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날]문 잠갔는데 뚫렸다.. 여자 화장실 '구멍'의 진실

이재은 기자 입력 2018. 5. 27. 05:01 수정 2018. 5. 2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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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의 일생-②] 여자화장실 문짝만 의심스런 구멍들.. 남자화장실 '깨끗'.. "화장실 몰카, 일종의 산업"

[편집자주] 월 화 수 목 금…. 바쁜 일상이 지나고 한가로운 오늘, 쉬는 날입니다. 편안하면서 유쾌하고, 여유롭지만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오늘은 쉬는 날, 쉬는 날엔 '빨간날'

신촌 A빌딩의 한 화장실. 2004년 지어져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는 건물이었지만 유독 해당 층 여자화장실(위)에만 구멍이 많았다. 반면 같은 층 남자화장실(아래)은 깨끗했다. /사진=박가영 기자, 유승목 기자

"예쁘게 생긴 여자들이 화장실 문 닫고 속옷을 내려 배변하는 순간 그 더러운 본성에 미개한 동물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 X들이 널 무시한다고 상처받지마라. 무시받는 느낌에 기분이 나쁠 땐 화장실 몰래카메라 영상을 보고 그들의 원초적 미개함을 목격해라."(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여자에게 기눌릴 땐 '화장실 몰카'를 봐라' 글 중.)

몰카 공포에 여성들이 떨고 있다. 공포심은 해외 SNS(사회연결망서비스) 텀블러와 파일 공유 사이트 등을 중심으로 여성 화장실 몰카가 공유된단 사실이 알려지며 생기기 시작했다. 여기에 여자화장실에만 의심스런 구멍들이 존재하고 이 같은 구멍에 몰카가 설치된다는 소문까지 공공연히 퍼지면서 몰카에 대한 여성들의 불안심리는 날로 커지고 있다.

여성들은 화장실 몰카를 피하려 갖은 수단을 동원한다. 바깥에서 변의가 느껴져도 참는 경우가 부지기수. 얼굴에 마스크 등을 쓰고 화장실을 찾는 이들도 많다. 최근에는 적지 않은 여성들이 매니큐어, 테이프, 스티커, 혹은 실리콘이나 빠데(표면에 생긴 흠집을 메울 때 쓰는 아교풀) 등을 구매 소지하고 화장실 내 미심쩍은 구멍에 바른 뒤 화장실을 이용하는 사례도 크게 늘고 있다.

신촌의 한 빌딩에 위치한 공중 여성화장실 모습. 나사처럼 생긴 몰카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두려움에 떠는 여성들이 휴지로 나사 구멍을 막아뒀다. /사진=박가영 기자

여성들의 '공중 화장실 구멍 포비아(공포증)'는 헛된 망상일까. 아니면 실제로 여자화장실과 남자화장실 간 '미심쩍은 구멍'에 차이가 있을까. 소문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21일 오전부터 저녁까지 서울시내 대표적 번화가 종로, 신촌, 강남 등에 위치한 건물 내 화장실 20여곳을 살펴봤다. 성별간 화장실 차이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여자 기자 2명과 남자 기자 1명이 동행했다.

◇여자 화장실 문짝에만 구멍 백여개… 같은 층 남자화장실은 '깨끗'
남녀화장실의 차이는 육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같은 건물, 동일한 구조의 화장실임에도 여자화장실 문과 칸막이에서만 수십 개의 구멍이 발견됐다.

가장 차이가 극심하게 드러난 곳은 신촌 A빌딩의 한 학원 화장실. 2004년 지어져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는 건물이었지만 유독 해당 층 여자화장실에만 구멍이 많았다. 문짝 하나에 난 구멍만 해도 50개가 넘었다. 여학생들은 불안한듯 실리콘, 빠데, 스티커 등으로 구멍을 메워놨다. 해당 학원 수강생 B씨는 "화장실 문짝에 이상한 구멍이 너무 많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같은 층 남자화장실을 살펴본 결과 별다른 구멍이 발견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물 관리자의 눈에도 여자화장실의 '미심쩍은 구멍'은 충분히 의심스러웠다. A빌딩 경비원은 "해당 층 여자화장실에 유난히 구멍이 많다는 신고가 접수돼 확인해보니 실제로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만든 듯한 구멍이 많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구멍마다 실리콘 등이 발라져있는데 화장실을 이용하는 학생들이 직접 한 것 같다"며 "전에 이 건물 말고도 서너 곳에서 경비 일을 했었는데 그곳에도 모두 여자화장실에만 구멍이 많아 문의나 항의가 자주 들어왔다. 남자화장실은 흠집 없이 깨끗한데 여자화장실에만 구멍이 많은 이유가 나도 궁금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서울 소재 공중화장실 전문 시공업체 관계자도 의구심을 표출했다. 그는 "화장지함 등을 옮길 때 구멍을 뚫을 수는 있다"면서도 "시공하는 입장에서 화장실 칸막이, 특히 여자화장실에만 여러 개의 구멍을 이유가 없다. 미관상 좋지도 않다. 고의로 뚫었다고 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A빌딩 관계자는 "화장실에 뚫린 구멍이 있다는 소식을 들은 후 빌딩 관리실 및 경찰에서 몰래 카메라 여부를 조사했다"며 "해당 화장실에 몰래카메라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고, 화장실 이용자의 불안을 감안해 구멍을 메우는 등 조치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강남의 D빌딩에 위치한 2칸 짜리 공용화장실. 남녀가 각각 다른 칸을 사용하게 돼있있었는데, 그 사이 칸막이에 구멍이 뻥 뚫려 반대편을 볼 수 있었다. 여자 칸에서 남자 칸을 바라본 모습(위)과 남자 칸에서 여자 칸을 바라본 모습(아래). 아래 사진 구멍에서 남색 바지를 입고 변기에 앉은 기자의 엉덩이 부분이 훤히 보인다. /사진=이재은 기자, 박가영 기자

살펴본 화장실 중 남녀 공용화장실 두 곳에서는 아예 벽이 훤히 뚫린 구멍이 발견됐다. 학원과 여행사가 밀집한 종로 C빌딩과 컴퓨터 학원 등이 위치한 강남의 D빌딩 두 곳 모두 2칸 짜리 공용화장실에 남녀가 각각 다른 칸을 사용하게 돼있있었는데, 그 사이 칸막이에 구멍이 뻥 뚫려 반대편을 볼 수 있었다. 실제로 기자가 여자화장실칸에 앉아보니 옆 남자화장실칸에서 구멍을 통해 기자의 엉덩이 쪽을 훤히 볼 수 있었다. 두곳 모두 휴지를 돌돌 말아 여자화장실 쪽에서 구멍을 막아둔 모습이었다.

◇화장실 곳곳 몰카… "헛된 공포 아냐"
일각에서는 남자화장실에도 유사한 구멍이 있다며 여자화장실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실제 취재진이 남자화장실까지 둘러본 결과 일부 남자 화장실의 벽면, 문짝 등에서도 구멍이 발견됐다. 다만 이 경우 남자화장실보다 여자화장실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은 수의 구멍이 발견됐으며, 남자화장실에서는 볼 수 없는 종류의 구멍이 뚫려 있는 등 차이가 분명했다.

여성들은 극심한 공포를 토로한다. 대학원생 박모씨는 "하도 화장실 몰카가 난리인데다가 화장실 곳곳 수상한 구멍들이 많아 화장실 이용시마다 고개를 숙이고 볼 일을 본다. 얼마 전 생활용품점에서 빠데를 구매했는데 왜 이렇게까지 살아야하나 싶다"고 말했다.

화장실 몰카 촬영본 예시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전문가들은 여성들의 화장실 몰카에 대한 우려가 근거 없는 공포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보안 업체 서연시큐리티 관계자는 "화장실에 몰카 설치되는 일이 많다"면서 "화장실 몰카는 일종의 '산업'처럼 진행된다. 몰카를 찍어서 판매하고, 포털 카페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공유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문짝이나 벽면 등에 나있는 구멍 등 몰래카메라를 조심하는 것도 좋지만 이외의 장소에도 몰카가 자주 설치 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관계자는 "수요자인 남성의 다양한 취향에 따라 화장실 곳곳 다양한 몰카가 설치된다. 천장 환풍구에 몰카를 설치해 가슴골을 찍고, 변기통 위에 테이크아웃 컵을 올려 얼굴과 옷 내리는 걸 찍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장 많이 설치되는 곳은 변기통 물 내리는 부분이다. 일부러 찾으려 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데다가 방수 카메라로 성기를 제대로 찍을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이 부분에도 주의를 기울일 것을 조언했다.

하예나 디지털성폭력아웃 대표활동가는 "몰카로 인해 여성들은 정신적 고통을 겪는데 돈까지 들여 피해자가 되지 않으려 기를 쓰고 있다"며 "몰카 구매나 소지에 대한 보다 강력한 규제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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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 기자 jennylee11@mt.co.kr, 유승목 기자 mok@mt.co.kr, 박가영 인턴기자 pgy045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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