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LG 회장 발인.."아이고, 아까워라" 오열

장은지 기자 입력 2018. 5. 22. 09:27 수정 2018. 5. 22.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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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 유지에 따라 화장 후 '수목장' 영면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발인이 22일 오전 서울대병원에서 엄수됐다. 구본무 회장의 외아들인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운구차를 향해 서 있는 모습. © News1 장은지 기자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지난 20일 별세한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발인이 22일 오전 8시30분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구 회장의 양자이자 외아들인 구광모(40) LG전자 상무는 침통한 표정으로 부친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봤다.

구 회장의 맏사위인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가 영정사진을 들었고, 구 회장을 오래 모신 전 비서진들이 관을 운구했다. 구 상무가 양손을 앞에 모으고 천천히 그 뒤를 따랐다. 구 상무 뒤로는 구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구본준 LG 부회장,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 등이 간격을 두고 뒤따랐다. 관이 운구차에 오르자, 구 상무의 친부이자 구 회장의 둘째 동생인 구본능 회장은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눈물을 흘렸다.

이를 지켜보던 구 회장의 할머니뻘이라는 한 유족은 거동이 불편해 부축을 받으면서도 손수건으로 연신 눈물을 닦으며 "아이고 아까워라"라고 오열했다. 유족들은 떠나는 구 회장을 향해 두번 반절을 올렸다. 구 상무와 영정사진을 든 사위가 운구차에 탑승했고, 구본능 회장과 구본준 부회장 등이 다른 차를 타고 추모공원으로 향했다. 다른 100명이 넘는 유족들은 운구차가 장례식장을 떠나는 모습을 한참 바라봤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발인이 22일 오전 서울대병원에서 엄수됐다. 구본무 회장의 외아들인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운구차를 향해 서 있는 모습. © News1 장은지 기자

비공개 가족장으로 간소하게 장례를 치르기로 한 만큼, 유족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구 회장과 인연이 깊은 재계 인사들도 발인식에 참석해 고인을 추모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전날 조문한 데 이어 발인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구 회장과 평소 친분이 깊었던 장인과 함께 온 조 회장은 "선대 회장님때부터 인연이 깊다"며 "평소 정말 존경했던 구본무 회장님이 너무 일찍 떠나셨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사흘 내내 빈소를 찾은 1945년 생인 박삼구 회장은 구 회장과 동갑내기로 연세대 동문이기도 해 평소 절친했다고 한다. 해외출장 중에 급히 귀국한 허창수 GS그룹 회장과 구자열 LS그룹 회장 등 범LG가(家) 인사들도 대부분 발인식에 참석해 구 회장과 마지막 이별을 했다. 하현회 ㈜LG 부회장, 조성진 전자 부회장, 한상범 디스플레이 부회장, 박진수 화학 부회장, 차석용 생활건강 부회장, 권영수 유플러스 부회장 등 6명의 LG그룹 부회장단도 구 회장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발인식에 참석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News1 장은지 기자

고인의 유해는 화장(火葬)된 뒤 '수목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장지는 고인이 조성한 곤지암 화담숲으로 결정됐다. 운구차는 여의도 LG 본사를 들르지 않고 바로 서울추모공원으로 향했다. 수목장은 주검을 화장한 뒤 뼛가루를 나무뿌리에 묻는 자연 친화적 장례 방식이다.

구 회장의 장례가 수목장으로 치러지는 건 소탈했던 고인의 평소 철학에 따른 결정이다. 매장 중심의 우리나라 장묘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 고인의 평소 뜻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집무실을 벗어나 경영을 구상하고 생각을 가다듬기 위해 가장 즐겨 찾았던 곳은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 '화담숲'이다. '화담(和談)'은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다'는 뜻으로 구 회장의 아호(雅號)이기도 하다. 평소 새와 숲 등 자연 환경 보호에 관심이 많았던 구 회장이 자신의 아호를 딴 명칭을 붙여 2013년 6월 개장한 생태수목원이 바로 화담숲이다. 구 회장은 지난해 4월 뇌 수술을 받은 뒤 요양을 위해 이곳을 자주 찾았다고 한다.

구 회장은 '새 박사'란 별칭이 붙을 정도로 조류에 조예가 깊었고, 자연 환경 보호를 위해 숲, 나무를 가꾸는 것을 즐겼다. 생태수목원인 화담숲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은 1995년 회장 취임 이후인 1997년 LG상록재단을 설립하면서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상록재단은 자연 환경과 생태계 보존을 위한 공익재단이다. 구 회장이 수목장을 원했던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수목장은 비석 등 인공구조물 없이 유해를 묻는 나무에 식별만 남기는 방식이어서 자연 환경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다. 후손들 입장에선 묘지나 납골당보다 장지 관리도 용이하다. 장례 규모나 절차, 비용도 간소화된다. 구 회장이 별세 전 비공개 가족장으로 장례를 치러 달라는 유지를 남긴 것도 "나 때문에 번거롭게 하고, 폐를 끼치기 싫다"는 이유에서였다.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건동에서 열린 고(故) 구본무 LG 회장의 발인식에서 고인의 맏사위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가 고인의 영정을 들고 있다. 2018.5.22/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건동에서 열린 고(故) 구본무 LG 회장의 발인식에서 구광모 상무를 비롯한 유가족과 관계자들이 고인의 운구차량을 향해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2018.5.22/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건동에서 열린 고(故) 구본무 LG 회장의 발인식에서 고인의 운구가 구광모 상무(오른쪽 두번째) 등 유가족들의 마지막 인사를 받으며 차량에 옮겨지고 있다. 2018.5.22/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seei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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