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고위공무원 성접대, 성완종리스트 실제 사건 반영한 <달밤체조 2015>
[경향신문] 2015년 12월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출범했지만 조사는 정부·여당 측 방해로 더디기만 했다. 당시 박근혜 정부와 청와대는 세월호 참사로 악화된 여론을 뒤집기 위해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문화예술계 인사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자리를 뺐거나 불이익을 줬다. 당시 우병우 민정수석은 검찰을 좌지우지하며 길들이기에 한창이었다. 청와대와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최종 합의안에 서명했다. 돌이켜보면 2015년 말은 그 어느 때보다 암울했던 시기였다.
영화 <달밤체조 2015>는 그때를 사는 세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34살 작가 최영인(김윤서)은 매일 새벽 방송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달밤체조’ DJ다. 영인은 대학 선배이자 ‘달밤체조’ PD 양승준(황기석)을 사랑한다. 몇년 전 아내와 사별하고, 딸과 둘이 지내는 승준은 영인의 마음을 알지만 모른 체 한다. 영인이 홀아비인 자신과 이어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누나 친구인 영인을 고등학생 때부터 짝사랑 중인 검사 민준기(신민철)가 있다. 준기는 영인에게 잘 보이려 검사가 됐지만, ‘정치 검찰’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영인은 관심조차 없다.
영화는 이른바 삼각관계인 세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가운데 두고 한국 사회의 여러 단면을 비판적으로 비춘다. 고위공무원 성접대, 성완종 리스트 사건 등 실제 사건 위에 현실감 있는 인물과 대사를 얹었다. 준기의 동료 검사 진민수(신희철)는 영화 <내부자들>을 언급하며 “영화는 현실을 못 따라간다”고 말한다. 그러나 <달밤체조 2015>는 현실을 매우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민수는 준기에게 말한다. “2015년 말 한국은 서유기다. 온통 사람 옷 입은 동물들이 설치잖아” “서유기의 주인공은 우마왕이야. 여러 가지 상황을 보면 우마왕이 검찰을 장악한 것 같아” “서유기를 보면 우마왕 뒤에 파초선을 갖고 있는 나찰녀가 있잖아. 나찰녀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게 냄새 잘 맡는 선배들의 중론이야”.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 등을 풍자하는 대사다. 권력 눈치를 보는 수뇌부를 비판하는 글을 검찰 내부망에 올리고, 자기 소신을 떳떳하게 밝히는 준기를 두고 지방검찰청장은 준기가 소속된 부서 부장검사에게 말한다. “임은정 2 나오겠다니까”.
영화는 언론에 대한 비판의 시선도 담고 있다. 라디오국장은 ‘달밤체조’가 정부를 비판하는 오프닝 멘트를 했다는 이유로 PD 승준에게 ‘연출 정지’ 처분을 하고, 다른 부서로 인사를 낸다. 블랙리스트에 올라 방송에서 하차한 김미화씨 등을 떠올리게 되는 장면이다. 정청래 전 국회의원, 김용민 <국민TV> PD, 노회찬 국회의원, 주진우 <시사IN> 기자 등이 카메오로 출연해 현실을 풍자한다. 국밥집 손님을 연기한 노 의원은 “삼성이 망하면 우리나라 망한다, 노회찬 금마 빨갱이 아니가”라고 말한다. 저예산 독립영화 <달밤체조 2015>는 극장에서 상영하지는 않는다. 네이버 또는 비미오 스트리밍으로 볼 수 있다. 136분. 12세 관람가.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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