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분노한 태영호 책, '김씨 가문' 민낯 담겼다

CBS노컷뉴스 조은정 기자 입력 2018. 5. 1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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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년부터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위원장의 특성과 에피소드 소개
-"덴마크가 영양실조 어린이 위해 지원한 치즈 장군님 선물로"
-"장성택 판결문으로 북한 주민들 충격, 김정은 정권의 아킬레스건 될 것"
-"김정은은 성격이 급하고 거칠지만 두뇌와 논리 있는 편"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천하의 인간쓰레기들까지 국회 마당에 내세워 우리의 최고 존엄과 체제를 헐뜯고 판문점 선언을 비방 중상하는 놀음도 버젓이 감행하고 있다"

북한이 16일 새벽 남북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면서 '인간쓰레기'라고 독설을 날린 대상은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이다.

태 전 공사는 지난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책 출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제목은 <3층 서기실의 암호-태영호의 증언>이다. 태 전 공사는 간담회에서 자신이 겪은 북한 체제에 대해 낱낱히 밝히기도 했다.

북한의 심기를 건드린 이 책에는 과연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까?

책은 1988년 태 전 공사가 스물일곱에 중국 유학을 끝내고 외무성 유럽국 영국 아일랜드 담당자로 공식 발령을 받으며 공직 생활을 한 것으로 시작한다.

김일성, 김정일 위원장을 '김씨 부자'로 칭하면서 당시 외무성에서 일어났던 일화를 소상하게 밝히고 있다. 90년대 이탈리아 대사단을 대접할때 북한의 기쁨조 여성들이 헐벗고 선정적인 춤을 추는 것을 보고 불편했다는 에피소드도 눈에 띈다.

소련이 붕괴되자 김일성이 인민군 간부와 항일혁명투사들을 모아놓고 "남조선과 미국이 조선을 공격해 오면 우리의 힘으로 싸워 이길 수 있겠는가"라고 물어보자 김정일이 "우리가 전쟁에서 지면 이 지구를 깨버리겠다"고 말해 김일성이 만족했다는 일화도 나온다.

김일성 사망 이후 김정일에 대한 묘사도 직설적이다. 자신의 노력으로 덴마크가 영양실조로 걸린 북한 어린이들을 위해 보낸 치즈가 '장군님의 선물'로 둔갑해 군에 보내져 불편했다고 저자는 저술하고 있다.

김정일이 김대중 대통령과 6.15 남북공동선언을 한 뒤 페르손 스웨덴 총리를 만날 때 서울을 언제 답방하는지 질문을 받고 앞에서는 "북남 관계가 좀 더 진전되면 답방하려고 한다"고 대답했지만 뒤에서 간부에게 "김대중 대통령이 아직도 내가 서울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아닌가. 참 어리석다"고 말했다고 저자는 주장했다.

저자는 "김정일의 이중 플레이가 이런 식이다. 한국에 온 후 나는 많은 사람들이 '김정일이 남북회담에서 주한미군이 남한에서 철수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면서 그의 말을 그대로 믿는 것에 대해 매우 놀랐다"고 정면 비판했다.

6장 '망명 전야'에서는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가 묘사돼 있다. 저자는 장성택 처형을 회상하면서 "김정은은 아이 때부터 고모부에게 뿌리 깊은 원한을 품고 있었던 것 같다"고 자체 분석했다. 특히, "북한 주민들은 장성택 판결문을 통해서 베일에 싸여있던 김씨 가문의 추악한 모습을 확인해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저자는 밝혔다.

북한 주민들이 가장 분노한 것은 장성택의 여성 편력이었다. '중앙당 5과'로 선발된 미성년 여학생들이 장성택의 성노리개로 바쳐졌다는 것이 알려져 충격을 줬다고 한다. 저자는 "북한 주민들은 장성택의 비리와 추문을 통해 썩고 문드러진 백두혈통의 실상을 목격했다"며 "김씨 가문은 공산주의와 프롤레타리아 독재라는 외피를 쓰고 결코 있어서는 안 될 노예사회를 건설했다. 장성택 숙청이 향후 김정은 정권의 아킬레스건이 될 것"고 꼬집었다.

저자는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로 있을 때 김정은의 직접 지시를 뜻하는 중앙당 3층 서기실에서 암호가 내려와 김정철을 위해 에릭 클랩튼 공연을 예매하고 고급 호텔과 식당을 예약했다. 김정철의 영국 여행을 보좌한 것도 저자였다. 책 제목인 '3층 서기실의 암호'는 김정은이 형을 위해 에릭 클랩튼 공연 관람을 세팅하라는 주문이었던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한국사진공동기자단)
저자는 책의 말미에 김정은 위원장을 "성격이 대단히 급하고 즉흥적이며 거칠다. 그러면서도 두뇌와 논리가 있는 편"이라고 평했다.

그 예로 2013년 7월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에서 불이 났을 때 물바다인 지하에 구둣발로 들어가 고함을 지르며 쌍욕을 하고, 2015년 5월 자라양식공장을 현지지도 하다가 새끼 자라가 거의 죽어 있자 지배인 처형을 지시해 총살이 이뤄졌다는 일화들을 소개했다.

이어 "핵과 ICBM, 공포정치로 카리스마를 형성하려고 했던 김정은은 실패로 치닫고 있다"며 "고모부 장성택과 이복형 김정남을 처단한 마당에 이젠 누구를 처형해도 더이상의 공포를 줄 수 없다. 그의 카리스마는 이제 추락하는 것만 남았다"고 직설했다.

1962년 평양에서 태어난 태 전 공사는 88년 베이징외국어대학 영문학부를 졸업하고 외무성에 들어가 덴마크, 스웨덴, 영국 및 북유럽에서 외교관 생활을 했으며 2013년 4월부터 2016년 여름 까지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로 재직하다 망명했다. 2017년 1월부터 현재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자문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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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조은정 기자] aor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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