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文정부 이니굿즈 기념품..英 지중해식당 표절 의혹
청와대가 4일부터 판매하려고 했던 ‘문재인 정부 출범 1주년’ 기념품이 표절 의혹에 휩싸였다.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3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1주년 맞아 청와대 기념품을 새로 디자인해 청와대 사랑채에 선보인다”며 시계, 컵, 충전기, 문구류 등 21개 품목 41종의 사진과 도안을 공개했다.
청와대는 보도자료를 통해 “신규 도안은 청와대의 기와와 태극 모양을 주된 이미지로 하며, 청기와 곡선을 차용한 ‘청와대’ 서체와 곧은 느낌의 국정 슬로건 ‘나라답게 정의롭게’의 서체를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청와대 기념품에 사용된 색깔 도안은 영국의 유명한 디자인 회사인 ‘히어디자인(Here Design)’이 만든 영국의 레스토랑 ‘팔로마(Palomar)’의 메뉴판과 명함, 컵 받침 등에 사용된 도안과 아주 흡사하다. 레스토랑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식당 물품에는 청와대 도안과 거의 똑같은 톤의 하늘색, 파란색, 분홍색, 흰색 등이 사용돼 있다.
팔로마는 영국 런던에 위치한 지중해식 음식을 파는 식당이다. 해당 레스토랑의 홈페이지는 물론 이를 디자인한 히어디자인의 홈페이지에도 청와대 기념품에 사용된 것과 같은 색깔을 사용한 팔로마의 도안이 ‘포트폴리오’로 게시돼 있다.
익명을 요구한 디자인 회사 관계자는 “디자인은 문양과 컬러 두 가지 측면에서 봐야한다”며 “청와대 기념품과 팔로마 레스토랑의 도안은 문양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5가지 컬러를 똑같이 쓴 것은 ‘비슷한 감’이라는 말이 나올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디자인을 하는 과정에서 레퍼런스(참고)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청와대 디자인은 레퍼런스를 너무 많이 참고한 것 같다”며 “해외에서 표절로 소송을 걸어올 소지도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청와대 기념품은 분명히 ‘한국의 얼굴’인데 한국적 색깔이 아닌 이질적 색을 쓴 데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도 말했다.
청와대 기념품에 사용될 도안을 만든 곳은 한국관광공사(사장직무대행 강옥희)와 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원장 최봉현)이다. 청와대 사랑채 기념품점의 운영권이 관광공사에 있기 때문이다. 다만 청와대는 관광공사가 만든 디자인을 검토해 사용 승인을 해주기 때문에 표절 논란과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청와대는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청와대는 사랑채에서 판매될 상품의 디자인 등이 국격을 해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는 역할만 하고 있다”며 “이번 기념품도 그런 과정을 거쳤지만 표절 여부 등은 검토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두 디자인의 유사성이 인정되거나 팔로마 레스토랑 디자인을 한 회사에서 문제 제기를 한 건 아직 없다”며 “만약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판매는 물론 도안 책임 등에 대한 종합적 재검토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청와대는 이날부터 사랑채에서 새 기념품 판매를 시작하겠다고 밝혔지만, 기념품 디자인에 대한 표절 의혹이 일면서 판매를 보류했다. 이날 오전부터 기념품을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서 있던 100여 명의 사람들은 이름과 주소, 연락처 등을 남기고 돌아서야 했다. 사랑채 측은 새 기념품의 판매 지연 이유에 대해 "검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만 해명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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