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국도 코피노 문제 책임져라, 상식적 요구하는 겁니다"

이성훈,이지연,한다빈 입력 2018.06.06.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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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코피노 아빠를 찾습니다' 운영자 구본창씨

[오마이뉴스 글:이성훈, 사진:이지연, 디자인:한다빈]

<코피노아빠를찾습니다> 운영자인 구본창씨. 그는 "애 아빠에게 부양의 책임을 묻는 것은 나라가 할 일이다. 이 일은 위험하며, 지금이라도 그만두고 싶다'고 고백했다. ⓒ이성훈
필리핀에는 4만 명의 코피노(Kopino, 한국인 아빠를 둔 필리핀 2세)가 있습니다. 유학생, 사업가, 출장 온 직장인까지. 다양한 한국 남성들이 필리핀 여성과 연애 하고, 아이를 갖고, 그들을 두고 떠납니다. 한국 아빠들이 남긴 흔적이라곤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이 전부입니다.

'코피노 아빠를 찾습니다' 블로그 운영자 구본창씨는 한국 아빠들의 얼굴을 공개하여 책임을 묻습니다. 한국인 아빠의 초상권 대 아이의 생존권, 과연 무엇이 우선일까요? 지난 4월 14일, 직접 구본창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저는 구본창입니다. 원래는 입시학원의 원장이었는데요, 자식들이 영어교육 때문에 필리핀으로 넘어갔거든요. 기러기아빠 생활을 하다가 현재는 필리핀에서 코피노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일을 합니다. 예를 들면 코피노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아이 아빠로부터 부양비를 받아내거나, 혹은 자립할 수 있도록 아이 엄마를 돕는 프로그램이죠."

- 도망간 아이 아빠를 찾게 된 계기가 있나요?
"이른바 '코피노 맘'을 한 명 만난 적 있어요. 한국에서 유학 온 유학생과 사귀었는데, 3년 정도 집에서 지내게 해주면서 사위처럼 대접했대요. 그런데 코피노 맘이 아이를 낳자, 유학생은 결혼 허락을 받겠다고 한국으로 돌아가면서 주소를 하나 써주고 갔대요. 그런데 그 주소가 영어로 소리 나는 대로 읽어보니 '그걸 믿니 XX 코리아'였어요. 그래서 코피노 맘들을 돕겠다고 나서게 됐죠. 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결코 아니에요. 이 일의 취지에 공감해서 재정적 지원하는 분들도 있고요. 근본적으로는 저를 돕는 40여 명의 변호사들이 일등 공신이죠."

- 국내 언론은 코피노 엄마들을 대부분 '성매매 여성'이라고 소개합니다.
"성매매로 아이가 태어난 비율은 5%도 되지 않아요. 실제로는 필리핀 유학생들, 어학연수생들, 그리고 필리핀 기업에 파견 나간 직원들, 사업가들이 필리핀 여성하고 연애를 하죠. 그리고 애를 낳으면 버리고 갑니다. 그 숫자가 필리핀에 약 4만 명 정도 됩니다."

- 언론이 그렇게 그리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언론은 코피노 문제를 계속 성매매 문제로 몰아갑니다. 그래야 취재하기 편하니까요. 성매매업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돈을 주면서 인터뷰를 요청하면 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거죠. 언론들은 필리핀에 3박 4일 취재 출장을 오는데, 그 시간 안에 돈 주고 취재를 빨리 하려는 거죠. 자꾸 유흥가로 가서 취재하고, 그 그림에 맞게 설명을 하다 보니 성매매로 아이들이 태어나는 것으로 몰아가는 겁니다."

- 코피노 엄마들의 현재 생활 모습은 어떤가요?
"90%는 다 가난하죠. 아주 가난합니다. 급하게 아이를 키우느라 직업도 변변치 않아요. 제가 코피노 아빠들을 비난하는 이유가 이겁니다. 본인의 자식이 굶고 있는데 외면하잖아요. 코피노 아이들은 현재 필리핀 빈민일 뿐만 아니라, 아빠가 가족을 버리고 도망간 외국인이라서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곤 합니다. 필리핀 혼혈이 많다고 해도 아이들이 왕따를 당하는 거죠."

"최소한의 생존권 보장 안 해주면서, 속죄한다니"

- 블로그로 아이 아빠를 어떻게 찾나요?
"필리핀에서는 폰을 사용하다가, 유심칩만 버리면 아무런 이용 정보가 남지 않아요. 난감하죠. 연인 사이에 계약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대개 아이 엄마들은 아빠랑 찍었던 사진 몇 장만 가지고 있어요. 그럼 아빠를 도대체 어떻게 찾을 것이냐, 아이 아빠 사진을 페이스북이나 블로그, 미국에 서버를 둔 웹사이트에 올려놓으면 그 아빠를 아는 사람들이 제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코피노 아빠 찾기' 사이트의 시작입니다."

- 블로그에서 사진을 내려주는 조건은 뭔가요?
"간단합니다. 아이 아빠가 직접 코피노 엄마에게 연락을 하라고 합니다. 연락을 해서 두 사람 사이에 어떤 방식으로든 합의가 이뤄지고, 코피노 엄마가 "합의됐다, 내려달라"고 하면 내려줍니다. 다른 조건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 아이 아빠들의 반응이 궁금해요.
"대부분 아빠들은 저에게 연락해요. '당장 사진을 내려라'. 초상권 침해부터 명예훼손까지 거론하죠. 만약 본인이 이것 때문에 직장에서 잘리면 민사소송을 걸겠다는 거죠."

- 소송은 무섭지 않나요? 어떻게 대응하나요?
"초상권 침해로 처벌한다면 처벌받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배상? 손해배상도 하겠다, 대신 법정에서 당신의 권리가 아이 생존권보다 앞선다는 걸 납득시키라고 했죠. 그랬더니 아이 아빠가 고소를 취하하고 일시불로 양육비 7000만 원을 주고 합의 본 경우도 있어요."

- 대개 어떤 사람들인가요?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하면 안 되겠지만, 나쁜 사람들이 많아요. 일단 자기 아이를 버리고 왔다는 것부터가 그렇죠. 한 달에 월 20만 원 정도는 한국에서 큰돈이 아니잖아요. 본인 용돈만 절약해도 마련하는 돈인데. 그 돈을 보내주면 어쨌든 최소한 아이의 생존권이 보장되잖아요. 그것조차 하지 않으면서 '미안하다', '속죄한다'라니.

나이는 20대에서 60대까지 입니다. 코피노 엄마들의 연령대는 20대~40대고요. 80~90%는 다 연인 관계입니다. 코피노 아빠들이 그런 부분에서는 이기적인 것 같아요. 또 한국 사회에서도 굉장히 관용적이고요. 남성에게 굉장히 유리한 문화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아주 이기적인 행태를 보이는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이가 아빠를 찾는 데 이유가 있나요?"

<코피노아빠를 찾습니다> 블로그는 총 32명의 한국 아빠를 찾았다. 아직도 찾지 못해 2년 째 업로드 중인 아빠도 있다. ⓒ이성훈
- 보복을 당할까 두렵지 않나요?
"필리핀은 100만 원만 주면 살인 청부가 가능한 곳이에요. 블로그에 (사진을) 올리고 양육비 청구를 하면 한 80%는 유전자 검사를 거부하고, 제일 심한 경우엔 건달을 보내서 협박을 하고. 이런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때는 저희가 코피노 엄마를 직접 보호해요. 몸싸움이 벌어질 수밖에 없죠."

- 괜히 시작했다고, 후회한 적 없나요?
"요즘은 별생각이 없어요. 최대한 생각을 안 하고 가만히 있어요. 생각을 하다 보면 고민과 갈등을 하니까요. 사무실에 있다가 코피노 엄마들이 협박을 받고 있다, 조폭들이 왔다, 그러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출동 갑니다. 저는 평소에 다니면서 보복의 공포에 늘 시달려요. 저는 저들을 몰라도, 저들은 제 얼굴을 아니까요. 그래서 미디어에도 가족들은 절대 공개하지 않죠."

- 사이트를 운영하면, 법적인 문제는 없나요?
"처음에는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했죠. 그랬더니 아빠들이 네이버에 게시물 게시 중단 요청을 하는 거예요. 허락 없이 자기들 사진을 걸었다는 거죠. 저희는 항의했지만 어쨌든 실정법상 초상권 침해가 맞으니까요. 할 수 없이 내려야 합니다.

그래서 미국 사이트로 넘어간 겁니다. 미국은 코피노 아빠가 초상권 침해 요청해도 들어주지 않거든요. 왜냐하면 미국에서는 아이 아빠의 초상권을 침해한다고 해도 아이들 생존권이 더 우선이라고 판단해서 사이트를 제재하지 않아요."

- 초상권 말고도 논란이 되는 부분이 있나요?
"'한국 남자와 필리핀 여성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는데, 왜 한국 남자를 편들지 않고 필리핀 여자를 편드냐'고 따지는 분들이 있어요. 그리고 필리핀 교민들 상당수가 거기에 공감합니다. 그런데 엄밀히 따지면요, 인권이 국적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 다른 나라의 인권을 침해하는 건 괜찮고, 우리만큼은 다른 나라에 당하면 안 된다, 이런 건 내로남불 아닙니까?"

- 코피노를 보호할 법적 근거가 있나요?
"국내법상 한국 아빠들은요, 자기가 버리고 간 아이에 대한 법적 부양의무가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도 있고요. 코피노 엄마들이 청구한 건이 300건이 넘고요, 그중 상당수가 합의를 통해서 양육비 지급을 받았어요. 일부는 판결을 통해서 지급을 받은 상태입니다. 현재 많이들 소송하고 있고요."

- 외국에서는 이런 경우 처우가 어떤가요?
"일본인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을 '자피노'라고 하거든요. 일본 정부가 고용한 변호사 20명이 있는데, 자피노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해줍니다. 그러니까 일본 자피노 아이들은 ▲ 국적취득이 가능하고 ▲ 양육비 청구를 하려면 일본인 변호사의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자피노 아이들이 일본에 취업하려고 하면 일본 정부가 일본 기업들과 함께 협조하는 필리핀 직업센터가 있어요. 신청자는 그 직업훈련원에서 일본어교육을 받고 일본에 취업도 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한국 정부는 코피노를 위해서 단돈 10원도 쓰지 않아요. 아무런 지원도 없고요."

"가만히 있는 정부, 솔직히 이 일을 그만두고 싶어요"

- 코피노들이 아빠를 찾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잠깐만요, 아이가 아빠를 찾는 데 이유가 있나요? 이유가 없잖아요. 당연한 거잖아요. 이거는 필리핀 사람들에 대해서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이기 때문에 한 수 아래로 보는, 그런 관점에서 나오는 얘기인 거죠. 특히 한국 기자들이 '코피노들은 왜 한국인 아빠를 찾냐'고 묻는데, 저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화가 나요."

- 히트 앤드 런 방지법이 국민청원 20만 건을 넘겼죠. 이에 대해 아시나요?
"국민청원, 그건 당연히 해야 하는 거고요. 이미 덴마크 등에서는 이혼하고 나서 아이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운전면허를 정지시키기도 합니다. 한국의 미혼모나 코피노 엄마들이나 법적으로 똑같은 존재입니다. 양육비를 청구하는 데 있어서는 똑같은 자격입니다. 그래서 히트 앤드 런 방지법이 도입된다면 앞으로 미혼모들이 양육비를 청구하는 게 훨씬 쉬워지겠죠. 코피노 엄마들도요. 저희도 국민청원에 대해서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어요."

- 대체 정부는 무얼 하고 있나요?
"정부는 가만히 있죠. 솔직히 저희는 정부가 나서주면 이 일을 그만하고 싶어요. 왜냐면 이건 국가가 해야 할 일이에요, 원래. 그런데 국가가 하지 않다 보니까 저희가 하게 된 것뿐이고. 정부가 나서서 이 일을 해준다고 하면 당연히 이 일을 그만두죠. 별로 하고 싶지 않아요. 사실은."

- 향후 계획은 있나요?
"앞으로 저는 계획이란 게 없습니다. 왜 계획이 없다고 하냐면, 어쨌든 이 일은 위험해요. 현실적으로. 정부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고요. 그래서 아무 생각없이 하는 게 답이더라고요."

-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언론 탓이 커요. '코피노 = 성매매 문제'라고만 몰아가니까요. 그런데 이 프레임 때문에 코피노에 대한 대중들 인식이 잘못돼 있고, 해법도 자꾸 잘못 나오는 거거든요. 코피노에 대한 문제가 10년 넘도록 언론에 보도됐지만 발전적으로 나아진 것은 전혀 없죠. 그래서 이제는 제가 언론 취재도 거부하고 있어요. 어차피 취재 방식도 달라지지 않고, 보도해도 나아지는 게 없으니까요."

- 코피노 문제에 대한 해법이 뭘까요?
"살다가 싫어졌어요. 어쩌겠어요? 헤어지는 건 자기 마음이죠. 그러나 본인들이 낳은 아이가 성인이 되는 18세까지는 양육에 대한 책임은 지도록 의무화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 부분을 말하는 겁니다. 특별한 인권을 말하는 게 아니라요. 법에 이미 정해져 있으니, 한국의 국가 기관도 그 법을 실행하라고 요구하는 겁니다. 그리고 저는 어떤 숭고한 목적을 가진 게 아니라요, 그냥 상식적인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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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위 기사는 미디어404(www.sagongsa.com)에도 동시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 송고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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