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명희, 제주 올레길도 '갑질 폐쇄'..코스 일부 국토부 소유

안서연 기자 입력 2018.04.30. 17:10 수정 2018.05.0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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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것들 뭐야, 당장 길막아" 올레꾼들 보고 욕설..바로 폐쇄
"공익 반하는 사익 우선 안돼" 재사용 불허가 요구 목소리
서귀포시 토평동 서귀포칼호텔(원내)을 항공에서 내려다본 모습. '노란선'은 2007년 개장 당시 호텔 정원을 지나는 제주올레 6코스. 2009년 10월쯤 출입이 금지면서 해안가가 아닌 도로쪽으로 향하는 코스(파란색)로 바뀌었다. '빨간선'은 국토교통부 소유 공유수면이다. 호텔 측은 이 구간에 대한 점·사용허가를 받아 임대료를 내고 사용 중이다. (다음 지도 갈무리) 2018.04.30/뉴스1 © News1

(제주=뉴스1) 안서연 기자 = 과거 서귀포칼호텔 정원을 지나는 제주 올레길 6코스 구간이 대한항공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씨의 갑질로 폐쇄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도민사회의 불만이 야기되고 있다.

더욱이 정원 내 일부 구간이 국토교통부 소유로, 호텔 측이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받아 사용중인 것으로 드러나 더 이상 허가를 내줘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지난 2007년 10월 바닷물과 민물이 합쳐지는 절경의 쇠소깍에서 출발해 섶섬이 코앞에서 보이는 보목포구까지 이르는 올레6코스를 개장했다.

코스 개발에는 서귀포칼호텔 직원들도 적극 참여했으며, 사전 협의 절차를 거쳐 거믄여해안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호텔 정원 일부 구간을 코스에 포함하기로 했다.

그런데 2009년 10월쯤 호텔 측의 일방적인 요구로 호텔 정원을 지나는 구간이 폐쇄되면서 올레꾼들은 해안선이 아닌 도로쪽으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호텔 측은 올레 탐방객의 안전사고 등에 따른 책임 소재를 폐쇄 이유로 들었지만 실상은 호텔 소유주인 조양호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씨의 폐쇄 명령 때문인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당시 호텔 정원을 지나는 올레꾼 무리를 본 이씨는 “저것들 뭐야, 당장 길을 막아”라며 욕설을 했고, 호텔 책임자들은 이씨의 지시에 따라 폐쇄 조치를 하게 됐다는 게 제주올레 관계자의 설명이다.

제주올레 관계자는 “처음에는 우리도 안전상 책임 문제 때문에 폐쇄한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오너 부인의 지시가 있었다”며 “올레길을 낼 때 웬만하면 도로를 피하는 게 원칙이었는데 어쩔 수 없이 도로쪽으로 우회하도록 코스를 바꿨다”고 말했다.

서귀포시 토평동에 위치한 서귀포칼호텔. (칼호텔 홈페이지 갈무리) © News1

그런데 호텔 정원 일부 구간이 국토교통부 소유의 공유수면(구거)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대기업이 국가 자산을 임대해 경관을 사유화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서귀포시에 따르면 호텔 측은 지난 1996년부터 호텔 부지 내 구거(하천보다 규모가 작은 개울) 약 1만5120㎡(4574평)에 대한 점‧사용허가를 받고 현재까지 이용 중이다. 국토부 소유이며 허가 및 관리는 서귀포시청에서 담당한다.

대부분은 산책로로 이용 중이며 휴식공간, 일광욕장, 양식장에 따른 인수시설로 사용하면서 호텔 측은 해마다 서귀포시에 1520만원가량의 임대료를 내고 있다.

점‧사용 허가는 5년마다 재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만료 기간은 2020년 8월까지다.

국가 자산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빼어난 경관을 독점하려는 이씨의 갑질에 화가 난 일부 도민들은 재사용을 허가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귀포지역 문화예술인과 학자, 주민 등이 참여하고 있는 ‘서귀포의 미래를 생각하는 시민모임(이하 서미모)’을 이끌고 있는 윤봉택 공동대표는 “재허가를 내주지 말고 원상 복구시켜 시민의 품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표는 “국유지는 우선 공공의 목적에 맞게 사용해야 하는데 대기업의 사유재산으로 이용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공공의 목적에 반했을 때는 허가를 내줘선 안된다”며 “공유수면을 자기집 마당처럼 생각하는 행태를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호텔 측 관계자는 “당시 올레 코스가 포함된 구역이 굉장히 위험한 곳이기 때문에 막은 것이다. 올레길을 원하는 대로 다 뚫어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현재는 도민과 관광객들이 편안하게 다닐 수 있게 길을 개방해놨다”고 설명했다.

한진그룹이 2008년 인수한 파라다이스호텔. 이곳은 10년째 '공사중'이라는 표지판을 내걸고 도민과 관광객들의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현재 경비원이 지키고 있으며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다. 2018.04.30/뉴스1 © News1

서미모는 한진그룹이 2008년 서귀포칼호텔 인근 옛 파라다이스호텔 제주를 인수한 뒤 10년째 방치하며 도민과 관광객들의 출입을 막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서미모 소속 우호원 전 서귀포시관광협의회 기획이사는 “파라다이스호텔은 제주의 대표적인 허니문호텔이자 서귀포시민들의 아름다운 산책로였다. 대기업이 인수하면서 더 좋아지리라 기대했는데 10년째 문이 닫힐 줄은 생각도 못했다”며 “아예 들어가지도 못하게 하는 건 명백한 경관 사유화”라고 지적했다.

asy01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