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남북경협, 할 수 있는 건 당장 시작"..전력지원 계획도 담겨

조시영,이유섭 2018. 4. 3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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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이 金에 건넨 USB 속 '한반도 신경제' 구상은

◆ 4·27 선언 평화·번영의 길 ◆

지난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2018 남북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USB에 담아 건넸다고 하는 새로운 남북경협구상 '한반도 신경제지도'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 결론적으로 한반도를 서해축과 동해축, 그리고 DMZ축으로 나눠 H자 모양으로 종합 개발하겠다는 청사진이 담겼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귀띔했다.

과거와 달리 '남북한만의' 경협 방식이 아닌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의 투자를 동시에 받는 한편 중국 동북지방·러시아 연해주 지역 개발까지도 이어지게 하는 '국제적인' 경협이라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앞서 통일부 한반도 신경제지도 태스크포스(TF)는 작년 여름부터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새 남북경협구상 초안을 남북정상회담 직전에 청와대에 전달했다. 정부는 미·북정상회담 결과를 지켜본 뒤 중국, 일본과 외교적 협의 과정에서 의견을 더 추가해 6월에 최종안을 선보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 대통령은 3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후속 조치를 현실적 여건을 감안하면서 속도감 있게 추진해 주기 바란다"며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또 여건이 갖춰지기를 기다려야 하는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잘 구분해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것은 빠르게 추진하고, 여건이 갖춰져야 하는 것은 사전 조사 연구부터 시작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를 남북정상회담 이행추진위원회로 개편하고, 범정부 차원의 후속 조치가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준비해달라"고 주문했다.

'한반도 신경제지도' 초안에는 △경의선 개보수, 서울~베이징 고속철 건설, 개성공단 확대, 해주·남포·평양·신의주 연결 서해안 경협축 건설 등 '서해권 산업·물류·교통 벨트' △금강산·원산·마식령(관광), 단천(자원), 청진·나선(산업단지·물류) 등 동해안 개발과 함께 러시아 극동지역을 연결하는 '동해권 에너지·자원 벨트' △DMZ지역 생태·평화안보 관광지구 개발 및 문화교류센터를 구축하는 'DMZ 환경·관광벨트' 구상이 담겼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KTX경강선을 탄 사람들의 칭찬을 전하고, 이에 문 대통령이 베이징까지 이어지는 고속철 구상을 밝힌 이유도 이 같은 내용이 전달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서울~베이징 고속철은 중국횡단철도(TCR)로 아시아와 유럽을 잇겠다는 중국 구상과도 맞닿아 있어 국제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경협 1순위로 꼽힌다.

남북정상회담 결과인 '판문점선언'에 1차적으로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도로 연결과 현대화 내용을 명시한 것이 바로 본격적인 한반도 신경제지도 이행의 초석을 닦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서울∼신의주를 잇는 경의선 철도는 2004년에 이미 연결됐지만 시설 현대화가 절실한 상태다.

동해북부선은 부산에서 출발해 북한을 거쳐 러시아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통해 유럽까지 연결될 수 있지만 아직 남측 강릉∼제진(104㎞) 구간 건설이 필요하다.

경의선이 현대화되면 개성공단 물류가 활성화되는 한편 북한의 수도권(해주, 남포, 평양) 개발을 위한 기초 인프라가 된다. 또 동해북부선이 이어지면 남측의 설악산 관광과 북측의 금강산·마식령스키장 연계 관광이 가능해진다.

도로·철도와 함께 본격적인 경협의 기초가 되는 북한의 전력 분야 개선 계획도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에 담겼다.

북한의 수력·화력발전소는 2015년 말 기준 대형 발전소 68개, 중소형 발전소까지 포함하면 1180여 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북한의 수력발전 설비는 노후화가 심각해 53%가 전면교체 대상이다. 하지만 투자재원 부족으로 부품 교체를 못 하고 있다. 화력발전소는 평양과 그 주변에 건설돼 전력을 공급한다. 이 역시 30년 이상 된 설비가 78%에 달한다. 화력발전용량의 65%가 대규모 개보수, 폐지 그리고 리파워링 대상이다.

결국 남한 기술과 자본으로 북한의 노후한 수력·화력발전소를 개보수해야만 본격적인 경협을 시작할 수 있는 셈이다.

북한은 특히 신재생에너지 개발에도 관심이 많다. 2013년에는 '재생에네르기법'을 신설하고 2044년까지 500만㎾ 신재생 전력생산이라는 목표를 수립했다. 한반도 신경제지도에도 청진 지역을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 단지를 구축한다는 구상이 담겼다.

이번 판문점선언은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합의한 10·4남북정상선언의 경협 내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10·4선언에는 개성~신의주 철도와 개성~평양 고속도로 개보수 등 기반시설(인프라스트럭처) 확충, 해주 주변해역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후 공동어로·경제특구 건설, 개성공단 3통(통행·통신·통관)문제 해결과 2단계 개발 착수, 자원개발 적극 추진, 안변·남포 조선협력단지 건설, 농업·보건의료·환경보호 협력, 차관급 경협위원회를 부총리급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로 격상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조시영 기자 /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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