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지하철역에 '판문점선언' 지지 광고 못 싣는다?

고영득 기자 입력 2018.06.04. 15:28 수정 2018.06.04.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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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대학생겨레하나 시민광고
ㆍ서울교통공사 사실상 거부
ㆍ“정치권 눈치보기” 지적

 서울교통공사가 ‘판문점 선언’ 지지 시민광고를 지하철역에 게시하는 것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교통공사는 그동안 선거관리위원회와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의 판단에 따라 게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혀왔으나, 이마저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 눈치보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단체인 대학생겨레하나(겨레하나)는 4일 “시민 200여명의 후원으로 지하철 광화문역에 남북정상회담을 응원하는 광고물을 게시하려 했으나 서울교통공사 측이 광고 심의를 반려해 지난달 25일 광고안을 일부 수정해 재심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교통공사는 이날까지 재심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겨레하나 측은 밝혔다.

 앞서 서울교통공사는 지난달 8일 겨레하나가 낸 광고 심의를 반려하면서 선관위와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 판단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겨레하나에 전했다. 겨레하나 관계자는 “서울교통공사는 반려 당시 선관위와 광고심의기구의 ‘의견’를 강조했지만 ‘자유한국당의 항의가 예상된다’는 말도 했다”고 밝혔다.

 겨레하나에 따르면 선관위는 해당 광고가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공문을 보내왔고, 광고자율심의기구는 광고 일부를 수정하면 된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두 기관의 판단에 따르겠다고 했던 서울교통공사 측은 광고 집행을 하지 않았다. 해당 광고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도보다리를 나란히 걸으며 웃는 모습의 사진을 담고 있다. 그 아래엔 환영 글과 광고 제작에 도움을 준 시민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겨레하나 이하나 정책국장은 “서울교통공공사가 특정 정당의 항의를 우려해 정당한 시민들의 권리를 방해해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면서 “이대로라면 시민들의 의견광고는 서울 지하철 역에 실리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오는 8일 외부인사들이 참여하는 광고심의위원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겨레하나 측은 “선관위나 광고자율심의기구 판단이 나왔는데도 다시 심의하겠다는 것 자체가 정치적”이라고 지적했다.

<고영득 기자 god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