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의 길냥이들]서강대에선 왕대접인데..재개발지 떠도는 고양이들

류병화 2018. 5. 2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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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학교 내 스타 고양이 '레오' 등 평화로운 공존
학교 밖 재개발 지역선 생존 위태로운 길냥이 수두룩
본래 살던 아파트 공사현장 1년째 드나드는 경우 많아
"재개발 과정에서 쫓겨나는 동물들에게도 관심 필요"
【서울=뉴시스】류병화 기자 = 서강대학교 학내에서 유명한 고양이 레오가 귀여움을 받고 있다. 2017.10.19. hwahwa@newsis.com

【서울=뉴시스】류병화 기자 = 서강대학교 안팎의 길냥이들 풍경은 뚜렷한 대조를 보인다. 학내의 고양이들은 '왕 대접'을 받고 있지만 300미터만 밖으로 나가면 찬밥 신세다. 특히 재개발 지역에서 밀려나 본래 삶터를 빼앗기고 인근 주택가로 스며든 고양이들은 주민들 원성으로 목숨까지 위태로운 지경이다.

고양이 '레오'는 서강대에서 이름을 모르는 학생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페이스북 페이지 '레오 킹(Leo King)'은 서강대학교에 살고 있는 고양이 레오(Leo)에 왕이라는 뜻의 킹(King)을 붙인 이름이다.

계정에 올라오는 게시글은 레오 사진에 '셤 잘 쳤냥', '잘 준비 한다옹. 모두들 잘 자라옹' 등 짧은 말을 덧붙여 업로드 된다. 레오 이외에도 타순이, 랭보, 익점이 등 많은 고양이들에게 이름이 붙어있을 정도로 서강대는 고양이와 평화롭게 공존하는 모습이다.

서강대 인근 마포구 신수동에서 살고 있는 졸업생 차민지(24)씨는 레오에 대해 "학교 커뮤니티, 페이스북에 레오 사진이 계속 올라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며 "대다수 학생들은 예뻐해 주고 잘 먹여준다"고 말했다.

수학과 3학년 이태환씨는 "아무래도 서강대 안에 있는 고양이들은 귀여움을 많이 받는다"면서 "레오는 무심코 그냥 지나치면 예뻐해 달라고 다시 앞에 와서 앉는다"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류병화 기자 = 서강대학교 내에서 길고양이 서식처를 마련해둔 모습. 2018.05.10. hwahwa@newsis.com

이씨는 반면 "서강대 밖에서 만난 고양이들은 경계심이 많아 사람들이 다가가면 피해버린다"고 말했다. 서강대 재학생 지아혜(23)씨도 "학교 바깥 고양이들은 관리가 안 되어 있어서 눈곱이 끼어 있거나 꼬리가 잘려있는 걸 종종 봤다"고 말했다.

서강대 후문에서 5분만 걸어 나가면 환영받지 못하는 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다. 지난 1월 첫 삽을 뜬 염리동 재개발 지역 마포프레스티지자이 아파트 공사현장에는 고양이들이 매일같이 찾아들고 있다. 공사현장 사무소 관계자는 "길가 쪽 공사현장에서 고양이들이 자주 지나 다닌다"고 말했다.

맞은편 재개발 지역인 대흥동 신촌그랑자이 아파트 공사현장도 마찬가지다. 현장 관계자는 "공사를 작년 3월에 시작했는데 아직까지 고양이들이 드나든다"면서 "안에 들어와도 먹을 게 없는데 살림집이 안에 있었나 싶다"고 추정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강현임 활동가는 "고양이는 기본적으로 영역동물"이라며 "아무래도 안전한 주거지로 돌아가려는 습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류병화 기자 = 서울 마포구 염리동에서 길고양이가 지나가고 있다. 2018.05.10. hwahwa@newsis.com

재개발 공사 탓에 주거지를 빼앗긴 고양이들은 인근 주택가로 옮겨간 모양새다. 마포구 대흥동에 사는 한 주민은 "최근 대흥동에서 고양이 숫자가 매우 늘어났다"며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사람은 가만 놔두지 않겠다는 협박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역시 대흥동 주민인 송은순(68)씨는 "인정 상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준다"면서 "그러지 말아야 하는데 불쌍하니까 자꾸 주게 된다"고 말했다. 송씨는 그러면서도 "거세만 할 게 아니라 싹 데려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염리동에서 28년 거주했다는 강모(62)씨는 "고양이가 앵앵거리는 소리를 내면 듣기 싫은 게 사실"이라며 "애처로우니 먹이를 주는 것 같은데, 자기가 키우지 못하면 먹이도 주지 말아야 한다"고 푸념했다.

대흥동 대흥주차장을 운영하는 김범구 대표는 자신이 살고 있는 일산과 비교했을 때 대흥동 쪽 고양이들은 먹이를 잘 먹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김씨는 "이쪽 동네 고양이들은 모두 말랐다"고 비교했다.

카라의 한혁 활동가는 "그간 재개발 과정에서 사람들이 많이 쫓겨났지만, 쫓겨나는 동물들에겐 관심들이 없었다"면서 "재개발을 하게 되면 중성화 수술로 고양이 개체수를 관리하며 점차 외곽으로 이주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 활동가는 "이주 과정에서 고양이들은 영역 동물이기 때문에 낯선 곳에서 다시 익숙한 곳으로 돌아가려고 해 로드킬을 당하기도 한다"며 "미리 민간 차원에서 매뉴얼을 만들고 그 땅에 살고 있었던 여러 동물들의 삶이 갑자기 파괴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hwahw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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