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금동관음상' 보도에 문화재청이 당황한 이유

최문선 2018. 6. 4.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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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금동관음보살입상(관음상)의 소재가 일본에서 확인됐다는 4일 언론 보도로 미술사학계가 술렁이고 있다.

높이 28㎝ 크기의 관음상은 1907년 충남 부여 들판에서 한 농부가 발견한 관음상 두 점 중 한 점으로 추정된다(다른 관음상 한 점은 해방 이후 강제 반환 받아 국보 293호로 지정돼 국립부여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고미술 수집가인 일본인 의사 이치다 지로가 구입해 해방 직후 일본에 가지고 갔다는 설이 무성했을 뿐, 흑백 사진으로만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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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금동관음보살입상. 문화유산회복재단 제공

백제 금동관음보살입상(관음상)의 소재가 일본에서 확인됐다는 4일 언론 보도로 미술사학계가 술렁이고 있다.

높이 28㎝ 크기의 관음상은 1907년 충남 부여 들판에서 한 농부가 발견한 관음상 두 점 중 한 점으로 추정된다(다른 관음상 한 점은 해방 이후 강제 반환 받아 국보 293호로 지정돼 국립부여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고미술 수집가인 일본인 의사 이치다 지로가 구입해 해방 직후 일본에 가지고 갔다는 설이 무성했을 뿐, 흑백 사진으로만 존재했다.

관음상의 소재가 국내에 알려진 건 몇 년 전이다. 문화재청이 일본 기업인 소장자와 반환 가격을 비롯한 조건을 놓고 물밑 협의 중이었다고 한다. 비공식 조사에선 진품일 가능성이 높다는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4일 보도의 출처는 민간 기관인 문화유산회복재단이다. 기사는 재단 관계자를 인용해 한국미술사학회의 최응천 동국대 교수와 정은우 동아대 교수가 지난해 12월 도쿄에서 관음상을 보고 진품임을 “공식 확인”했다고 했다. 국보 금동반가사유상, 백제금동대향로의 전시 보험가액(300억~500억원)을 기준 삼아 “진품으로 공인되면 관음상의 가치가 수백억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백제 금동관음보살입상. 문화유산회복재단 제공

문화유산회복재단의 이상근 이사장은 4일 본보 통화에서 “재단에서 추정해 본 가격이다. 한국 문화재 가격이 국제적으로 워낙 저평가돼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예수 초상화는 지난해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약 5,000억원에 팔리지 않았느냐”고 했다. 재단이 공개한 사진 속 관음상은 우아하고 아름답다. 이 이사장은 “서산마애삼존불, 금동미륵반가사유상과 더불어 한국의 미소 3대불로 꼽을 만하다”고 했다. 진품 여부에 대해선 “사진, 학술자료 등을 토대로 판단했고, 탄소 연대 측정을 비롯해 과학기술적 감정까지는 하지 못했다”며 “정부가 조사에 참여한다면 측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관음상의 존재와 수 백억원이라는 추정가가 보도된 것에 난감해 했다. 가격이 뛰어 오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관음상이 진품인지, 일본인 소장자가 관음상을 입수한 경위가 적법했는지를 비롯해 명확하게 정리된 것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익명을 요구한 미술계 관계자는 “문화재청이 관음상 소장자와 접촉하고 있다는 건 이래저래 알려져 있었다”며 “민간 재단 이름으로 수백억이라는 가격을 적시하고 정부가 나서서 반드시 찾아 와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적절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백제 금동관음보살입상. 문화유산회복재단 제공

문화유산회복재단이 나선 이유는 뭘까. 이 이사장의 설명. “문화재 환수는 그간 정부가 비밀리에 해 왔다. 이제 그 방식을 바꿔야 한다. 문화재를 찾아 오면 잠시 전시하고 박물관에 모셔 둔다. 정부의 문화재 정책이 수집, 보관, 관리에 치우쳐 있는 탓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유물 40여만 점 중 전시되는 건 5~7%에 불과하다. 문화재의 가치를 제대로 전승한다는 뜻에서, 문화재가 관련된 지역 주민이 환수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관음상의 경우 충남도민과 부여시민이 함께하는 식이다. 환수 자금을 지역에서 모금하는 것도 아이디어다. 문화재 반환이 세계적 흐름이 되면서, 앞으로 해외의 개인소장품이 더 많이 돌아올 것이다. 관련 정보가 이미 활발하게 유통되고 있다. 정부 판단에만 맡겨 두는 것이 적절한지 검토해야 한다.”

관음상은 과연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일본인 소장자의 ‘의지’에 달렸다. 그는 ‘수백 억 원’이라는 추정가 앞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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