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대교 '눈높이' 교사도 피눈물.. "유령회원 수업료 떠안아"

이택현 기자 입력 2018.04.23. 05:01

관리교사가 탈퇴 처리 거부 '유령회원' 수업료 자비 입금노조 나서자 탈퇴 받아들여영업압박을 못 이긴 학습지교사들이 '제살 깎아먹기' 식 가짜계약에 내몰리는 상황은 교원 빨간펜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었다.

대교 눈높이 교사들은 이미 탈퇴한 회원의 수업비를 자기가 부담하며 이른바 '유령회원'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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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교 눈높이 지점 교사 사례

관리교사가 탈퇴 처리 거부 ‘유령회원’ 수업료 자비 입금
노조 나서자 탈퇴 받아들여

영업압박을 못 이긴 학습지교사들이 ‘제살 깎아먹기’ 식 가짜계약에 내몰리는 상황은 교원 빨간펜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었다. 또 다른 대형 학습지업체 대교 눈높이에서도 유사한 일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교 눈높이 교사들은 이미 탈퇴한 회원의 수업비를 자기가 부담하며 이른바 ‘유령회원’을 만들었다. 회원탈퇴 처리를 받아주지 않게 만드는 영업 시스템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교 눈높이는 위탁계약 신분인 교사가 회원들에게 수업료를 받아 회사에 건네면 회사는 이 중 38∼57%를 교사에게 수수료로 넘기는 방식으로 영업을 한다. 대교 눈높이 한 지점 교사 K씨도 2014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약 3년간 회원들에게 수업료 6600여만원을 받아 회사에 입금했다. 회사에서 받아낸 수수료는 2700여만원이었다. 그러나 수업료 중 실제 회원이 낸 돈은 한 푼도 없었다고 한다. 수업을 듣지도 않는 회원을 명단에 올려놓고 수업료 연체 압박이 올 때마다 K씨가 자비로 입금했다. K씨는 회사에 3900여만원을 입금하면서 유령회원을 유지한 것이다.

K씨가 유령회원을 만들 수밖에 없었던 데는 회사가 만든 시스템이 ‘갑질’을 조장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교 눈높이에서는 하위직 교사들이 가르치는 회원 수가 줄어들면 이들을 관리하는 관리직 교사 급여와 평판도 악영향을 받는다. 하위직 교사들이 관리하는 회원의 탈퇴 비율이 평균 7%면 교사들을 관리하는 관리직 교사도 7%만큼 수수료율과 수수료가 낮아지는 식이다. 이 때문에 관리직들은 매월 일정 비율을 정하고 그 이상의 탈퇴 신청은 받아주지 않고 버티기도 한다.

유령회원 회비를 대납하지 않고 버티다가 울며 겨자 먹기로 연체된 회비를 납부하는 일도 있다. 연체료를 납부하라는 회사의 독촉 때문이다. 경기도 한 지점에서 일하는 교사 M씨도 지난 1월까지 유령회원 수업 과목 61개를 보유했다. 이 중 길게는 10개월 전에 탈퇴 의사를 밝힌 회원도 있었다. 관리직이 이들을 탈퇴 처리해주지 않아 M씨는 수개월간 유령회원을 유지했다. 다른 여러 교사들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이 지점에서 근무하는 교사 4명이 보유한 유령 회원 수업 과목 수만 189개였다.

과목당 수업료가 최대 3만3000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탈회 지연은 교사들에게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한 교사는 “유령회원 회비를 내야 한다는 사실이 목을 조르는 것 같은 압박감으로 다가와 일하기도 힘들었다”고 증언했다.

이들의 퇴회 처리는 지난 1월 완료됐다. 전국학습지산업노조 대교지부가 회사에 공문을 보내 퇴회 처리를 하지 못한 과목들의 체납회비는 교사가 납부할 책임이 없다는 의사를 전달했기 때문이다.

노조 측은 “대부분 교사들이 유령회원 회비를 대납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알아도 노조 도움을 요청하기 부담스러워한다”고 말했다. 실적 압박을 못 이긴 교사가 유령회원 회비를 대납해 노조가 회사에 공문을 발송한 경우는 지난 한 해만 13건이었다. 올해는 더 늘어 4월 현재 벌써 10여건의 공문을 발송했다.

조정연 전국학습지산업노조 대교지부장은 “한계가 뻔히 보이는데도 유령회원을 유지할 수밖에 없도록 회사 전반의 시스템이 교사들을 강요한다”며 “개인차가 있을 뿐이지 기본적으로는 모든 교사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교 관계자는 “단속과 교육 등 자정작업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최근에 문제가 발생한 사례도 감사를 진행해 문제가 된 직원은 인사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