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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증가에 따른 '인공고기 햄버거' 딜레마

김상하 <일자리가 사라진 세계> 저자 입력 2018. 05. 22.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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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미연 포럼] 6차 산업으로서의 농업과 일자리 문제

[김상하 <일자리가 사라진 세계> 저자]

 2013년 8월 런던의 한 스튜디오, 초빙된 요리사가 준비된 햄버거 패티를 굽는다. 시식자들은 빵과 함께 자신들의 앞에 놓인 햄버거 패티를 조심스럽게 잘라서 입에 넣는다. 시식자들의 시식 평이 이어진다.

일견 평범해 보이는 이 시식 행사가 아주 특별한 이유는 이 자리에서 제공된 햄버거 패티에 있다. 이날 시식자들에게 제공된 햄버거 패티는 보통의 햄버거 패티처럼 곡물과 풀을 먹고 사육된 가축으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용된 패티는 행사의 주역인 마크 포스트 교수 팀이 지난 3개월간 실험실에게 배양한 인공고기, 즉 배양육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햄버거를 시식한 시식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순 살코기만으로 이루어져 육즙이 부족하고 향미는 부족했지만, 진짜 고기와 별로 차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행사에서 제공된 고기가 100% 근육세포만으로 이루어져 있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실제 고기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는 반응이다.

배양육이란, 말 그대로 실험실에서 배양을 한 고기이다. 살아있는 동물 세포에서 줄기세포를 채취하고 양분을 제공해 실험실에서 배양해서 만든 고기로, 영어로는 cultured meat, in vitro meat, lab grown meat 등으로 불린다. 한마디로, '인공고기'다.

기존에도 채식주의자나 기타 건강상의 이유로 육식을 멀리하는 사람들을 위해 콩 단백질이나 밀 단백질 등을 이용한 콩고기, 밀고기 등이 있었다. 하지만 이 배양육은 식물성 단백질을 이용해 고기의 맛과 식감을 흉내 낸 인조고기와 다르다. 살아있는 동물에게서 채취한 세포를 배양해서 만든 실제 동물 고기와 똑같은 고기이기 때문이다.

전문가의 시식 행사에서 보여준 '맛에 있어서 차이는 있었지만 실제 고기와 거의 똑같았다'는 반응을 보자면, 기술적인 면에 있어서는 대부분의 것이 해결된 것으로 보인다. 남은 부분은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고 단가를 낮추는 일만 남았다. 2013년 마크 포스트 교수팀의 시식 행사에서 사용한 햄버거 패티를 만들기 위해 사용한 금액은 무려 32만 5000달러였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100g당 8달러 수준으로 급격하게 낮아졌다. 자동화 시스템을 갖춘 대량생산 체제로 배양육 생산이 시작된다면, 가격은 더욱 낮아질 것이다.


배양육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급격하게 늘어나는 인구와 그로 인한 식량 부족, 그리고 환경 오염이 자리하고 있다.

소위 '인구절벽'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지만, 지난해 말 전 세계의 인구는 이미 75억 명을 돌파해 2050년이면 90억 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FAO(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늘어나는 인구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70%의 식량 생산 증가가 필요하다. 육류 소비 또한 증가해 현재 세계 육류 소비량 2억8000만 톤의 약 2배에 달하는 5억 톤을 생산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농작물 생산방식, 특히 기존의 가축 사육방식으로는 늘어나는 인구를 부양할 식량 생산은 거의 불가능하다. 쇠고기 1킬로그램(Kg)을 얻기 위해서는 물 15.5톤과 사료 7Kg이 필요하다. 인구 증가에 따라 거주할 토지의 수요도 함께 증가한다. 늘어난 인구를 위해 더 많은 산과 들, 자연을 파괴해야 한다. 가축 사육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 등의 오염을 제외하고도 이런 개발은 자연을 재생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뜨린다.

농업혁명이 일어난 이후 특정 작물을 키우기 위해 도입된 논, 밭, 과수원 등의 농업 형태는 숲의 생물학적 다양성 또한 망가뜨렸다. 특히 대규모의 산업화된 형태의 농장은 생태계를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괴했다. 상업적으로 필요한 품종의 농작물을 키우기 위해서는 원래 존재하던 숲이나 산의 생태계를 불태우고 벌목하는 등의 파괴가 선행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2050년 90억 인구까지 가지 않더라도, 현재 수준의 인간의 숫자와 소비 증가만으로도 그 결과는 참혹한 지경이다. 인간을 제외한 다른 생물 종은 급격하게 빠른 속도로 멸종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본격적인 개발이 벌어진 1970년 이후 지구상의 척추동물은 종별로 평균 58%씩 감소했다. 스탠퍼드 대학 등 미국의 공동 연구진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세기에 비해 동물의 멸종 속도는 110배나 빨라졌다고 한다.

바다 생태계 역시 인간에 의해 광범위한 파괴가 진행 중이다. 인간은 다른 포식자에 비해 14배나 많은 물고기를 잡는다. 경제적 이익을 편취하기 위해, 식량을 위해, 또 단순히 재미를 위해 가능한 더 많이 남획하는 인간의 어업 활동은 물고기의 씨를 말리고 있다. 그 결과는 나날이 급증하는 생물종의 멸종 속도이다.

이 모든 것의 원인은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이다.

지나치게 늘어난 인간의 숫자, 그리고 그 늘어난 인간들의 지나친 소비가 다른 생물종의 멸종을 가져오고 있다. 이를 나타내기 위해 지금 인간이 지배하는 이 시대를 가리켜 인간세(人間世), 또는 소위 인간에 의한 6번째 대멸종의 시대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단지 수사적인 표현이 아니며, 인간 역시 인간이 원인이 된 6번째 대멸종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어제는 고래, 상어, 독수리, 사자, 코뿔소였다면 내일은 인간의 차례가 올 가능성이 높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흔히들 머리에 떠올리는 온실가스 감축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보다 근원적인 인간 활동 전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나온 대안 중 하나가 바로 배양육이다.

배양육을 통해서 고기를 생산하면 기존의 가축 사육방식에 비해서 에너지 사용량은 최대 55%, 물은 96%, 온실가스 배출량은 96%까지 줄일 수 있다. 가축 사육에 사용하는 토지도 99%나 줄일 수 있다. 윤리적인 측면에서 보면, 열악한 환경에 가축을 수용하고 그들을 도살하지 않고도 대량으로 고기를 얻을 수 있다.

배양육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배양액에 대해서는 이미 동물 부산물을 사용하지 않도록 기준이 마련되어 있으며(유럽과학재단), 해조류의 일종인 남조류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광우병이나 구제역 등 오염된 육류를 걱정할 필요 없이 안전한 고기를 얻을 수 있다. 마크 포스트 교수팀의 시식 행사에서 사용된 고기는 쇠고기였지만, 닭이나 돼지, 심지어 어류의 고기도 배양이 가능하다.

이제는 고기를 얻기 위해서 환경을 오염시키고, 얻어지는 고기의 양에 비해 엄청난 양의 물과 식량(곡물 등),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 없이 친환경적으로, 또 윤리적으로 고기를 대량 생산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자동화 기술을 도입한 대량생산 체제가 갖춰지면 소비자는 더 저렴한 가격으로 더 안전한 고기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모두가 행복한 결말처럼 보이는 이 기술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기존 방식의 축산업 붕괴와 그로 인한 일자리 문제이다.

단가 문제를 고려한다면 배양육 생산에 있어서 대량생산과 자동화는 필수적인 부분이다. 그리고 대량 생산 설비를 통해서 고기를 배양해 생산하게 된다면, 이것은 마치 우유 공장에서 젖산균을 배양하거나 제약 회사에서 약품을 제조하는 공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자동화된 대량 생산 시스템으로 '생산된' 배양육은 기존의 목축을 통해 생산한 고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낮은 가격으로, 보다 안전하고, 보다 친환경적이며, 도덕적인 고기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현재의 인간노동력을 동원하여 가축을 길러내는 기존의 축산업 시스템은 붕괴가 필연적이다. 1차 산업인 축산업은 거대 자본이 자동화된 대량생산 시스템으로 고기를 생산하는 제조업으로 변신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축을 사육, 도축, 가공하는 분야에서 일하는 일자리는 사라진다. 축산업자들 대부분도 자기 일을 그만두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위협을 예상한 것일까? 배양육에 대해 최근 미국축산업협회는 미국농무부에 '쇠고기와 고기는 전통적인 방식(기존의 목축업에서의 방식)으로 사육되고 길러진 가축으로부터 나온 것'으로 제한해달라는 요청을 보냈다. 배양육이 가져올 축산업 붕괴에 대한 위협을 대비한 기존의 목축업자들의 견제가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배양육이 가져올 기존 산업 생태계의 급격한 변화와 그로 인한 일자리 문제에 대해 준비하는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책임 있는 기관이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배양육으로 인해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농민들을 대변하는 농협이나 축협 등의 기관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한국사회의 태도를 보면, 다른 상당수의 새로운 기술에 대한 관심과 유사하게 배양육에 대한 태도 역시 막연한 미래 기술에 대한 가십성의 표피적인 관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우리 앞에 준비된 것은 배양육만이 아니다. 배양육과 동일하게 더 작은 면적에서 물과 에너지 사용을 급격하게 절감하는 식물공장, 진짜 고기와 맛과 영양학적으로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식물성 재료를 원재료로 하는 인조고기 역시 농민이나 기타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앞서도 말했듯이 배양육, 식물공장, 인조고기 등의 대안 식품은 우리가 받아들일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그것들은 변수가 아니라 상수이며,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다가올 필연적인 미래이다. 이미 75억 명을 넘어선,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인류를 먹여 살리기에는 기존의 농업, 기존의 축산업으로는 불가능하다. 지금부터라도 급격하게 변할, 그리고 변해야만 하는 농축산업의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그리고 그 대비에는 변화의 과정에서 피해를 볼 다수의 농민과 생계를 잃게 될 다수의 관련 업계 종사자들에 대한 배려와 대비책 역시 마련되어야 함은 당연할 것이다.

참고자료

1) 2015년 가을호 <배양육의 미래, 오승희>(과학기술정책 연구원 미래연구센터 연구원, Future Horizon)

2) '네덜란드에서 개발 중인 배양육, 미래의 먹거리 될까?'(2013년 3월 20일 자 'KOTRA 해외 비즈니스 정보포털')

3) <여섯번째 대멸종>(엘리자베스 콜버트 지음, 이혜리 옮김, 처음북스 펴냄)

4) 2013년 8월 5일 자 <유로뉴스> 유투브 동영상 'First lab-grown burger tried and tested in London'

5) <인구쇼크>(앨런 와이즈먼 지음, 이한음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6) 2018년 3월 26일 자 <한겨레> '지구의 적정인구는 얼마일까. 그리고 한국은?'
김상하 <일자리가 사라진 세계> 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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