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미니 뇌'로 부활하는 네안데르탈인.. 멸종의 비밀 밝혀지나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18. 5. 17.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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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연구진 4만년 전 멸종한 인류의 DNA로 뇌 복원하는 계획 추진 중

작은 배양접시가 인류의 과거를 살펴볼 타임머신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독일 과학자들이 4만년 전 멸종한 네안데르탈인의 뇌를 인공 배양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다. 연구진은 네안데르탈인의 뇌를 현생 인류의 뇌와 비교해 갑작스러운 멸종의 이유를 찾으려고 한다. 과연 배양접시 타임머신은 무엇을 보여줄까.

그래픽=김현지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4만년 전 멸종한 인류 뇌 복원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의 스반테 파보 교수 연구진은 지난 11일 "줄기세포로 네안데르탈인의 미니 뇌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콩만 한 크기의 미니 뇌는 감각이나 사고 기능은 할 수 없지만 성인 뇌의 기본적인 구조는 그대로 가질 수 있다. 이를 현생 인류의 미니 뇌와 비교해 두 인류 사이의 생물학적 차이를 밝히겠다는 것이다.

미니 뇌는 '오가노이드(organoid)'라고 불리는 미니 장기(臟器)의 일종이다. 장기는 세포들이 상하좌우로 연결된 입체인데 그동안 실험은 배양접시에서 평면으로 키운 세포로 했다. 그러다 보니 실제 신체 반응을 알아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오가노이드는 특정 장기의 세포들로 입체 구조를 만든 것이어서 이런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된다.

네안데르탈인 미니 뇌의 기본 재료는 줄기세포이다. 연구진은 다 자란 피부세포에 특정 유전자를 집어넣어 초기 단계인 배아줄기세포 상태로 만들었다. 바로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다. 파보 교수는 iPS세포의 유전자를 네안데르탈인화(化)하겠다고 밝혔다. DNA 중 신경세포 발달과 관련된 유전자 부위를 네안데르탈인의 DNA에 맞게 바꾸겠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특정 DNA 염기서열을 마음대로 잘라낼 수 있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쓸 계획이다.

네안데르탈인화된 줄기세포는 화학물질을 처리해 신경세포로 자라게 한다. 신경세포들은 이후 서로 뭉쳐져 수밀리미터 크기의 공 모양으로 자란다. 바로 뇌 오가노이드이다. 연구진은 임신 기간인 9개월 동안 네안데르탈인의 뇌 오가노이드와 현생 인류의 뇌 오가노이드를 키우면서 발달 과정을 비교하면 두 인류의 뇌가 어떻게 다른지 단서를 얻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인류 DNA 40%는 네안데르탈인 유래 연구진은 이미 미니 뇌 배양에 필요한 네안데르탈인의 DNA 정보를 갖고 있다. 앞서 연구진은 2010년 수만 년 전 유럽에서 살았던 네안데르탈인 여성 4명의 뼈 화석에서 추출한 DNA를 분석했다. 놀랍게도 현생인류는 누구나 네안데르탈인의 DNA를 1~4% 갖고 있었다. 개인마다 달리 가진 네안데르탈인 DNA를 모두 합치면 현생인류 전체로는 네안데르탈인 DNA의 약 40%를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생인류의 직계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는 6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유라시아 대륙으로 대규모 이주를 했다. 네안데르탈인은 이미 40만년 전 아프리카를 떠나 유라시아에 정착했다. 그렇다면 호모 사피엔스가 유라시아에 도착한 후 4만년 전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하기까지 약 2만년 동안은 두 원시 인류가 서로 피를 나눴다고 볼 수 있다.

과학자들이 네안데르탈인의 뇌에 새삼 주목하는 것은 최근 이제까지 선입관을 무너뜨리는 유물들이 잇따라 발굴됐기 때문이다. 한동안 네안데르탈인은 눈썹 뼈가 툭 튀어나온 미개인으로만 묘사됐다. 하지만 최근 네안데르탈인도 시신을 매장하고 정교한 도구를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3월에는 6만4000여년 전 네안데르탈인이 그린 동굴벽화가 스페인에서 발견됐다. 그전까지 동굴벽화는 모두 호모 사피엔스가 그렸다고 생각했다.

결국 단순한 지능 차이가 두 원시 인류의 운명을 좌우하지는 않았다고 추정할 수 있다. 파보 교수 연구진도 "미니 뇌 연구는 두 원시 인류 중 어느 쪽이 더 똑똑한지 알아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대신 사회성이나 언어 능력 등과 관련된 뇌의 발달 차이를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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