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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기자생활을 끝냈다, 구의원이 되려고

입력 2018. 06. 07. 06:16 수정 2018. 06. 1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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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기자였던 차윤주 후보는 올해 3월 12년 경력의 기자 생활을 마감하고 구의원(서울 마포 나) 출마를 결심했다.

잡지 제작자인 곽승희(31·금천 다), 학원강사인 김정은(38·마포 사), 통역사인 우정이(40·마포 아) 후보도 함께 출마했다.

무소속 후보인 그가 감당하기에는 어마어마한 돈이다.

2인 선거구인 이 곳에 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후보까지 4명이 출마했는데 현역 구의원이 자유한국당 공천을 못 받아 바른미래당으로 말을 갈아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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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BAR-출사표 던진 '우리동네 사람들' : 차윤주
아파트 동대표 시절 '부조리·무관심'에 충격
'구의원 출마 프로젝트' 무소속 출마 결심
"프로 기자 경험, 감시와 견제는 자신있어"

[한겨레]

서울 마포 나 선거구 구의원 선거에 출마한 차윤주 후보가 대흥역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박승화 <한겨레21> 기자 eyeshoot@hani.co.kr

<뉴스1> 기자였던 차윤주 후보는 올해 3월 12년 경력의 기자 생활을 마감하고 구의원(서울 마포 나) 출마를 결심했다. 그가 정치에 뛰어들게 된 결정적인 사건은 취재 현장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일어났다. 아파트 동대표 회의를 참관했고 쓰레기 수거업체에 뒷돈을 주는 안건이 만장일치로 가결되는 상황을 목격했다. 음식물 쓰레기를 일반 쓰레기와 섞어서 버리면 안 되는데 “한 달에 3만원만 주면 그냥 처리해주겠다”는 쓰레기 수거업자의 제안을 동대표들이 흔쾌히 받아들인 것이다. ‘차 기자’는 “이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에 2015년 7월, 아파트 동대표 선거에 출마했고 당선됐다. 동대표 임기 2년은 외로운 투쟁의 시간이었다. 아파트 외벽 물청소 비용으로 주변의 비슷한 규모의 아파트보다 4배가 비싼 2천만원이 집행된 사실을 파악하고 전임 동대표들을 경찰에 고소했지만 상대는 명예훼손 맞고소로 대응했다. 고소전에 휘말리면서 대자보도 붙이고 상황을 공유하려 했지만 입주민들은 대체로 무관심했다. 그는 “이런 무관심이 자리를 탐하는 소수가 나쁜 짓을 하게 하는 토양이 되겠다는 걸 느꼈다”며 “가장 작은 단위의 선출직에 도전해 이런 상황을 바꿔보자”고 마음 먹었다.

그의 혈혈단신 무소속 출마는 ‘구의원 출마 프로젝트(구프)’가 있어서 가능했다. 마포 독립서점 ‘퇴근길 책한잔’의 김종현 대표가 아이디어를 냈고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20여명이 모였다. 차 후보는 “프로젝트를 기록·기획하는 일을 담당하려 했는데 출마까지 하게 됐다”고 했다. 잡지 제작자인 곽승희(31·금천 다), 학원강사인 김정은(38·마포 사), 통역사인 우정이(40·마포 아) 후보도 함께 출마했다.

이 지역 구의원 선거에 쓸 수 있는 비용은 최대 3900만원이다. 무소속 후보인 그가 감당하기에는 어마어마한 돈이다. 처음엔 퇴직금까지 다 들여서 해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거대정당 후보들과 똑같은 방식으로는 효율도 떨어지고 승산도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다른 후보들은 600만~800만원 주고 빌리는 유세차 대신 65만원 들여 소형차인 레이를 선거 차량으로 깜찍하게 꾸몄다. 유급사무원 2명을 알음알음 구했고 선거운동도 반차를 내고 달려와 틈틈이 도와주는 친구들의 몫이다.

차윤주 후보가 자신의 선거차량에서 내리고 있는 모습. 차윤주 후보 제공

근데 왜 당선 가능성 낮은 ‘무소속’일까? 차 후보는 “국회의원·지역위원장이 공천을 가지고 판을 좌지우지한다. 지역정치에서 공천 받으려 미친 듯이 움직이는 사람을 보면 ‘내가 왜 이런 판에 들어왔을까’라는 회의가 드는 게 사실”이라며 “‘구프’는 정치 참여 문턱을 낮추자는 뜻에서 시작했다. 거대정당이 오염시킨 판을 바꾸려면 무소속이 많이 당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당선 가능성에 대해서는 날마다 느낌이 다르다고 했다. 일단 구도는 좋다. 2인 선거구인 이 곳에 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후보까지 4명이 출마했는데 현역 구의원이 자유한국당 공천을 못 받아 바른미래당으로 말을 갈아탔다고 한다. 보수표가 갈릴 수 있는 상황이다. 차 후보는 “지역 유지들은 (당선이) 안 될 거라고 하는데, 나를 찍으려고 고향집에 있던 주민등록을 옮겨왔다는 20대 여성도 만났다”며 “이러다가 되는 것 아닌가 싶은 날도 있다”고 웃었다.

그의 포부는 ‘12년차 기자 윤주씨, 나 대신 내 세금 좀 감시해줄래요?’라는 대표 슬로건에 담겨있다. 차 후보는 “프로 기자로 훈련을 받았으니 감시와 견제는 잘할 것 같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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