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가장 행복해하는 순간은 언제입니까?

칼럼니스트 여상미 2018. 6. 4.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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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3세 #유아교육 #유아학습지 #유아교구 #홈스쿨

올해 초 우여곡절 끝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얼떨결에 학부모가 되었다. 아직 교육이라 할만한 무언가를 시키기에도 너무 어린 나이라 그저 밥 잘 먹고 울지 않고 오면 되겠거니 했는데 아이의 입장에서는 심지어 집과 똑같은 구조의 가정 어린이집이라 하더라도 무언가 다르긴 달랐던 모양이다. 집에서는 조금 서툴거나 어려운 일도 금방 엄마 도와줘 하는 신호를 보내는 반면 어린이집에서는 선생님 지도 아래 자신의 물건도 스스로 정리하고 매번 밥도 남기지 않고 잘 먹는다 하니 내가 아는 우리 아이가 맞나 싶을 정도다. 해서 그저 엄마의 시간을 좀 벌고자 했던 보육 도움 센터가 이제는 아이의 진로까지 상담할 정도로 믿고 맡기는 신뢰의 장이 되어가는 중이다.

또 같은 반 아이 엄마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간 집에서 나 홀로 육아일 때와 달리 수많은 정보와 노하우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럴 때면 '우리 아이를 나만큼 잘 아는 이는 세상에 없어!'라고 늘 되새기면서도 주변 친구들 이야기를 듣다 보면 비교 아닌 비교를 하고 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에는 아이의 어린이집 적응기간이 끝나면서 개별적인 학부모 상담이 이어졌고 자연스레 엄마들의 이슈는 아이의 원 생활과 상담 내용이었다. 대부분의 엄마들이 그렇듯이 나도 가장 궁금한 것은 먹는 것, 자는 것과 관련한 기본 생활이었다. 엄마와 떨어져 낯선 곳에서 보채지 않고 낮잠은 잘 자는지, 아직 먹여줘야 하는 아기인데 밥은 얼마만큼 먹는지, 혹여나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거친 행동을 하진 않는지 등등… 좀 더 욕심을 부린다면 아이가 어떤 수업 시간에 재능을 보이고 흥미를 갖는지 여쭤보고 싶은 것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설상가상 두 돌 전후의 아기들은 언어 능력이 폭발하는 시기라 하고 이때 배우는 것들이 살아가는데 기본이 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하니 하나라도 더 가르쳐 아이의 능력을 키워주고 싶었다. 주변 친구들은 선생님이 집으로 방문하는 학습지를 꽤 많이 하고 있었고 학습 교구나 교재를 구입해 엄마가 직접 홈스쿨링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어떤 방식이든 아이 교육에 열정적인 엄마들을 보며 나도 아이 교육에 욕심이 없는 건 아닌데 그동안 너무 안일하게만 생각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괜히 조바심이 났다. 한참 학습 능력이 뛰어난 시기를 방치해 우리 아이만 너무 뒤처지는 것은 아닐까 이른 걱정을 하며 엄마들이 많이 한다는 학습지, 교구 등을 검색하느라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해보지 않고는 어느 것이 내 아이와 맞을지 짐작도 가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우리 아이가 가장 행복해하는 순간은 언제입니까? ⓒ여상미

 다시 선생님과의 상담을 준비하며 나의 질문 목록을 추가하다가 불현듯 언젠가 보았던 기사가 떠올랐다. "아이가 몇 시간 자요? 어느 정도 먹나요? 무얼 잘하는 가요"라는 질문은 우리나라 엄마들밖에 하지 않는다고. 잘 알려진 교육 선진국 엄마들에게 있어 이와 같은 질문은 찾아볼 수 없단다. 대신 "우리 아이가 오늘 몇 번이나 웃었나요? 어떤 시간을 가장 행복해하나요"라는 질문을 한다고.

그저 건강히만 태어나게 해달라고 기도했던 날들이 얼마나 지났다고 또 이러는 건지. 획일적인 교육에서 벗어나 내 아이만큼은 마음껏 뛰놀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행복하게 사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되게 하겠다 이런 다짐은 어디로 간 것인지. 벌써부터 엉덩이가 들썩이는 내 자신이 한없이 가볍게만 느껴진다. 아이를 돌봐주시는 선생님의 답변도 내가 애써 외면했던 마음의 소리와 일치했다.

"어떤 학습지, 교구를 선택하느냐 결정하기 보다 무엇을 하던 엄마가 함께 해주는 것이 최고라는 생각이에요. 엄마와의 긍정적인 애착과 상호작용 속에서 서로 신뢰감을 쌓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이거든요."

아이가 바라는 건, 그리고 가장 행복해하는 순간은 그토록 뻔한 진실인데도 엄마는 또 한번 이렇게 헤매고 돌아와서야 정답을 수긍하는 것이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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