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작업정보 공개, '국가핵심기술' 판정에 제동걸릴 듯

세종=정원석 기자 2018. 4. 17.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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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측정보고서 내용을 공개하려고 했던 고용노동부의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작업환경측정보고서 공개가 30나노 미만 반도체 공정 및 조립기술 등 국가핵심기술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산업통상자원부가 17일 유권해석 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제공

이에앞서 중앙행정심판위원회 또한 삼성전자 온양·기흥·화성·평택 반도체공장과 구미 휴대전화공장, 삼성디스플레이 탕정공장 작업환경측정보고서 정보공개 집행을 정지해달라는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가처분 신청 수용 결정과 산업기술보호위원회의 유권해석으로 인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작업환경정보를 공개해 각종 산업재해와의 연관성을 규명하겠다는 고용노동부의 움직임이 사실상 좌초될 가능성이 커졌다.

◇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삼성반도체 작업환경보고서, 국가핵심기술 포함”

산업통상자원부는 16~17일 이틀간 산업기술보호 반도체전문위원회를 소집해 고용노동부가 정보공개를 추진하고 있는 삼성전자 온양·기흥·화성·평택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에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됐는 지 여부를 심의했다.

산업부는 “전문위원회는 위원회 전체의견으로 신청인의 반도체 공장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의 일부 내용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한다고 검토,결정했다”면서 “2009~2017년 화성, 기흥, 평택, 온양 사업장의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에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30나노 이하급 D램(DRAM), 나노플래시, AP 의 공정 및 조립기술이 포함됐다”고 판정했다. 작업장에서 사용된 화학물질과 등이 반도체 공정 및 조립기술을 유추할 수 있다는 게 전문위원회의 판단이다.

산업기술보호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삼성이 2014년 양산을 시작한 20나노(㎚, 1㎚는 10억분의 1m) 이하급 반도체 기술을 공개하지 말라는 것이다. 20나노급 반도체는 2011년을 전후에 삼성전자와 일본 엘피다 등과 치열한 기술 경쟁이 벌어졌던 분야다. 이 경쟁에서 삼성전자가 완승을 거두면서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독주 시대가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모리반도체 사업의 경쟁력은 한정된 웨이퍼 위에 얼마나 미세하게 회로를 새길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20나노급 공정 D램은 기존 30나노급 제품보다 생산성이 60% 이상 높다. 동작전력과 대기전력도 30나노급 제품 대비 15~20% 가량 적다. 반도체 공정은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과정에서 다량의 화학물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공정레이아웃, 상품명을 포함한 화학물질 명칭, 월 사용량이 공개되면 ‘레시피’의 윤곽이 공개되는 셈이다. 산업기술보호위원회가 “작업환경측정보고서 일부 내용을 바탕으로 핵심 기술을 유추할 수 있다”는 근거를 댄 까닭이다.

하지만 30, 40나노급 제품과 연관된 2007~2008년 보고서는 공개 결정을 내렸다. 실제로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 모임 ‘반올림’ 등이 문제삼고 있는 피해자들의 재직 연도는 2000년대 대부분 중반 이전이다. 백혈병 등 직업병 발병까지 시간이 남아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반도체 산업재해 문제가 최신 기술 공개의 주된 이유가 될 수 없다는 논리가 가능한 것이다.

◇ 산업부 유권해석, 행정심판에서 삼성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듯

산업보호위원회의 이번 결정으로 인해 근로자를 대리한 노무사와 방송사 PD에게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작업환경보고서를 오는 19일과 20일에 공개하겠다는 고용노동부의 움직임은 제동이 걸렸다. 산업부 결정에 앞서 삼성전자가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신청한 온양·기흥·화성·평택 반도체공장과 구미 휴대전화공장의 '작업환경측정보고서' 정보공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행심위는 삼성디스플레이 탕정공장 작업환경보고서 정보공개 집행정지 신청도 받아들였다.

고용부는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등의 작업환경보고서가 국민의 알권리와 작업장의 보건안전 환경 관리를 위해 공개돼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산업부 산업기술보호위원회의 유권해석에 따라 공개 결정이 무효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가 제기한 행정심판은 이번 가처분 신청 이후 1~2개월 뒤 최종 판결이 나온다. 이 때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작업환경측정보고서에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돼 있다는 산업기술보호위원회의 유권해석이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행심위가 삼성전자가 신청한 정보공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것 자체가 산업보호기술위원회의 유권해석을 행정심판에 반영하기 위해서였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심의는 기술적인 전문성을 중심으로 유권해석이 이뤄지기 때문에 행정심판 등에서 결정내용이 뒤집히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작업환경측정보고서 공개에 대한 심판도 이런 틀에서 크게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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