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문정인 "북미 정상회담 의제조율 안 돼 취소된 듯..전망 긍정적"

이재은 입력 2018.05.2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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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 메시지 관리 실패도 원인"
"北 좋은 행보 보여 긍정적 전망"
"文대통령 촉진외교 역할해야"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과 한반도의 미래:남북정상회담의 결과 분석과 남.북.미 관계의 모색 세미나에 참석, 강연을 하고 있다. 2018.05.25. jc4321@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재은 기자 박민기 수습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안보특보를 맡고 있는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25일 북미 정상회담 취소 원인으로 "의제조율이 잘 안된 것이 큰 문제가 아니었을까 한다"고 분석했다.

문 교수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과 한반도의 미래'특별학술토론회에서 "지난 12일에 싱가포르 정상회담 장소와 시간을 밝힌 뒤 북미 간 실질적 실무접촉이 제대로 없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문 교수는 "표면적 이유로는 극도의 분노와 공개적인 적대감 때문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의제조율이 잘 안된 것 같다"면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불가역적 핵폐기를 하느냐마느냐, 순서를 어떻게 정하느냐. 선 폐기 후 포상이냐, 폐기와 포상 동시 교환이냐 등 여러 가지에 대해서 북측하고 충분한 교감이 없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런 상태에서 회담을 해봤자 실패가능성이 크다. 실패했을 때 국내정치에도 파장이 크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시간을 더 갖자고 하고 북한과 조율한 다음에 하자고 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예측했다.

문 교수는 또 미국과 북한 둘 다 메시지 관리에 실패한 점을 북미 정상회담 취소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존 볼튼 보조관이 리비아 모델을 얘기하자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강하게 비판을 했고, 펜스 부통령도 북한이 선 비핵화를 하지 않으면 리비아전철을 밟는다고 하자 최선희 위무상이 원색적으로 비판했다"면서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큰 대사를 앞두고 미국과 북한이 사실상 메시지 관리를 잘해야 하는데 기싸움인지 모르겠지만 잘못된 언수를 교환하면서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문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 결정한 배후에 펜스 부통령과 존 볼튼 안보보좌관의 입김도 크게 작용한 것 같다"면서 "그 둘은 미국 내에서도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으로 분류된다. 폼페이오 국무부장관도 네오콘으로 분류되지만 CIA 국장을 하면서 북한과 대화를 자주해 12일 정상회담을 하자고 하는데 반면 볼튼 보좌관과 펜스 부통령은 아직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뉴욕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양측이 서로 논쟁을 하다가 결국 어제 트럼프 대통령이 취소하자는 결정을 내리고 서한을 보내도록 했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네오콘들이 이번 사안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 같다"고 부연했다.

문 교수는 향후 북미관계 전망에 대해 비관적이지 않다고 관측했다. 그는 "만약 북한이 계속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 발사하는 과정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졌으면 상당히 걱정이나 지금 북한이 억류된 미국인들 풀어주고 풍계리 핵실험장을 자발적으로 폐기하는 등 좋은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긍정적으로 본다"고 풀이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전에는 선 폐기 후 보상이었는데 이번에 문 대통령에게 북한이 비핵화 구체적 행보를 보이면 북한의 체제를 보장하고 경제적 지원도 한다는 등 평소 북한이 말하는 단계적 동시교환 방식과 상당히 유사하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향후 문 대통령이 중재외교가 아닌 촉진외교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북한에게는 '자제'와 미국에게는 '숨 고르기 후 전향적 자세'를 요청했다. 그는 "대통령은 회담과 관련해 (북·미) 정상들이 직접 했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피곤도 했을 것"이라면서도 "김정은과도 이야기하고 트럼프와도 이야기해서 판을 살리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이렇게 온 것은 문 대통령 덕이다. 판이 되지 않을 것을 판으로 만든 것은 문 대통령의 힘”이라며 “남북 정상회담, 한미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나아가서 남북미 3국 정상회담, 더 나아가서 남북미중 4개국 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얼마나 바람직하겠나. 당장 좌절이 있지만 문 대통령의 역할이 계속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이 개입하면서 상황이 꼬인 거 아니냐는 질문에 "중국 영향도 있을 것 같다"면서도 "분명한건 처음부터 중국이 참여하고 협의해야 북한의 비핵화도 빨라지고 한반도 평화도 빨라진다. 중국처럼 크고 가까운 나라가 배제되는 것은 바람직한 사안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또 한미 정상회담 직후 북미 정상회담이 바로 취소됐는데 이는 코리아 패싱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코리아 패싱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 중국 등 다른 나라가 협의했는데 한국만 빼면 패싱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독자적 결정한 것은 우리가 당혹스럽긴 하지만 패싱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lj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