거래 금지 조치 / 美의회도 핵심기술 유출 등 제동 / 외국인 투자 심의 강화 입법 추진 / 英 "자국社에 ZTE 장비 사용 말라" / 中, 즉각 반발.. "합법적 권익 수호 / 미국내 투자로 고용에 큰 기여" / 美서 부품 조달 못할 땐 ZTE 타격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재점화할 조짐이다. 미국 상무부의 중국 중싱통신(ZTE)에 대한 제재에 맞서 중국 상무부가 즉각 미국산 수수에 대해 반덤핑 예비판정을 내리며 맞불을 놨다. 미국 정부와 의회의 잇따른 ‘중국 기업 옥죄기’에 중국이 대응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상무부는 16일(현지시간) ZTE에 대해 향후 7년 동안 미국 업체와의 거래를 금지했다. ZTE가 북한·이란 관련 제재를 위반한 데 따른 조치다.

중국 선전에서 설립된 ZTE는 세계 4위의 통신장비 업체다. 스마트폰·통신장비에 들어가는 부품 25∼30%를 미국에서 조달하고 있다. 중국 정부 관계기관들이 대주주와 주요 주주다. 시장조사기관 IBS는 ZTE가 지난해 미국 기업에서 15억∼16억달러의 부품을 사들인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에서 부품을 조달하지 못할 경우, ZTE는 통신장비는 물론 스마트폰 사업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ZTE는 (제재 위반에 대해) 임직원에게 징계를 내리지 않고, 보상했다”며 “이런 끔찍한 행위는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밝혔다.


ZTE는 2012년 1월∼2016년 3월에 미국 업체에서 구매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제품 3200만달러어치를 적법한 승인 절차 없이 이란 전기통신사업자인 TCI에 공급한 혐의가 포착됐다. ZTE는 앞서 지난해 텍사스주 연방법원에서 미국의 대이란 수출금지령 위반 혐의에 대한 유죄가 인정됐고, 11억900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는 역대 최대 벌금이다. ZTE는 또 283차례에 걸쳐 북한에 휴대전화를 수출했으며, 제재 위반 사실을 감추기 위해 3자 거래방식을 이용했다.

미국의 동맹국인 영국의 사이버 보안 당국도 이날 자국 이동통신업자들에게 ZTE의 장비 이용을 피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중국 기업에 대한 압박엔 미 의회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연방의회 상·하원은 사실상 중국을 겨냥해 외국 기업의 첨단산업 투자에 제동을 거는 입법을 추진 중이다. 미국 내 투자 허가를 내주는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조사 대상과 범위를 현행보다 넓히고, 위원회의 규제 권한을 강화하는 게 추진 중인 법안의 핵심이다. 특히 ‘특별 관심 국가’의 자본이 미국의 첨단기술이나 안보 관련 기업에 투자할 경우 허가 요건을 지금보다 크게 강화할 예정이다. 표현은 ‘특별 관심 국가’로 돼 있지만, 사실상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중국은 즉각 미국산 수수에 대한 반덤핑 예비 판정으로 보복대응에 나섰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오후 공고를 통해 “미국산 수수에 대해 오는 18일부터 보증금을 내는 방식의 예비 반덤핑 조치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산 수수의 덤핑 행위로 중국 내 관련 사업에 실질적인 피해를 끼친다”며 “조사를 계속 진행한 후 최종 판정을 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국산 수수의 대중국 수출은 2013년 31만7000t에서 지난해 475만8000t으로 14배 급증했고, 미국산 수수의 대중국 수출 가격은 2013년 t당 290달러에서 지난해 200달러로 13% 하락했다.

중국은 미국에 대한 무역 보복과 동시에 자국 시장 개방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17일 중국 거시경제를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자동차 산업의 외자 진입 제한을 5년 내 모두 없애겠다고 밝혔다. 신랑망(시나닷컴) 등에 따르면 발개위는 특수목적 차량과 친환경차의 외자 주식비율에 대한 제한을 연내 없애고, 2020년까지 상용차, 2022년까지 승용차로 적용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조선업의 설계, 제조, 수리 분야와 항공기 제조업에 대한 외자 주식 비율 제한도 철폐하기로 했다. 이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0일 보아오 포럼에서 대규모 개혁개방 조치를 발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발개위는 “자동차, 선박, 비행기 등 제조업의 전면 개방을 통해 무역 보호주의에 결연히 반대한다는 우리의 입장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워싱턴·베이징=박종현·이우승 특파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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