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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객에게 최루액 뿌리며 시신 탈취.. 용서 못할 삼성

김종성 입력 2018.05.2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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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고 염호석씨 같은 피해자 다시 없으려면

[오마이뉴스 김종성 기자]

26일 방송된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사라진 유골, 가려진 진실 고(故) 염호석 시신탈취 미스터리' 편 캡처. ⓒSBS
장례식장에 소동이 벌어져 경찰에 신고전화를 걸면, 경찰관 몇 명이 와줄 수 있을까? 300명 정도 와줄 수 있을까? 그것도 즉각! 그리고 화장 하는 날에 한번 더 와줄 수 있을까?

19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사라진 유골, 가려진 진실' 편에 따르면, 4년 전 강원도 강릉시 정동진 언덕 위에 흰색 승용차 한 대가 여러 날 방치돼 있었다. 이상하게 생각한 주민이 가까이 가서 들여다보니, 소주병 및 번개탄과 함께 시신 한 구가 있었다. 유서 4장도 놓여 있었다.

2014년 5월 17일의 일이다. 고인은 삼성전자서비스 경남 양산센터의 출장 담당 직원인 고 염호석 님이다. 유서를 근거로 경찰은 자살로 사건을 종결했고, 시신은 서울 삼성의료원 강남분원에 안치됐다. 유서에 따라 회사 노조가 장례를 주관했다. 이혼해서 따로 사는 어머니와 아버지도 이 점에 동의했다. 처음엔 그랬다.

그런데 5월 18일 아버지가 몇 차례 전화를 받고 장례식장 밖에 나갔다 오면서 상황이 뒤틀어졌다. 아버지가 어머니의 의사마저 무시한 채 태도를 바꾼 것이다. 시신을 자신이 갖고 나가겠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아들의 직장 동료들과 대립했다. 아버지는 112에 신고 전화를 걸었다. 노조원들 때문에 장례식 진행이 안 되니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이때가 오후 6시 10분경이다.

아버지의 신고는 간첩 신고가 아니었다. 그런데 불과 10분 만에 3개 중대 240명의 경찰 병력이 장례식장에 긴급 투입됐다. 경찰들은 조문객들을 상대로 최루액까지 뿌려가며 시신을 강제 탈취했다. 이날 뿌린 최루액의 분량은 일반 시위 때의 2배였다고 알려져 있다. 

장례식장에서 시신 탈취

<그것이 알고 싶다> 화면. 글자는 이 기사의 필자가 첨가했다. ⓒSBS
비슷한 상황이 한 번 더 있었다. 5월 20일에는 경찰이 신고 전화를 받은 지 12분 만에 화장터에 출동해 아들 동료들의 분골실 출입을 저지했다. 아버지는 유골함을 들고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 날도 300명 정도의 병력이 조문객들을 제압했다.

그 정도 규모가 출동하려면, 지방경찰청이 개입하지 않고는 안 될 것이다. 고인의 아버지는 지극히 평범한 시민이다. 보통 시민의 전화를 받고 파출소도, 경찰서도 아닌 지방경찰청 차원에서 10분 내에 그만한 병력을 보내줄 수 있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가 화면상으로 보여준 통화 기록에 따르면, 5월 18일의 112 신고 전화 때 경찰은 신고자의 신원조차 확인하지 않았다.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듯 신고를 처리한 것이다.

또 아들 동료들의 증언에 따르면, 신고 전화 전부터 경찰로 보이는 사람들이 병원 곳곳에 있었다고 한다. 아버지의 신고 전화가 형식적 절차에 불과했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정황들이다. 신고가 없었더라도 어떻게든 명분을 만들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26일 방송된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사라진 유골, 가려진 진실 고(故) 염호석 시신탈취 미스터리' 편 캡처. ⓒSBS
시신으로 발견되기 전에 고인은 40만원이나 70만원 정도의 월수입으로 근근이 생활했다. 통신비와 주유비는 자비로 하는 전제 하에 기본급이 120만원이었지만, 그마저 받지 못했다. 그가 노동조합 활동을 했기 때문이다. 노조에 가입한 뒤부터 이상하게 일감이 배당되지 않았다. 노조 탈퇴를 권유하는 압박까지 받았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시신이 노조의 수중에 들어가는 게 두려웠을 수도 있다. 이런 우려가 경찰 지도부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대규모 병력이 장례식장에 출동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나두식 회장은 방송 인터뷰에서 이 상황을 이렇게 이해했다.

"(삼성이) 이 시신 탈취 왜 했느냐면, 얼마만큼 노조가 확장되고 번질 거라는 거에 대해 감 잡은 거예요. 그래서 빨리 장례를 치러버려야 이게(단결이) 안 될 거라고 (판단한 거죠)."

26일 방송된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사라진 유골, 가려진 진실 고(故) 염호석 시신탈취 미스터리' 편 캡처. ⓒSBS
노조가 고인의 시신을 무기로 투쟁을 강화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버지를 매수해 경찰의 개입 명분을 만들었을 거라는 분석이다.

처음에는 험악한 고성을 지르며 인터뷰를 피했던 아버지는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뒤 이렇게 말했다. 장례식 기간에 양산센터 사장의 안내로 서울 시내 호텔에 들어가 누군가를 만났을 때의 상황이다.

"거기 뭐, 삼성의 누구라고 하면서 인사를 시키는데, 최가라 하더라."

'최가'는 아버지에게 자신을 전무로 소개했다. 삼성그룹 전무는 6억원을 약속하면서 시신 '탈취'에 대한 동의를 받아냈다. 생전에 삼성한테 기본급도 제대로 받지 못했던 고인이 이 광경을 봤다면, 삼성이 자기 시신을 6억 원에 '매수'했다는 사실이 무척 놀랐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상황이 다 마무리된 뒤, 양산센터 사장은 '노조원이 한 명 줄었다'며 자신의 실적을 상부에 보고했다.  

삼성의 노조탄압 유명하다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 화면. 글자는 이 기사의 필자가 첨가했다. ⓒSBS
대한민국 최대 기업인 삼성의 노조 탄압은 잘 알려진 일이다. 그런데 이 사건은 그에 더해 또 다른 현실을 우리에게 강력히 웅변한다. 대한민국이 국민의 나라라는 말이 아직 상당부분은 허울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재벌을 위해서라면 불의도 마다 않고 구사대 노릇을 해주고 있으니, 그렇게 이해할 수밖에 없다.

보통 사람이 아무리 열심히 112에 신고 전화를 건다 해도, 300명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10분 내에 출동해주지는 않는다. 그것도, 신고자가 자기 신원을 밝히지 않았다면 더욱 더 그렇다. 그런데도 즉각 출동했다는 것은 신고 전부터 경찰이 신고자를 파악하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범죄 신고를 하기 전부터 경찰이 국민을 이렇게 관찰해준다면, 이 나라는 대한민국이 아니라 대한'천국'이다.

이 모든 일은 고인의 시신이 삼성그룹에 불리하게 활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벌어졌다. 그래서 경찰이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최루액까지 뿌려가며 불법을 자행했던 것이다. 국민을 최우선적으로 지켜야 할 경찰이 사실은 재벌을 지키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 나라가 진정으로 국민의 나라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프랑스혁명이 일어난 18세기 후반부터 인류는 정치 민주화의 길을 걸었다. 지구상의 많은 지역에서 그 과제는 상당부분 달성됐다. 한국에서도 3·1 운동, 4·19 혁명, 5·18 항쟁, 6월 항쟁, 촛불혁명 등을 거치면서 정치 민주화가 크게 진척됐다.

하지만, 경제 민주화는 아직 초보 수준이다. 주주의 출자금과 국민의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재벌 기업의 소유권이 총수 일가에 의해 세습되는 일이 아직도 자연스레 벌어지고 있을 정도다. 대통령 자리가 세습될 것 같으면 당장에라도 들고 일어날 대중도 재벌 기업 세습에 대해서는 문제의식을 덜 느낀다.

이것은 그런 세습이 정당해서가 아니라 경제민주화가 덜 진척됐기 때문이다. 18세기 이전만 해도 인류는 정치권력의 세습을 당연시했다. 아시아에서는 20세기 초반까지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그것을 구시대의 유물로 간주한다. 그만큼 정치 민주화가 진전됐다는 뜻이다.

지금은 초보 단계인 경제 민주화가 더 진척되면, 재벌 총수 일가의 세습도 대중의 눈에 점점 더 부자연스럽게 비칠 것이다. 재벌의 이익이 걸린 사안이라면 경찰 간부들이 열 일을 제쳐놓고 대규모 병력을 파견해주는 일도 점점 더 죄악시될 것이다. 염호석 사건 같은 일도 쉽게 발생하지 못할 것이다.

염호석의 억울함을 푸는 길

서울 서대문 형무소에 전시돼 있었던 사진. ⓒ김종성
고 염호석 님은 우리 사회가 종래 생각해왔던 그런 '열사'는 아니다. 지금까지는 정치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다 목숨 바친 분들을 열사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정치 민주화가 상당 정도 진척된 한국에서 앞으로는 고인처럼 경제 민주화를 위해 싸우는 분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고인의 아버지는 아들의 유골을 정동진 근처 산속에 뿌렸다고 한다. 아들 시신과 함께 유서가 발견된 지역에 유골을 뿌린 것이다. 그 유서에는 '동료들이 꼭 이기기를 바란다'는 희망과 함께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저는 지금 정동진에 있습니다. 해가 뜨는 곳이기도 하죠.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우리 (노조) 지회가 빛을 잃지 않고 내일도 뜨는 해처럼 이 싸움 꼭 승리하리라 생각해서입니다."

보수 정치권력을 사실상 무력화시킨 대한민국은 앞으로는 재벌과의 투쟁에 화력을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경제 민주화의 전망은 매우 밝다. 고인의 유언처럼, 그런 경제 민주화의 승리를 보증하고자 정동진의 태양이 매일 아침 힘차게 떠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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