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빨간날]"피부가 붉은 홍인들아"..만연한 '백인조롱'

이재은 기자 2018. 4. 29.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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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 아닌 사람으로-③] 백인 우월주의에 대한 반격.."개인 향한 증오범죄 우려"

[편집자주] 월 화 수 목 금…. 바쁜 일상이 지나고 한가로운 오늘, 쉬는 날입니다. 편안하면서 유쾌하고, 여유롭지만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오늘은 쉬는 날, 쉬는 날엔 '빨간날'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널리 공유된 게시물. 누리꾼들이 백인들이 속눈썹을 검정색으로 염색하는 것에 대해 '아시안을 따라하지 말라'며 비꼬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새로운 유형의 조롱 문화가 등장했다. 과거 부러움과 선망의 시선으로 바라봤던 백인을 향해 '홍인(紅人·백인의 피부가 약해 쉽게 붉어지는 점에서 착안한 멸칭)'이라고 비하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 이 같은 문화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백인 우월주의에 대한 반감 생긴 한국인

미국이나 호주처럼 다인종 국가들은 일상생활에서 다른 인종과 접할 기회가 많다. 자연스레 이들 국가에선 인종차별이 늘 화두다. 인종혐오 표현, 인종범죄 관련 내용이 매일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반면 최근 몇 년간 급속도로 다문화 가정이 늘기 전까지만 해도 '단일 민족'이란 표현이 서슴없이 사용되던 한국에서는 인종 관련 이슈가 다른 이슈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세계화로 국가간 장벽이 없어지고,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 온라인 활동이 활성화되면서 변화가 생겼다. 온라인을 통해 이역만리 백인들의 생각 깊숙이 박혀있던 '백인우월주의'를 느끼게 된 것이다.

유튜버 '다스'의 한국식 메이크업 영상. 해당 영상 댓글에서 "한국인들이 백인을 따라한다"는 주장에 대해 토의를 하고 있다.

유튜브에 올라온 여러 '한국인 메이크업' 영상들의 댓글창은 백인우월주의가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곳으로 꼽힌다. 10만명의 구독자를 가진 뷰티 유튜버 '다스'(DAS)는 지난해 11월 올린 영상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그가 올린 '한국인 메이크업' 영상에 백인 다수가 '아시안으로서의 자신을 사랑하라' '백인을 그만 따라하라'는 댓글을 달아서다.

백인들은 유튜버 다스가 △컬러 렌즈를 낀 점 △머리카락을 밝게 염색한 점 △피부 보다 밝은 파운데이션을 바른 점 등을 비꼬았다. 이에 다스는 댓글을 남겨 "한국인은 수천년 전부터 밝은 피부톤을 선망해왔다"며 "화이트워싱(다른 인종을 백인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일부 이용자들은 댓글을 남겨 백인들의 이 같은 태도가 백인우월주의라며 반발했다.

카라클 TV 방송화면 캡처. 영상 속 프로그램 MC는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를 소개하면서 눈을 양 옆으로 찢는 동양인 비하 손동작을 취했다. /사진=뉴스1

여기에 한국의 톱스타들이 해외에서 백인들로부터 인종차별 받는 일도 벌어졌다. 지드래곤은 지난해 7월 명품 브랜드 샤넬의 가방 광고에 출연한 뒤 악플 세례를 받았다. 해당 광고 영상이 공개되자마자 해외 누리꾼들은 "수준 이하"라거나 "아시아인이 등장해 샤넬 이미지가 천박해졌다" 등의 인종차별적 댓글을 달았다.

인기 아이돌 방탄소년단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콜롬비아 카라클 TV의 'Dia a Dia' 프로그램에서 인종차별을 당했다. 영상 속 프로그램 MC는 방탄소년단의 노래 'DNA' 뮤직비디오를 소개하면서 눈을 양 옆으로 찢는 동양인 비하 손동작을 취했다.

일련의 일들을 겪으며 한국인들의 백인을 향한 분노가 누적됐고, 동시에 그동안 한국에서 보지 못했던 유형의 '홍인 조롱 놀이'가 등장했다.

◇'홍인' 외치며 반격나선 한국인… 개인 증오범죄 될 수 있어
홍인 비하는 주로 '미러링'(혐오 표현을 대상만 바꿔 그대로 되돌려주는 운동 방식)으로 구현된다.

백인 특성상 속눈썹이 금발이라 잘 눈에 띄지 않아 속눈썹을 검정색으로 염색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같은 사진을 게시하고 '옐로우워싱(화이트워싱을 비꼰 말) 하지 말라'는 댓글을 단다. 또 서양에서 유행중인 '톤 다운 화장'(자신의 피부보다 어두운 색으로 화장)을 가리켜 아시안을 선망한다고 놀리기도 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전문가들은 이 같은 '홍인 조롱 놀이'를 가리켜 '백인 주류 문화에 대한 일종의 반격'이라고 분석했다. 백인에게 '홍인'이라는 멸칭을 붙여 되갚아준다는 것이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한국인들이 인종적 측면에서 소수자로서 느껴온 차별 등을 반격해보려는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권력이 백인에게 있기에 상대적 소수자인 한국인의 '홍인' 표현은 인종차별이라든가, 혐오표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개인을 향한 증오범죄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이 교수는 "백인우월주의는 이데올로기로서 특정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홍인'이라고 부르며 온라인상에서 조롱하는 문화는 자칫 개인에 방점이 찍힐 수 있고, 이 경우 증오범죄 등을 야기할 수 있어 문제적"이라고 설명했다.

☞ 읽어주는 빨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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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 기자 jennylee1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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