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년전 조선 외교관 눈에 비친 미국은 어땠을까

2018. 5. 7.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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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는 여러 사람이 마음을 합해 만든 나라로 권리가 주인인 백성에게 있다. 그러므로 비록 보잘것없는 평민이라 할지라도 나랏일을 자기 일처럼 돌보아 마음과 몸을 다하여 극진히 하지 않음이 없다."

왕이 다스리는 나라에서 온 박정양에게 미국은 만인에게 권리가 있는 생경한 나라였다.

한 교수는 이어 "박정양은 미국의 문물과 제도를 조선에서 일시에 수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봤을 것"이라며 "그는 온건하고 점진적인 개혁을 추구한 관료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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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양이 쓴 최초 미국 견문기 '미속습유' 출간
미속습유.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이 나라는 여러 사람이 마음을 합해 만든 나라로 권리가 주인인 백성에게 있다. 그러므로 비록 보잘것없는 평민이라 할지라도 나랏일을 자기 일처럼 돌보아 마음과 몸을 다하여 극진히 하지 않음이 없다."

노론 명문가인 반남박씨 출신 박정양(1841∼1905)은 1887년 고종이 미국에 특파한 전권대신이었다. 그는 이듬해 1월 1일 미국 본토에 도착해 11개월 동안 머물며 보고 느낀 점을 상세하게 기록했다. 왕이 다스리는 나라에서 온 박정양에게 미국은 만인에게 권리가 있는 생경한 나라였다.

박정양은 44개 항목에 걸쳐 미국의 실상을 정리했다. 그가 짧은 기간에 이처럼 열심히 글을 쓴 이유는 고종이 "견문을 넓히되 우리나라 사정에 관계되는 일이 있으면 즉시 보고를 올리도록 하라"는 명을 내렸기 때문이다.

박정양이 1888년 집필을 완료한 미국 견문록 '미속습유'(美俗拾遺)는 문집 '죽천고'(竹泉稿)에 실렸다. 미속습유는 따로 출간되지는 않았지만, 고종과 관리들이 두루 읽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정양.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탈고 당시에는 책으로 빛을 보지 못했던 미속습유가 130년 만에 단행본으로 나왔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22일 미국 워싱턴 주미대한제국공사관 정식 개관을 앞두고 한철호 동국대 교수가 번역한 미속습유를 출판사 푸른역사를 통해 출간했다.

재단은 "미속습유는 최초의 서양 견문록으로 알려진 유길준의 '서유견문'(西遊見聞)보다 1년 앞서 작성된 첫 미국 견문기"라며 "저자 박정양은 미국이 부국강병 하게 된 원인과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조선이 추진해야 할 자강책도 모색했다"고 평가했다.

미속습유는 크게 지리와 역사, 정부기관 체제와 사무, 경제 상황, 풍속과 사회시설 등 네 부문으로 나뉜다.

박정양은 이 글이 보고서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통계 자료를 많이 인용했다. 예컨대 '인종' 항목에서는 1880년 인구 통계를 활용해 백인종, 흑인종, 원주민, 청국인 수를 자세하게 기재했고, 미국 각 주를 설명하면서 경도와 위도, 주요 도시를 빠짐없이 기록했다. 주 명칭은 한글로 영어 발음을 적고, 중국과 일본에서 쓰는 한자 지명을 병기했다.

특히 흥미로운 대목은 풍속이다. 박정양은 "음식은 달고 짠 것을 좋아하는데, 쌀은 거의 먹지 않고 오로지 밀가루빵과 생선, 고기, 과일, 채소를 좋아한다"거나 "남자는 어릴 때부터 머리카락을 잘라서 길게 기르지 않고, 여인은 머리칼을 길게 기르고 자르지 않으며 정수리에 둥글게 묶는다"고 기술했다.

그는 미국이 대통령을 선거로 선출하는 민주주의 국가라는 사실을 전하면서도, 따로 이에 대해 평가하지는 않았다.

한철호 교수는 "박정양은 미국의 삼권분립제와 민주공화제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미국식 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정당정치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며 "현실적으로 정당정치가 조선에서는 실현될 가능성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당파를 조성해 군주권에 혼란을 초래할 염려가 있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이어 "박정양은 미국의 문물과 제도를 조선에서 일시에 수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봤을 것"이라며 "그는 온건하고 점진적인 개혁을 추구한 관료였다"고 덧붙였다.

236쪽. 1만7천500원.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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