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은 안 된다?..보험금 못 받는 암 환자들

김재경, 노경진 입력 2018. 6. 9. 20:43 수정 2018. 6. 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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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요즘 암은 의학 발달로 치료를 잘 받으면 생존할 수 있는 만성질환처럼 되어가고 있죠.

암보험이 있다면 치료비에 큰 도움이 될 텐데요.

부당하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보험사들의 행태가 여전했습니다.

김재경, 노경진 두 기자가 연속 보도합니다.

◀ 리포트 ▶

3년 전 유방암 판정을 받은 김 씨, 수술과 항암 치료 과정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더욱 힘든 건 치료가 끝나갈 때쯤부터였습니다.

월 16만 원씩 15년간 보험료를 받아왔던 보험사가 정작 "요양병원에서 받은 치료는 직접 암 치료가 아니지 않느냐"며 보험금을 못 주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김모씨/암환자(2015년 유방암 진단)] "저희가 암이랑 싸워야지 왜 보험회사랑 싸워요. 자꾸 보상팀에서 전화가 와서 협박조로 얘기를 해요."

보험사들이 이렇게 나오는 건 지난 2008년 대법원 판례 때문입니다.

"'수술과 항암치료를 위한 입원'만 보험금 지급 대상으로 해석"해 요양병원 치료를 배제한 겁니다.

하지만 이 판례는 2년 전 뒤집어졌습니다.

"'후유증이나 신체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치료도 지급대상'이라고 해 병원 범위를 넓혔습니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여전히 자세한 설명 없이 예전 판례만 언급하며 보험금을 안 주고 있습니다.

[이모씨/암환자(2017년 유방암 진단)] "그냥 약관대로만이라고 하고, 그냥 보험회사 재량이라고만 저한테 얘기를 했고요."

보험사들의 이런 행태를 묵인하던 금융감독원은 최근에야 약관 검토에 나섰습니다.

[김미숙 대표/보험이용자협회] "(금융감독원이) 2016년도 판례를 숨겼는지 몰랐는지 거기까지는 아직 확인이 안 됐지만 여전히 2008년도 대법원의 판례를 인용하도록 (보험사에) 메시지를 줬었어요."

이처럼 모호한 약관을 핑계로 보험금 주고 안 주고 가 고무줄인 보험사들의 행태가 여전합니다.

하지만 암환자들의 고통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건강보험체계 역시 암환자들을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다는데요.

노경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암 선고를 받았다'는 건 옛날엔 '사는 날이 몇 개월 남지 않았단' 뜻이었죠.

하지만 의료기술 혁신으로 이제 암은 잘 관리해가며 사는 만성질환이 되고 있습니다.

암 발병 뒤 5년 이상 생존하는 비율은 이미 70%를 넘겼고요.

암이 있어도 생명은 이어가는 '암 생존자'도 해마다 15만 명 가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당장 생명에 지장이 없다고 해서 일반 가정집으로 돌아가 온전한 일상생활을 누리기에는 무리가 따르겠죠.

대장암 4기인 강모씨. 3년 넘게 투병 중입니다.

종양제거 등 수술만 다섯 차례, 항암치료도 병행합니다.

항암제 부작용은 고통 그 자체입니다.

고열과 구토, 경련에 수시로 시달립니다.

하지만 늘 병실이 모자란 종합병원에는 수술이나 항암치료 같은 큰 치료를 받을 때만 입원할 수 있어서 평소엔 요양병원에서 지냅니다.

박용진 의원실에 따르면 우리나라 암환자의 연평균 종합병원 입원일수는 30여 일 정도입니다.

[강모씨 (대장암 4기)] "대장(암)이니까, 음식을 조금만 잘못 먹어도 꼬이거든요. 꼬이면 주사 빨리 맞아야 되고"

하지만 요양병원은 입원은커녕 관련 치료까지를 모두 건강보험공단이 급여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지난 3월 바뀐 건강보험 심사기준에 따르면 암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강 씨는 '신체기능저하군'으로 분류됩니다.

즉, 몸이 좀 불편하긴 해도 집에서 지내면서 통원치료를 하면 된다는 겁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 "불필요한 입원인데 (건보) 재정이 계속 낭비될 것 아니에요."

밀려오는 암 환자들을 감당해야 하는 요양병원에선 반발이 큽니다.

[기평석 요양병원장] "문제는 암환자를 걸러내는 (국내) 시스템이 하나도 없다는 거예요. 암환자는 (일반환자와) 똑같은 피로(증상)가 있더라도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물론 건보 재정의 건전성을 고려해야 하고 일부 요양병원들이 벌이는 '환자 장사' 등 도덕적 해이 우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백60만 명에 달하는 암 생존자들에 대한 대책은 반드시 마련돼야 할 걸로 보입니다.

MBC뉴스 노경진입니다.

김재경, 노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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