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416 연대'에 위자료 받아 세월호 유가족에 기부하겠단 경찰

2018. 4. 30.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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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2015년 세월호 단체에 1억원대 손배 소송 걸어
소장 보니 "위자료 유가족에 기부하겠다" 황당 내용
단원고 유가족과 일반인 유가족 갈라놓는 내용도 포함
"촛불 정부에서 시민 상대 손해배상 소송 철회해야"

[한겨레]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첫 전체회의에서 세월호가족협의회 회원들이 1기 특조위 당시 진상 규명을 방해한 의혹을 받고 있는 황전원 위원의 사퇴를 요구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경찰이 세월호 유가족 등이 참여하고 있는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416연대)에 손해배상 청구를 하면서 “위자료를 받으면 세월호 유가족에게 기부하겠다”는 황당한 주장을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 담은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은 2015년 4월18일 세월호 추모 집회, 5월1~2일 노동절 집회에서 경찰 차량이 파손되고 경찰관이 다쳤다는 이유로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 회의’(세월호 대책위), 416연대 등을 상대로 두 차례에 걸쳐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경찰이 청구한 손해배상 금액은 총 1억1천여만원이다. 이 중에는 집회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 40명이 1인당 30만원씩 청구한 위자료 총 1200만원도 포함되어 있다. <한겨레>가 30일 입수한 이 사건의 소장을 보면 경찰은 “소송에서 승소하여 위자료를 받게 된다면 위자료 전액을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을 위하여 기부할 것을 약속”한다고 적었다. 세월호 유가족이 참여하는 단체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놓고 승소해 받은 돈을 세월호 유가족에게 기부하겠다는 셈이다.

이밖에도 경찰이 낸 소장에는 세월호 대책위와 416연대를 비방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특히 경찰은 416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를 겨냥해 “‘박래군 사단’이 모든 의사결정권을 확보했고, 정부 여당에 타격을 줌으로써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진보 정권 수립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견해도 제시되고 있다”라고 소장에 적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라는 요구를 ‘진보 정권 수립’ 목적으로 왜곡하면서 특정 집단의 정치적 집회라는 올가미를 씌우려 한 것이다. 이같은 의도는 “유가족이 참여하지 않은 국민대책회의(세월호 대책위)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국민대책회의가 유가족과 단일 연대체를 만들어 세월호 이슈를 매개로 대정부 투쟁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적은 대목에서도 엿보인다.

또 경찰은 소장에서 “416연대는 416가족협의회를 규합한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운영위원 86명 가운데 유가족은 17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구 통합진보당 등 이적단체 및 과거 불법 시위 주도 단체 회원 출신이 대부분”이라며 운영위원들의 ‘출신성분’을 문제 삼았다. 이 내용이 나오는 대목에는 “여기에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104명의 유가족, 승객들을 구하려다가 숨진 5명의 의인 유가족, 세월호 구조작업 중 숨진 민간 잠수사의 유가족 등은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라고 각주를 달며 단원고 학생 유가족과 일반인 유가족을 갈라 세우려는 시도도 한다.

박래군 416연대 공동대표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추모하는 당시 집회에서 경찰이 먼저 차벽을 세워 집회를 봉쇄하려고 했다. 정부가 먼저 잘못한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성 없이 세월호 단체와 시민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이 사건은 모두 1심이 진행 중이다. 피고 쪽 공동 대리인인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의 서선영 변호사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가장 힘들었던 것은 ‘돈 때문에 싸운다’라는 폄훼였다. 그런데 손해배상 소송을 내놓고 그 돈을 받으면 유가족에게 기부한다고 소장에 적은 것은 그런 심리를 공격하려고 한 의도로까지 보인다. 416연대 뿐 아니라 쌍용자동차 파업 등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있었던 국가의 노동자와 시민을 상대로 한 소송은 여전히 철회되지 않고 있다. ‘촛불 집회’로 탄생한 새 정부가 이 부당한 손해배상 소송을 더 이상 유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무차별적으로 이뤄졌던 국가의 손해배상 청구에 대응하기 위해 시민사회 단체들이 꾸린 ‘국가 손해배상 청구 대응 모임’은 5월2일 오전 11시 서울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세월호 가족과 시민들에 대한 괴롭힘 소송을 멈추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소장 내용 등이 논란이 되고 있고 손해배상 소송을 철회하라는 의견이 있다는 점은 알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경찰청과 정부 차원의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결론이 내려지는 대로 따를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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