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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원시림 북한, 스마트시티 등 4차 산업혁명 시험무대로 유망"

최규민 기자 입력 2018.05.17. 03:11 수정 2018.05.17.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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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첫날]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 개최 이후 통일 한국의 경제적 미래에 대한 관심이 새삼 높아지고 있다. 한반도가 통일되면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지하자원과 젊은 노동력이 결합해 인구 8000만명의 내수 시장을 거느린 경제 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그동안 심심치 않게 등장해왔다.

16일 제9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의‘통일 한국 경제의 미래’세션에서는 통일 후 북한을 4차 산업혁명의 시험 무대로 활용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왼쪽부터 임정수 맥킨지 한국사무소 파트너, 최원식 맥킨지 한국사무소 대표, 토마스 번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 김병연 서울대 교수, 요시노 나오유키 아시아개발은행 연구소장. /성형주 기자

가령 "통일 한국의 2050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할 것"이라던 2005년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전망은 아직도 많은 사람의 뇌리에 각인돼 있다.

남북한 철도·가스관 연결을 통한 운송 비용 절감, 코리아 디스카운트(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에 외국인들이 투자를 꺼리는 것) 완화, 건설업과 제조업 호황 등 경제 활력 제고 등도 통일의 경제적 효과로 자주 거론된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많은 부분이 난제(難題)로 남아 있다. 어떤 경제 체제와 성장 경로를 택할 것인가, 북한 개발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을 누가 댈 것인가, 부작용은 어떻게 줄일 것인가. 16일 제9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서 열린 '통일 한국 경제의 미래' 세션에서도 이런 난제들을 놓고 격론이 펼쳐졌다.

'산업 기반 없는 북한이 개발 기회' 對 '시장경제 도입 없인 북한 개발 불가능'

주제 발표를 맡은 임정수 맥킨지 한국사무소 파트너는 "산업 기반이나 규제 등 유산이 없는(legacy free) 북한의 경제 상황이 오히려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북한을 4차 산업혁명의 시험 무대로 활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가령 오래전부터 얘기가 됐지만 현실화되지 못한 스마트 시티를 북한의 도시에 구현할 수 있고, 남한에서는 규제 때문에 불가능한 원격 진료나 인공지능 의료 시스템도 북한에서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토마스 번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은 "북한에 기술이나 인프라 유산이 없는 것은 맞지만 공산주의 체제 유산이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시장경제 도입, 사유재산의 보장, 투자자 권리 보호 같은 제도 변화 없이는 투자 유치나 혁신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경제 개발 과정에서 어떤 산업이 주도적인 산업으로 유망할까에 대한 의견도 저마다 갈렸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는 북한의 인재들을 활용할 수 있는 ICT(정보통신기술), 북한의 의료 인력을 활용한 의료 서비스 산업, 자연경관을 활용한 관광업을 유망하게 꼽았다.

반면 요시노 나오유키 아시아개발은행(ADB) 연구소장은 농업을 가장 유망하다고 봤다. 그는 "북한의 경우 토지를 정부가 소유하고 있고, 생산성 개선의 여지가 많은 데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경작 가능 작물도 늘어날 것"이라며 "가까운 미래에 아시아 여러 지역에 식량 부족이 일어날 때 북한이 효율적인 식량 기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 개발 막대한 자금 조달은 난제"

북한 개발에 필요한 막대한 자본을 어떻게 조달할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요시노 소장은 "한국과 일본 정부 그리고 세계은행·ADB(아시아개발은행) 등 국제기구에서 지원받은 초기 자금을 인프라에 투자한 뒤 여기서 발생하는 수입을 미래 개발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토마스 번 회장은 "북한의 상황으로 볼 때 중국이나 베트남식 발전 모델보다는 (핵을 포기하고 경제 지원과 체제 보장을 받은) 카자흐스탄 모델이 적합할 것"이라며 "국제통화기금(IMF)에 가입해 국제사회로부터 지원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원식 맥킨지 한국사무소 대표는 "황당하게 들릴 수 있지만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전 세계 시민들로부터 북한에 미래 도시를 건설할 자금을 모아볼 수도 있다"는 제안을 했다.

참석자들은 '선(先) 경제 통합 후(後) 정치 통합' 방식이 통일의 부작용을 줄이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는 데 대체로 의견이 일치했다. 김병연 교수는 "먼저 경제협력을 통해 자본과 인적 자본을 교류한 뒤 순차적으로 정치적 통일을 이루는 방식이 아니면 한국이 북한의 급진적 변화에 따른 사회 안전망 구축 등에 엄청난 비용을 지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