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조선일보의 라돈침대 기사 유감 (遺憾)

강청완 기자 2018. 5. 1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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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1일 자 조선일보 '라돈침대' 관련 기사에 대한 반박


지난 10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라돈침대'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진침대 일부 모델에서 방사성 물질, 라돈이 검출된다는 사실이 처음 보도된 뒤 일주일 만이다. 이튿날, 조선일보도 중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SBS가 보도한 '라돈침대'…원안위 "피폭량 기준치 이하">라는 제하의 관련 기사를 썼다. 온라인과 최종 지면에는 위 제목으로 수정됐지만 최초 가판에는 <SBS가 법석 떤 '라돈침대'…원안위 "피폭량 기준치 이하">라는 제목이 달렸다.

평소에 열심히 챙겨보는 신문이니만큼 열심히 기사를 읽었다. 다만, 해당 이슈를 보도한 기자의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조선일보 기사는 중간조사 결과를 오해했거나 사실 관계를 혼동한 결과에서 빚어진 결과로 보인다. 사실을 보도함에 있어 실수나 오해가 있어서는 안 되기에 SBS도 발표 당일과 다음날 두 차례에 걸쳐 원안위 발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관련 보도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다만 방송 매체의 특성상 설명이 다소 부족할 수 있기에 이 기회를 빌어 보충 설명을 전한다.

1. "라돈 농도는 보도된 수치의 10분의 1"? 토론-라돈 개념 오해.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원안위 중간조사 결과 발표를 인용해 "문제가 된 대진침대의 매트리스 속 커버를 조사한 결과 라돈이 검출됐다"면서 "다만 농도는 언론에 보도된 수치의 10분의 1 수준이며 방사능 피폭량도 기준치 이하로 나왔다"고 보도했다. 또 원안위 관계자를 인용해 "대진침대 매트리스에서 나온 라돈 농도는 환경부 권고치보다 낮은 1㎥당 58.5Bq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는 라돈과 토론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지 않은 데서 비롯한 기술로 보인다. 원안위 조사 결과 확인된 해당 매트리스 속 커버의 측정값은 라돈 58.5 Bq/㎥, 토론 624 Bq/㎥ 였다. 조선일보는 상대적으로 낮게 검출된 '라돈 58.5 Bq/㎥'수치만 인용하고 토론 수치는 일절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라돈, 토론은 모두 '라돈'(Rn)이라는 원소의 주요 핵종이다. 라돈은 Rn-222, 토론은 Rn-220인데 원소기호가 같은 데서 알 수 있듯, 토론도 라돈이다. 우라늄과 토륨이 붕괴되면서 라돈이 생성되는데, 우라늄에서 생성되는 라돈을 라돈(Rn-222), 토륨에서 생성되는 라돈을 토론(Rn-220)이라고 구분하는 것이다.

라돈(Rn)의 주요 핵종이 라돈(Rn-222)이라니까, 헷갈리긴 한다. 그러나 토론(Rn-220)도 라돈의 일종이라는 건 전문가들에게 전화만 몇 통 돌려봐도 알 수 있는 상식이다. 원안위가 중간조사 결과 발표 때 배포한 보도자료 6쪽에도 이러한 설명이 분명히 나와 있다. 다만 원안위가 Rn-222와 Rn-220 측정치를 구분 기재하면서 이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점이 오해를 부른 측면은 있다.

SBS가 인용한 연세대학교 라돈안전센터의 측정 수치 620Bq/㎥은 이 라돈과 토론을 합쳐 통칭한 것이다. 취재의 발단이 됐던 연세대의 측정 보고서 결론 부분에도 "'토론'이라고 불리는 라돈(Rn-220)을 방출하는 원인물질이 의뢰한 섬유에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기재돼 있다. 따라서 토론 수치를 쏙 빼고 원안위의 Rn-222 측정치 58Bq/㎥과 Rn 측정치 620Bq/㎥을 단순 비교해 '농도가 언론에 보도된 수치의 10분의 1 수준'이라는 설명은 엄밀히 있을 수 없다. 원안위 또한 그렇게 설명한 적이 없다. 비교 대상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연세대학교 라돈안전센터 정밀 측정 보고서의 결론 부분

조선일보는 기사 앞부분에 원안위 관계자의 멘트가 아닌,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중간조사 결과 발표에서 "다만 농도는 언론에 보도된 수치의 10분의 1 수준"이라는 설명이 나왔다고 보도했지만 이날 발표에서 그런 이야기는 없었다. 혹시 몰라 당시 녹화된 발표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수차례 확인했지만 그런 워딩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필요하다면 녹취록을 공개할 용의가 있다.

물론, 토론의 특성상 통상 라돈을 지칭할 때는 편의상 Rn-222를 많이 쓰긴 한다. 실내 공기질을 이야기할 때도 Rn-222를 기준으로 설정한다. 토론(Rn-220)은 반감기가 55.6초에 불과해 금방 날아가 버리지만 Rn-222는 3.8일이라 공기 중에 오래 남아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경부의 실내 공기질 권고치를 기준으로 할 때는, Rn-222를 기준으로 이야기하는 게 맞다. "Rn-222 농도가 환경부 권고치보다 낮은 1㎥당 58.5 Bq로 나타났다"는 문장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실내 공기가 아닌, 제품에서 곧바로 방출되는 라돈이기에 문제가 된다. 이 부분이 문제의 핵심이며, 토론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실제로 원안위는 라돈에 의한 피폭 방사선량을 계산할 때 우라늄과 토륨, 두 가지를 모두 합쳐 계산했다)

토론은 라돈에 비해 피폭 양이 적고, 방호가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에 현재 토론을 규제하는 나라는 없다는 원안위 설명은, 실내 공기질 관리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엄밀히 이번 이슈에는 맞지 않는다. 원안위 설명대로 토론은 낮게 깔리고, 55.6초면 반으로 줄어든다. 그러나 호흡기를 가까이 대고 자는 침대의 경우는 그 안에 충분히 흡입할 가능성이 있다. 심지어 낮게 깔리기까지 한다. 원안위도 그래서 "침대와 같이 호흡 밀착형 제품의 경우에는 모나자이트 사용에 따른 토론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으므로" 추가 조사 및 관련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 [취재파일] 어설픈 '라돈침대' 조사 결과 발표…혼란만 키웠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원안위의 불친절한 설명에도 불구하도 당시 브리핑에 참가한 매체를 비롯한 대부분의 언론은 '라돈 농도가 보도된 것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는 표현은 거의 쓰지 않았다. 사실관계가 틀린 표현이기 때문이다. Rn-222와 Rn을 구분하지 못하면 범하는 실수다. 이틀에 걸쳐 관련 보도를 모니터링했지만 조선일보 외에 이 같은 표현을 쓴 기사는 기자 바이라인이 달리지 않은 모 경제지의 이슈 섹션 온라인 기사뿐이었다.

2. 핵심은 '내부 피폭'…왜 빼고 보도했나?

조선일보는 또 "피폭량 기준치 이하"라는 제목을 달고 "피폭량을 측정한 결과 (침대에서) 연간 최대 0.15mSv"가 나왔으며 이는 "연간 1mSv인 기준치의 7분 1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는 피부를 통한 외부 피폭선량만 반영한 수치다. 정작 원안위가 외부 피폭선량과 함께 발표한 내부피폭선량(0.5mSv)에 대한 정보는 기사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아예 내·외부 구분 없이 "피폭량"이라고만 썼다. 판단 착오로 인한 실수인지, 내부피폭과 외부피폭을 구분 못해서 빚어진 해프닝인지, 아니면 고의로 누락한 건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날 발표에서 정작 중요한 팩트는 '내부피폭이 확인됐다'는 내용이었다. 원안위가 스스로 밝혔듯 "침대에 의한 추가 피폭과, 그로 인한 인체 영향이 확인됐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피폭은 원안위 표현을 빌면 "불필요한 피폭"이다. 이 부분은 보도로 밝혀진 새로운 내용이다. 내부피폭에 대한 기준이 현재로선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안위가 일상생활용품에 대한 모나자이트 사용 제한 등 개선책을 마련하겠다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내부피폭이 중요하지 않고, 외부피폭도 기준치 이하라면 굳이 제도를 바꿀 이유가 없다.

① 외부피폭: 방사능이 눈과 피부 등 인체의 외부에 미치는 피폭량
② 내부피폭: 방사능이 몸속 장기 등 인체의 내부에 미치는 피폭량

물론 제목을 '기준치 이하'로 달았는데 외부피폭은 기준치가 있고, 내부피폭에 대해서는 기준치가 없으니까 쓰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는 제목에 기사를 끼워 맞추려다 정작 중요한 팩트는 누락시킨 셈이다. 침대라는 제품의 특성상, 가장 우려되는 건 내부피폭이다. 외부피폭은 눈과 피부 등 외부를 통해 방사선에 노출되는 경우고, 내부피폭은 방사성 물질을 호흡 또는 섭취를 통해 안으로 들이마셨을 때 발생한다. 침대에서 발가벗고 자지 않는 이상, 외부피폭보다는 수 시간 동안 자면서 들이마시는 내부피폭의 위험성이 더 큰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라돈이 폐암을 유발하는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된 이유가, 기관지나 폐포에 달라붙어 유전자를 손상시킨다는 기전 때문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면 더욱 그렇다.

더군다나 0.5mSv의 내부피폭선량이 무해하다고 볼 근거도 없다. 외부 피폭선량과 동일한 기준으로 놓고 보면 침대에서 자는 것만으로 전체 기준의 절반에 이르는 셈이다. (이보다 적은 피폭선량으로도 인체 유해성을 입증하는 해외 논문과 사례가 있지만 원안위가 채택하지 않고 있으니 제외한다) 심지어 외부피폭에 대한 기준만 두고 있는 가공제품 관련 법령에서도 화장품과 장난감 등 직접 흡입이나 섭취의 위험이 있는 제품에 대해서는 방사능 원인물질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내부피폭 가능성 때문이다.

이는 원안위가 자초한 측면도 없지 않다.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우리가 가진 기준치에는 넘지 않는다'고 설명한 탓이다. 생활 주변 방사선 안전관리법 15조에 따른 가공제품 안전기준은 외부피폭에 대한 기준만 정하고 있다. (연간 1mSv) 원안위 관계자는 "다만, 계속 말씀드렸지만 저희들이 가공제품 안전기준으로 한 것은 외부피폭이 고려된 부분이지 내부피폭이 고려된 부분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원안위의 미숙한 설명에 많은 매체가 '기준치 이하'라는 제목을 달긴 했지만, 그렇다고 내부 피폭에 대한 설명을 아예 빠뜨린 기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사안에 대해 위험을 과장할 필요는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 국내외적으로도 없는 기준을, 미리 만들지 못했다고 지적하는 것도 보도의 핵심은 아니다. 다만 거듭 이야기하지만, 기준이 있고 없고를 떠나 중요한 건 불필요한 피폭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방사능에 대한 국제 권고 기준으로 'ALARA 원칙'이란 게 있다. 'As low as Reasonably Achievable'의 약자로, 피폭량을 가능한 수준까지 최대한 줄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비롯한 전 세계 모든 원자력 안전 규제기관이 이 원칙을 준수한다. 원안위도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기에 제도 개선을 약속한 것이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이 확인됐으니 투명히 공개하고 관리해가자는 것이 문제의식의 핵심이며, 이번 보도로 인한 원안위의 방침이다.

▶ [관련 8뉴스] 혼란 키운 정부 발표…뒤늦게 '라돈 제품' 규제하겠다 (2018.05.11)
 
3. SBS가 잘못된 방법으로 측정했다?

조선일보는 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관계자를 인용해 "SBS가 상대적으로 정확도가 떨어지는 '라돈 아이'측정기를 잘못된 방법으로 측정하는 바람에 다른 방사성 물질도 라돈으로 인식해 수치가 높게 나왔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잘못된 취재로 과장 보도를 했다는 뜻이다. 역시 오해의 산물이다.

사실관계부터 말씀드리면, SBS는 침대 라돈 수치를 직접 측정한 적이 없다. 전문가가 공인된 방법으로 측정한 수치를, 확인을 거쳐 인용했다. 5월 3일 최초 보도에 인용한 라돈 수치는 모두 라돈 검출 사실을 최초 인지한 소비자, 소비자의 신고를 받은 측정업체, 그리고 전문 기관인 연세대 라돈안전센터가 측정한 것이다. 최종적으로 보도한 620 Bq/㎥라는 침대의 라돈 수치는 연세대 라돈안전센터의 챔버 실험을 통한 정밀 측정 수치이다. 연세대 라돈안전센터는 현재 환경부 의뢰로 정부의 라돈 관련 조사용역도 실시하고 있는 기관이다.

이처럼 전문 기관의 공인된 검사 결과를 입수한 것이, 이번 취재의 시작이었다. 몇몇 기사에 잘못 보도된 것처럼 한 소비자의 제보로 엉겁결에 시작한 것이 아니다. 연세대 라돈안전센터의 정밀 실험 결과를 취재하고, 나아가 국가기관인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의 핵종 분석 실험을 통해 선행 실험의 신뢰도를 확인한 이후에야 본격적인 취재에 들어갔다.

방송 제작과 측정 수치의 신뢰성 확인 등을 위해 간이 측정을 한 적은 있지만, 이 수치를 보도한 적은 없다. 간이 측정을 통해 나온 수치는 말 그대로 간이 수치이기 때문이다. 이는 최소한의 상식이다. 라돈 측정에 있어서 아마추어일 수밖에 없는 언론사가 직접 측정기를 들고 다니면서 나온 수치를 가지고 보도한다? 있을 수 없는 이야기다.

수치에 대한 부분도 마찬가지다. 원안위 측정 수치는 58.5인데, 언론에 보도된 측정치는 620이다? 이는 앞서 토론과 라돈에 대한 개념 혼동과 원안위의 어설픈 설명 때문이라고 충분히 설명하긴 했지만, 비교 대상이 같다면 상식적으로 저렇게 차이 나는 수치는 나올 수가 없다. 만약 정말 그랬다면 검증 실패인데, 그렇게 허술하게 취재하기가 더 어렵다고 본다. 무엇보다 국민 불안을 불러올 수 있고 한 기업의 존폐를 좌우할 수 있는 보도를 하면서 그렇게 어설프게 취재할 언론사는 우리 언론계에 별로 없을 거라고 기자는 믿고 싶다.

심지어 실험에 사용된 측정기의 신뢰성을 검증하는 것도, 취재의 한 과정이었다. 그 과정에서 미국 미시간대학교의 한 연구팀이 해당 측정기를 검증한 결과,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고 평가한 논문을 확인했다. 연구 용역이 아닌, 이번에 원안위 조사에 쓰인 RAD-7을 비롯한 여러 측정기기의 성능을 함께 검증한 논문이었다. 해당 논문과 여러 전문가들의 교차 확인을 통해 실험 결과를 믿어도 되는지를 거듭 체크했다.

美 미시간대 연구팀 논문의 결론 부분. 해당 측정기 (Radon-eye)의 성능이 기대보다 훨씬 우수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해당 측정기의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보완 취재를 거쳤다.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건 해당 측정기가 원안위 조사에 쓰인 RAD-7와 달리 라돈(Rn-222)과 토론(Rn-220)의 동위원소 구분을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세부 동위원소를 구분하지 못하고 하나로 뭉뚱그리다 보니 수치가 과장될 수 있다는 게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관계자의 설명인데, 이미 취재 과정에서 이 같은 지적을 인지하고 추가로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의 핵종 분석 실험 결과를 확인했다. 라돈이 얼마나 어떻게 들어있는지 충분히 확인하고 기사 썼다는 뜻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침대 라돈 핵종분석 결과

심지어 조선일보 취재에 응한 것으로 확인된 한국원자력안전연구원 관계자는 "측정기의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적은 있지만 측정 방식이 잘못됐다고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또한, 실제로 측정기를 통한 수치가 다소 과장됐다고 하더라도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거나 '과장 보도'라는 혐의를 뒤집어쓸 정도로 차이는 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만약 정말 그렇게 차이가 난다면 해당 측정기는 정확도가 떨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시장에 출시조차 되지 말았어야 한다. 오히려 기자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KINS) 등에서 측정기의 성능을 깎아내리는 의도가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하다.

앞서도 밝혔듯, 침대 라돈 정밀 측정을 최초 수행한 연세대학교 라돈안전센터는 현재 환경부 의뢰로 정부의 라돈 관련 조사를 여러 건 진행하고 있다. 실험에는 보도에 인용된 측정기도 사용된다. 원안위와 그 산하기관이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이 부분은 어떻게 볼 건지 묻고 싶다.

4. '제2의 쓰레기 만두 사태'없어야…무엇이 더 중요한가?

이번 보도를 준비하는 내내 과거 '쓰레기 만두 파동'을 떠올렸다. 수사기관의 무리한 성과주의와 일부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로 관련 업계에 엄청난 타격을 주고 업주의 생명까지 앗아갔던 사건이다. 이번 보도가 가져올 파장과 사안의 심각성을 익히 알고 있다. 실수가 없도록 꼼꼼하고 면밀하게 취재하려 노력했다. 두 달 넘는 기간 동안 원자력 분야뿐 아니라 지질학, 환경학, 의학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 수십 여 명을 교차 취재했고 수많은 침대업계 관계자들을 만났다. 우리 스스로를 끊임없이 의심했고, 난관에 부딪혔을 때는 몇 번이고 취재를 접을 생각도 했다. 특종에 눈이 멀어 위험을 과장하거나 사실을 호도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했다.

잘못된 보도를 했을 때 기자 개인의 인생에는 씻을 수 없는 멍에가 될 것이며 회사와 동료들에게 크나큰 누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도 거듭 떠올렸다. 무엇보다 실수했을 때, 수많은 선량한 사람들에게 씻을 수 없는 피해를 끼치고 시민의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걸 끊임없이 되새겼다. 직(職)을 건다는 각오로 취재하고 기사를 썼다. 보도가 잘못됐다면 응분의 비난은 물론 법적 책임을 질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자란 점은 순전히 우리의 역량 탓이다.

온갖 부담을 무릅쓰고 기사를 쓴 이유는 단순하다. 자연 상태에서 나올 수 없는 양의 방사성 물질이 나오지 않아야 할 곳(침대)에서 나왔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국민 건강에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다면, 적어도 소비자가 '알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위험성을 과장해서도 안 되지만 축소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 애꿎은 중소 회사를 희생양으로 삼을 생각은 한 치도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되지만, 무엇이 더 중요한 지 판단해야 했다. 마음이 무겁지만 그게 언론의 역할이자 기자의 숙명이라고 배웠다.

조선일보는 출근해서 가장 먼저 펼쳐 드는 신문이다. 정치적 성향과 호불호를 떠나 기자에게 가장 큰 참고서는 신문이고 조선일보는 훌륭한 참고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라돈침대'기사를 보고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취재 기자의 입장을 떠나, 한 시민의 입장에서도 납득하기 힘든 기사였다. 언론이 언론을 상호 견제하고 잘못된 보도를 지적하는 일은 사회 전체를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기사는 무엇을 위한 것인지 솔직히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일부 매체가 대진침대 측에 연락해 구체적인 피해 액수를 말해달라거나 움직임을 종용한다는 이야기도 대진 측 핵심 관계자에게 전해 들었다. 사태의 본질을 이해하고 시민의 입장에서 이번 일을 바라보는 매체라면, 보다 생산적인 방향으로 사안에 접근하리라는 개인적인 믿음이 있다. 오히려 이번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중간조사 결과 발표에는 문제점도 많았다. 조선일보 정도의 역량을 가진 언론사라면 정부의 졸속 발표를 검증하거나 전반적인 실태를 조망하는 보도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게 기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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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청완 기자blu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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