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가동률 56% 뚝..전기요금 인상 불가피

고재만 2018. 6. 1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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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1년 후폭풍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9일 만인 작년 6월 19일 국내 최초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서 이같이 선언하고, 이후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와 '노후 원전 수명 연장 금지'를 기본으로 하는 탈(脫)원전 정책을 본격 추진했다.

이후 1년이 지난 지금 현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놓고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원전 축소로 전력 공급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있는 가운데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는 각종 규제와 지역 주민 반발 때문에 갈등이 가중되고 있다. 탈원전 행보가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전기요금은 오르고, 원전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탈원전 선언 이후 1년간 국내 원전산업은 큰 위기를 맞았다. 작년 초 75%를 웃돌던 원전 가동률은 올해 1~4월 평균 56%대까지 낮아졌다.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내 원전 총 24기 중 올해 들어 가동 중단된 원전은 한때 11기까지 늘었다가 지금은 9기로 다소 줄어든 상태다. 정부는 안전을 위한 계획예방정비에 따른 것이라고 밝히지만, 업계에서는 정비 장기화와 재가동 승인 지연이 탈원전 정책과 관련 있을 것이라는 의구심을 지우지 못한다.

값싼 원전 대신 비싼 액화천연가스(LNG)발전이 늘면서 전기 원가라고 할 수 있는 전력생산비가 급증하는 것도 큰 문제다. 이 때문에 한국전력은 작년 4분기와 올해 1분기에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2분기도 상황이 좋지 않다. 여기에 최근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결국 전기요금이 오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2022년까지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못 박았던 정부는 산업용 전기요금의 경부하 요금(심야시간대 싼 전기요금) 체계를 바꿔 사실상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주택용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을 위해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워킹그룹에서는 주택용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되면 누진제 1~2단계 요금을 올리고, 여유 있는 1·2인 고소득 가구의 전기요금이 올라갈 수 있다. 워킹그룹은 9월 말까지 권고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문주현 동국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정부는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향후 큰 폭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가정을 바탕으로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말한 것"이라며 "그러나 신재생 백업설비 보강, 소규모 태양광 보급, 송배전망 확충 같은 비용을 증가시키는 정책이 이어질 예정이라 전기요금 인상은 자명하다"고 말했다.

한전을 비롯한 발전 공기업들이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에 수조 원대 투자를 추진하면서 재생에너지 보급 실적은 작년 1분기 469.2㎿에서 올해 1분기 1185.5㎿로 2.5배나 늘었다. 그러나 부족한 땅, 지자체의 규제 장벽, 지역주민 반발 등으로 곳곳에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자연환경 훼손을 이유로 산지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면서 기존에 산지 태양광 사업을 추진했던 중소 사업자들이 강력히 반발하기도 했다.

작년 6월 문 대통령이 약속했던 월성 1호기 폐쇄를 앞두고 탈원전 논란은 '2라운드'에 돌입할 전망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월성 1호기 폐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월성·경주 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는 "월성 1호기 수명 연장 때 지역 동의를 얻었듯이 조기 폐쇄 또한 지역 동의를 얻어서 추진해야 한다"며 조기 폐쇄에 대한 반대 의견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탈원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원전 수출을 적극 지원하기로 하면서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기는 했다. 작년 말 한전이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자인 뉴젠의 지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현재 막바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2기 수주전에서도 1차 컷오프 통과가 유력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탈원전 정책이 결국 원전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창건 한국원자력문화진흥원 이사장은 "탈원전이 지속되면 결국 기술력 저하로 이어져 수십 년 안에 수출도 불가능한 상황에 처할 것"이라며 "미래 국부 창출 기회를 잃게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탈원전이 아닌 약(弱)원전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재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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