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조 노다지? 북한 광물자원 개발은 누가'

송진식 기자 2018. 5. 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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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남북정상회담으로 남북관계가 급진전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구상 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 북한 내 도로, 철도, 에너지 등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른바 ‘남북경협사업 관련주’들도 주식시장에서 상한가를 기록 중이다.

2007년 7월 인천항을 통해 북한 정촌 흑연광산에서 채굴한 흑연이 국내로 들어오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대북투자 문제만큼이나 주목 받은 게 바로 북한의 광물자원이다. 북에 대규모 투자를 할 경우 투자비를 회수할 현실적인 방안으로 광물자원 개발이 거론되기 때문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가 2016년 추정한 자료를 보면 북한에는 금 2000톤, 마그네사이트 60톤 등 전체 42개 광종이 매장돼 있고 잠재적 추정가치는 3200조원에 달한다. 북한 광물자원 개발을 한다면 과연 ‘누가’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놓고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한민국은 전형적인 지하자원 빈국이다. 2017년 기준 광물 수입의존도는 93%가 넘고, 금속광물의 경우 수입의존도가 99%에 달한다. 주요 광물의 경우 국가 비축사업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고 해도 다양한 수입여건 변화에 따른 자원 확보 문제를 늘 과제처럼 안고 있다. 해외 광산 개발을 통해 자원을 수급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광산 개발은 긴 시간이 필요한 사업이다. 자원 탐사부터 개발, 채굴, 제련, 수송 등 원하는 광물을 손에 넣기 위해 길게는 10년 이상 시간이 소요된다. 비용도 사업규모에 따라서는 조 단위를 넘어가기 일쑤인 탓에 국내 기업들 중에서도 해외 광물자원에 직접 투자해 성공한 사례가 손에 꼽을 정도다.

민간기업들 “계획 없다”

3000조원이 넘는 ‘노다지’로 불리는 북한 광물자원을 개발하는 문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장밋빛 전망이 나오긴 하지만 북한 광물자원의 추산가치도 어디까지나 ‘추산’일 뿐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 이인우 남북자원협력실장은 “북한은 광물자원 매장량을 국가 자산으로 규정하고, 지하자원에 대한 통계자료는 대외비로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며 “북한 내 지하자원에 대한 체계적이고 정확한 통계자료는 정리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당장 북한 자원개발이 현실화된다 해도 남과 북이 협력해 실질적인 자원탐사부터 먼저 해봐야 한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이 때문에 제한적인 북한 정보를 토대로 자원개발에 선뜻 나설 대기업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포스코대우, LS니꼬동제련 등 해외 자원탐사와 개발에 경험이 있는 대기업들도 북한 자원개발 문제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아무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국내 기업이 북한 자원개발에 진출한 사례는 광물자원공사를 포함에 단 4건에 불과하다. 이 4건도 북한의 2010년 ‘5·24 조치’로 모두 개발이 중단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이 지난해 국감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남측 기업들은 북한에 480억원을 투자했지만 실제 광물로 회수된 금액은 광물자원공사가 들여온 2억8000만원 상당의 흑연이 유일하다.

북한의 제반 여건과 남북관계 변화에 따른 리스크 등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북한 자원개발에 나설 수 있는 곳은 결국 공공기관인 광물자원공사 정도다. 하지만 공사의 경우 올해 3월 30일부로 광해관리공단과의 통·폐합이 확정되면서 곧 사라질 조직이라는 게 문제다. 광물자원공사는 이명박 정부의 이른바 ‘자원외교’ 사업의 선봉에 섰던 곳이다. 자원외교 사업과정에서 멕시코 볼레오 광산,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 등에 수조원의 돈을 쏟아부었지만 모두 부실사업으로 결론이 나면서 존폐위기에 몰렸다. 2008년만 해도 자산 1조1360억원, 부채 5000억원 수준으로 ‘건실한’ 공기업이었던 광물자원공사는 2016년 5조원이 넘는 부채를 지면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광물자원공사에 개발 맡길까

이후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에 대한 수차례의 감사과정에서 공사 측의 사업 관리부실, 감사 부실 등 내부 문제까지 속속 드러나면서 광물자원공사는 자원외교와 함께 이른바 ‘적폐’로 지목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수개월간 공사의 처리 문제를 놓고 ‘해외자원개발 혁신 태스크포스(TF)’가 가동된 끝에 나온 결론이 광해관리공단과의 통·폐합이다. 정부는 통·폐합 결정과 함께 신설되는 공사와 광해공단 통합법인의 경우 국내외 자원개발에 직접 나서지 못하게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하지만 통·폐합 결정이 난 뒤 한 달이 채 안돼 남북관계가 급진전되면서 변수가 생긴 상태다. 어느 때보다 남북경협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특히 북한 자원개발의 경우 적절한 개발 주체를 찾기 어려운 만큼 2019년 1월 출범할 공사와 광해공단의 통합법인이 개발을 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내린 공사의 통·폐합 결정이 ‘성급했다’는 증언도 나온다. 해외자원개발 혁신TF에 참석했던 한 민간위원은 “당시 회의 때 일부 민간위원들은 공사를 그렇게 빨리 통·폐합하기보다는 현재 진행 중인 볼레오 광산 등의 사업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이를 통한 처리방향 결정 등을 주장했었다”며 “그럼에도 정부 측과 일부 전문가들 의견이 빠른 통·폐합과 정리 쪽으로 크게 기울어 의견이 반영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광물자원공사 측도 내심 남북경협을 계기로 적어도 북한에 한해서는 자원 직접개발권을 확보하길 바라는 눈치다. 한국광물자원공사노조 이방희 노조위원장은 “자원개발은 숙련된 인력과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사업이고 광물공사만큼 해당 인프라를 갖춘 곳이 없다”며 “북한 자원개발권을 공사가 갖게 된다면 볼레오 등 자산 매각에 따른 내부 인력의 재배치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사의 경우 실제 2003년 북한의 당시 명지총회사와 정촌 흑연광산 합자개발 계약을 체결한 뒤 2010년 사업이 중단될 때까지 남북자원협력실 산하에 정촌사업부를 전담조직으로 두고 남과 북을 오가며 사업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 광물자원공사의 한 관계자는 “당시 북한 현지에도 사무소가 있었고 장기출장으로 상당 기간 북에 머무른 직원도 있었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5월 3일 세종시 산업통상자원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자원외교 실패에 따른 책임을 오로지 공사에 전가하며 서둘러 덮으려 하고 있다”며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정부는 통합법인이 북한 개발사업을 맡는 방안을 검토할 수는 있지만 직접 개발은 안된다며 선을 긋고 있다. 산업부 박기영 에너지자원정책관은 “정부가 통합법인의 직접 개발 관여 금지를 원칙으로 정한 이상 통합법인이 북한 사업에 관여한다 해도 민간기업을 지원하는 차원이 될 것”이라며 “지원을 통해 북한 자원개발에 나설 수 있는 기업들을 모색해 보겠다”고 밝혔다.

통합법인은 관련 설치법에 따라 운영될 예정이다. 정부는 5월 국회 정상화가 무산된 상태이고, 6월에 지방선거가 있는 점을 감안해 통합법인 관련 법안을 7월 이후에 발의할 예정이다. 법안에는 결론이 어찌되든 북한 문제도 반영해야 하므로 통합법인이 북한 자원개발에 직접 나설 수 있는지 여부는 7월 이후에나 판가름날 전망이다.

변수가 있다면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비리의혹에 대한 시민사회단체들의 검찰 재수사와 국회 청문회 개최 등 진상규명 요구다. 진상규명을 통해 후속조치 등이 있을 경우 광물자원공사의 통·폐합 문제 자체가 원점에서 재검토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조수진 변호사는 “자원외교 사업이 누구의 지시로 왜 시작돼 대규모 적자를 내도록 운영된 것인지 기초사실에조차 접근하지 못한 상태”라며 진실을 규명하고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선례를 남겨야 한다”고 밝혔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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