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고의 분식? 몰라서 잘못? ..증선위 "2014년 이전 회계처리도 보자"

주정완 입력 2018. 6. 13. 17:08 수정 2018. 6. 13. 18:4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대 쟁점은 에피스의 관계사 전환
삼성 "2015년", 금감원 "2018년"
증선위 "회사 설립한 2012년 검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를 둘러싼 논란에 중대한 변수가 등장했다. 기업의 회계부정 여부를 판단하는 법적 기구인 증권선물위원회가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금융감독원이 주장한 고의적 회계부정이나 삼성 측이 원하는 무혐의가 아닌 ‘제3의 결론(과실 또는 중과실)’이 나올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회의 참석한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1차 증선위원회에서 증선위원장인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이 회의에 참석해 착석하고 있다. 2018.6.7 jeong@yna.co.kr/2018-06-07 10:32:38/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증선위는 지난 7일과 12일 두 차례 회의를 열고 금감원과 회사 측 입장을 들었다고 13일 밝혔다. 증선위는 보도자료에서 “피투자회사(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판단과 관련해 금감원이 마련한 조치안에는 2015년도 회계변경 문제만 지적하고 있다”며 “(2014년) 이전 기간 회계처리의 적정성 여부도 함께 검토해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증선위 논의 과정에서 제기됐다”고 전했다. 증선위가 최종 결론을 내기 전에 중간 논의 내용을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요약하면 이런 얘기다. 2012년 A(삼성바이오로직스)와 B(미국 바이오젠)가 돈을 합쳐 C(삼성바이오에피스)라는 회사를 세웠다. A가 85%, B는 15%의 돈을 냈다. 처음에 A는 ‘내 회사(종속회사)’라고 회계장부에 올렸다. 그런데 2015년 말에는 A와 B의 '공동 경영 회사(관계회사)'로 바꿨다. B에겐 C의 가치가 오르면 지분율을 50% 가까이 높일 수 있는 권리(콜옵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B가 실제로 콜옵션을 행사하는 시점은 2018년 6월 말(예정)이다.

이런 식의 거래를 놓고 세 가지의 다른 해석이 맞선다. 우선 삼성 측은 처음엔 종속회사로 봤다가 나중엔 관계회사로 바꾼 게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2015년엔 C의 가치가 많이 올랐고, B도 콜옵션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둘째로 금감원은 2015년에는 공동 경영 회사로 바꿀 만한 사정이 없었기 때문에 고의적 회계부정이란 판단이다. 이때는 B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계회사 변경은 B가 콜옵션을 행사하는 2018년 6월에나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모두발언하는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1차 증선위원회에서 증선위원장인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8.6.7 jeong@yna.co.kr/2018-06-07 10:30:05/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셋째 증선위 검토안은 C를 세운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B가 보유한 콜옵션을 고려하면 처음부터 C를 A의 관계회사로 볼 수 있다는 시각이다. 그렇다면 A가 잘못한 것은 맞지만, 그 내용은 크게 달라진다. 2015년 관계회사로 변경이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종속회사로 회계장부에 올린 것이 문제가 된다.

이 경우 A가 2015년 C의 가치를 시장가격으로 평가하면서 1조9000억원의 흑자 회사가 된 것은 정당하다. 오히려 2014년 1000억원의 적자였던 회계결산을 다시 계산해서 흑자로 바꿔야 할 수도 있다.

A가 잘못한 내용이 달라지면 처벌도 달라진다. A가 몰라서 회계장부를 잘못 작성했다면 과실이나 중과실에 해당한다. 증선위가 회계장부 정정이나 과징금 부과(최대 60억원) 같은 징계를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금감원이 주장하는 고의적 분식회계와는 큰 차이가 있다. 분식회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A로선 가장 원치 않는 대표이사 해임 권고나 검찰 고발 등은 피할 수 있다.

5월 1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여부를 가려내는 감리위원회에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왼쪽)가 참석하고 있다.
바이오젠의 콜옵션 관련 공시 문제도 중요한 쟁점이다. 증선위는 보도자료에서 “이전 기간 회계처리의 타당성에 대한 증선위의 판단이 정해져야 조치 수준을 결정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고 밝혔다. C를 어느 시점부터 공동 경영 회사로 평가할 것이냐에 따라 A가 투자자들에게 콜옵션 관련 정보를 제대로 알렸는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증선위는 아직 결론을 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증선위는 오는 20일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3차 회의를 연다. 이날 회의는 재판처럼 양측이 각자의 주장을 내세우며 공방을 벌이는 대심제로 진행된다. 손영채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장은 “3차 회의에서 쟁점별 사실관계 파악과 증거 확인을 일단락 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증선위는 위원장(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을 포함한 정부 측 위원 2명과 민간위원 3명으로 구성된다.

4차 증선위는 다음달 4일 열릴 예정이다. 금융위 내부에선 4차 회의에서 결론을 내기엔 시간이 촉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정리한 뒤에도 쟁점별로 위원들 간 논의를 마무리하려면 한 차례 회의로는 부족할 수 있다”며 “7월 중순 이후에 최종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