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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권 보호'까지 말바꾼 양승태 행정처

입력 2018. 06. 07. 23:06 수정 2018. 06. 08.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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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장 때 법원행정처가 "디지털 증거능력 확대=기본권 후퇴"라고 판단한 지 한 달도 안 돼 180도 태도를 바꾼 것으로 드러났다.

행정처 기획조정실이 8월20일 작성한 'VIP(대통령) 면담 이후 상고법원 입법 추진 전략'에는 "법무부가 관심 가질 만한 빅딜 카드"로 불과 한 달 전 "기본권 보장 후퇴"라고 평가한 "디지털 증거의 압수수색 절차 정비 및 증거능력 인정 확대 방안"이 버젓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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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대선개입 재판 뒤 문건서
'디지털 증거인정' 확대 반대하다
양승태-박근혜 대통령 오찬 뒤엔
"공안사건에 특례" 한달새 입장 바꿔

[한겨레]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시흥동 집 인근 놀이터에서 재임 시절 일어난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파문과 관련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무조건 증거능력 인정하면 기본권 후퇴”(2015년 7월23일)→“증거능력 특례 인정 가능“(2015년 8월20일)

양승태 대법원장 때 법원행정처가 “디지털 증거능력 확대=기본권 후퇴”라고 판단한 지 한 달도 안 돼 180도 태도를 바꾼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양 대법원장과의 오찬회동에서 상고법원에 관심을 보이자, 국민 기본권 후퇴 위험을 알면서도 법무부 동의를 얻으려고 적극 검토에 나선 것이다.

7일 법원행정처가 추가로 공개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 대법원 판결 관련’ 문건을 보면, 행정처는 “컴퓨터를 이용한 문서의 작성이 보편화되고 있고, 중요한 증거 서류가 컴퓨터를 통해 생성된다는 점에서 그 진실성에 대한 음미 없이 무조건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것은 형사법에서 기본권의 보장을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공안사건 대법원 판례를 인용한 이 문건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원 전 원장의 대선 개입 핵심 증거인 이메일 첨부파일 2건(425지논, 시큐리티)의 증거능력을 문제 삼아 파기환송하고 일주일 뒤에 작성됐다. ‘정권 눈치를 본 정치적 판결’이라는 여론 비판에 대응하기 위한 용도였다.

문건 작성 2주 뒤인 8월6일 양 대법원장과의 오찬에서 박 대통령이 “상고심 기능 개편을 위해 법무부와 협의하길 바란다”며 상고법원에 관심을 보이자, 법원행정처 판단은 정반대로 바뀌었다. 행정처 기획조정실이 8월20일 작성한 ‘VIP(대통령) 면담 이후 상고법원 입법 추진 전략’에는 “법무부가 관심 가질 만한 빅딜 카드”로 불과 한 달 전 “기본권 보장 후퇴”라고 평가한 “디지털 증거의 압수수색 절차 정비 및 증거능력 인정 확대 방안”이 버젓이 포함됐다. “원세훈 판결 및 전자정보 압수수색 (관련) 전원합의체 판결로 검찰의 위기감(이) 극대화”됐다고 분석한 뒤, “‘반테러’법과 같은 공안사건에 증거 특례 인정을 적용하는 입법 협조 여지”가 있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에 불리할 때만 “국민 기본권 보호”를 내세웠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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