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에서 5000만뷰 웹소설 작가로.. '김비서' 저자 정경윤

박창영 2018. 5. 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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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지 '김 비서가 왜 그럴까' 저자 정경윤

모바일 세대의 부상은 소설의 종말을 의미하는가. 최근 서울시 용산구 카카오 한남오피스에서 만난 정경윤 작가(40)에 따르면 반드시 그런 건 아니다. 그가 2013년 출간한 소설 '김 비서가 왜 그럴까'(이하 '김비서')는 국내 모든 서점에서 로맨스 장르 1위를 찍은 지 한참 지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카카오페이지에 웹소설로 연재됐는데도 조회 수 5000만 건을 돌파했다. 해당 플랫폼 로맨스 장르 매출 1위.

"'김비서'가 최초로 출간된 게 한참 전인 데다 오프라인 서점 1위를 이미 휩쓸고 난 뒤라 더 읽을 만한 사람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동일 작품으로 다시 연재하는 게 카카오페이지 측에 미안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하면서 얻은 수익이 오프라인 책 판매로 거둔 것보다 많았어요."

기존 로맨스 소설 독자가 아닌 사람까지 플랫폼 연재를 통해 '김비서' 팬으로 대거 유입됐다는 의미다. 실제로 요즘 정 작가는 50·60대 팬과 마주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그의 작품을 즐기는 독자가 기존 10~30대에서 중장년층으로 대폭 확장된 것.

"사우나에서 카카오페이지 열고 '김비서'를 읽고 있는 50대 여성 분을 봤어요. 제가 취미활동으로 여기저기 학원 다니면서 사람을 사귀거든요. 그럼 제 카카오톡 프로필 보고선 ''김비서' 쓰신 분이었어요?'라고 묻는 분도 있어요."

'김비서'는 재벌 기업 유일그룹의 차남 이영준과 그의 비서 김미소의 연애를 담은 로맨스 소설이다. 사건은 9년 동안 이영준을 수행하던 김미소가 돌연 비서 일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하면서부터 전개된다. 김 비서를 보낼 상황에 처하고 나서야 자신의 연정을 깨닫게 된 이영준은 갖은 방법으로 그를 붙잡게 된다.

"제 이야기에는 재벌이 많이 등장하는데요. 저나 독자나 자신이 잘 모르는 세계를 궁금해하니까요. 다른 이야기에서 봤던 재벌 이미지를 참고해서 캐릭터를 구성해요. '김비서'를 쓰기 전엔 영화 '아이언맨'을 보면서 멋있다고 생각해서 그 이미지를 이영준에게 반영한 것 같아요."

'김비서'의 인기 요인은 복합적이다. 연애물에 오피스 스토리가 더해지고, 여기에 걸크러시(Girl Crush·여성이 동성에게 느끼는 강한 호감)를 유발하는 주인공 김미소 캐릭터가 포인트를 찍었다. 웹툰, 드라마 등 다양한 포맷으로 리메이크된 이유다. 현재까지 연재 중인 웹툰은 누적 483만명이 읽은 대한민국 대표 로맨스물로 자리 잡았으며, 다음달 6일 tvN 방영을 앞둔 드라마 버전은 주인공에 박서준·박민영이 캐스팅되면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캐스팅이 확정된 후 제 책을 읽으면 박민영·박서준 씨 얼굴이 떠올라요. 최근 카카오페이지용으로 외전을 집필할 때 머릿속으로 배우들을 그리며 작업했어요.(웃음) "

웹툰으로 리메이크된 `김 비서가 왜 그럴까`의 한 장면. [사진 제공 = 카카오페이지]
약사였던 정 작가는 답답한 약국 생활의 탈출구로 소설 작업을 택했다. "약국이라는 공간에 있으면 매일매일이 똑같거든요. 소설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창문이었어요. 혼자서 쓰다가 2003년쯤 로맨스 소설 커뮤니티 '로망띠끄'에 연재를 시작했는데요. 짜임새가 부족하고 어설펐는데도 회원들이 '재미있다' '빨리 올려달라'는 이야기를 해주니까 힘이 나서 하루에 한 편씩도 썼던 것 같아요."

현실 도피처였던 소설은 이제 본업이 됐다. 2010년부터 지금까지 출간한 작품만 10편 이상이며 5년 전부터는 약국에 더 이상 나가지 않고 있다. 새 웹소설 연재를 준비하고 있는 작품은 초기작 '크리스마스의 남자'.

유튜브와 트위터 시대에 웹소설이 소비되는 이유를 물으니 그는 "소설에 대한 갈증은 깊어지는데 종이책을 읽을 여유는 없어서"라고 대답했다.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고 있죠. 바쁜 일상에 시간 남을 때 보는 게 모바일 콘텐츠인데 그중에서 생각할 여지를 마련해주는 건 거의 없잖아요. 웹소설의 문장이 가볍기는 해도 영상으로 이야기를 소비할 때에 비해서는 천천히 상상하면서 읽어야 하죠. 그런 부분이 사람들에게 여유를 마련해주는 것 같아요."

[박창영 기자 / 사진 = 양유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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