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보고서 6개 국가핵심기술 포함"..산업부, 삼성전자 손 들어줘(종합)

세종=전성필 기자 입력 2018. 4. 17.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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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전문위원회 “7개 국가핵심기술 중 삼성 보고서에 6개 포함”

경기도 화성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직원들이 웨이버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조선일보DB

고용노동부가 정보공개를 추진하고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작업 환경 측정 보고서’에 국가핵심기술이 일부 포함돼 있다는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보호위원회의 유권 해석이 나왔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이르면 내일 산업보호기술위원회 반도체전문위원회의 판정 결과를 최종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의 판단이 법적 효력은 없지만, 작업 환경 보고서를 통째로 공개할 경우 중요한 영업기밀이 유출될 수 있다는 삼성전자 주장에 무게가 쏠릴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7일 삼성전자가 신청한 국가핵심기술 판정을 위해 개최한 산업기술보호위원회 반도체전문위원회 2차 회의에서 삼성전자의 작업 환경 측정 보고서에 국가핵심기술을 유추할 수 있는 정보가 담겼다는 판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작업 환경 측정 보고서는 법령에 따라 사업장에서 6개월마다 작성해 고용부에 제출하는 자료다. 노동자에게 해를 끼치는 유해물질의 노출 정도, 사용 빈도 등을 측정한 결과를 적기 때문에 직업병 피해노동자가 산업재해 입증을 위해 필요한 자료다.

문제는 공장 구조와 생산 공정에 쓰이는 화학물질 제품명과 취급량 등 삼성전자 반도체·스마트폰 제조 정보를 직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정보가 담겨있어 기업기밀 유출 우려가 제기됐다는 것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 측정 보고서에 국가핵심기술 관련 내용이 포함됐는지 확인해 달라고 지난달 산업부에 요청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산업기술보호위원회 반도체전문위원회는 17일 삼성전자의 작업 환경 측정 보고서에 7개 국가핵심기술 중 6개 핵심기술이 포함됐다고 판정했다. /산업부 제공

반도체전문위원회는 이날 서울 모처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고 삼성전자 작업 환경 측정 보고서에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됐는지 여부에 대해 논의했다. 반도체전문위원회는 지난 16일 회의를 진행했지만, 상세한 내용 검토를 이유로 최종 판단을 이날로 미룬 바 있다. 반도체전문위원회는 산업부와 국가정보원 등 정부위원 2명과 반도체 관련 학계, 연구기관, 협회 등 민간위원 13명으로 구성된다.

반도체전문위원회는 삼성전자 화성·평택·기흥·온양 반도체 공장의 2009~2017년도 작업 환경 측정 보고서에 30나노 미만 D램, 낸드플래시, AP 공정, 조립 기술 등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돼 있다고 최종 판정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문위원들이 보고서에서 공정명과 공정 레이아웃, 화학물질 상품명, 월 사용량 등으로부터 핵심 기술을 유추할 수 있다고 판정했다”며 “다만 전문위원들은 2007~2008년 보고서의 경우 30나노 이상 메모리이기 때문에 국가핵심기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반도체전문위원회는 7개 국가핵심기술 중 6개 핵심기술로 볼 수 있는 내용이 보고서에 포함됐다고 판단했다. 7개 기술은 30나노 이하급 D램과 낸드플래시에 해당되는 설계·공정·소자기술 및 3차원 적층형성 기술과 조립·검사기술, 30나노급 이하 파운드리에 해당되는 공정·소자기술 및 3차원 적층형성 기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설계·공정기술, LTE 등 모뎀 설계기술 등이다. 위원회는 이중 LTE 모뎀 설계기술만 보고서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봤다.

공정명과 공정 레이아웃의 경우 삼성전자가 공장을 효율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 최적의 공정 배치 방법이 포함돼 내용이 유출되면 경쟁 업체의 생산성 개선이 활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특정 라인과 공정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 상품명과 월별 취급량이 공개되면 공정 노하우와 레시피가 도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산업부 관계자는 “후발 업체가 이 정보를 획득하면 여러 대체 물질을 자체적으로 검증하지 않고도 최적 물질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전문 위원들이 판단 내렸다”고 말했다.

백운규 장관은 이르면 내일(18일) 내부 절차를 거쳐 삼성 작업 환경 측정 보고서에 국가핵심기술 정보가 일부 포함됐다는 반도체전문위원회의 판정 결과를 확정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국가핵심기술 포함 여부만 확인할 뿐 보고서 내용 공개 여부나 적절성에 대해 판단할 권한은 없다. 산업부 판정이 보고서 공개를 막는 법적 효력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과 중앙행정심판위원회 판단에 중요한 근거로 활용될 수는 있다. 정부 부처의 공신력 있는 판단인 만큼 행정 소송의 중요한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산업부의 이번 판정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할 계획이라 삼성전자측 주장에 힘이 대폭 실릴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일부 산업재해 피해자 등이 고용부를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를 제기하자 공개를 막기 위해 법원에 행정소송을 내고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는 행정심판을 제기한 상황이다.

한편, 이날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도 삼성전자가 고용부를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 집행정지 청구를 승인했다. 이에 따라 고용부는 보고서 공개 결정에 대한 유예기간이 끝나는 오는 19, 20일에도 보고서를 공개할 수 없게 됐다. 행심위는 “고용부가 삼성전자 사업장의 작업환경보고서를 바로 공개하면 행정심판 본안을 다툴 수 있는 기회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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