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일가, 비주력사 안 팔면 공정위가 조사"
지방선거 끝나자 발언 수위 높여
SI·광고·물류·부동산관리 분야 등
일감 몰아주기 관행 근절 또 주문
"획일적 잣대 적용 기업에 큰 부담
지침 내리듯 공개 요구" 비판 나와
“대기업 집단이 굳이 대주주가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관리 회사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까?”
첫 번째 타깃은 대기업 집단의 대주주 일가 일감 몰아주기다. 김 위원장은 “경영에 참여하는 대주주 일가는 주력 핵심 계열사의 주식만 보유하고 나머지는 가능한 한 빨리 매각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지분 매각이 어렵다면 계열 분리를 해 달라”며 “이런 요구를 법으로 강제할 수는 없지만 지분 보유를 계속하면 언젠가 공정위의 조사 대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취임 이후 “대기업이 악은 아니다. 대기업이 없는 한국 경제를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서는 양보하지 않았다. 지난 2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일감 몰아주기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몰린 서비스업, 물류 등의 분야에서 이뤄져 경제 활동의 생태계를 망친다”며 “‘일감 몰아주기가 우리 사회에서 용납되지 않는다’는 확실한 시그널을 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10일 10대 그룹 최고경영자(CEO)와의 간담회에서 “지배주주 일가는 가능하면 그룹의 주력 회사 주식만 보유하고 비주력·비상장 회사의 주식은 갖지 않는 방향으로 노력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날은 ‘부탁’의 뉘앙스였는데 1주년 기자간담회에선 ‘요구’의 어조로 바뀌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마다 상황이 다른데 공정경제를 이끄는 수장이 지침을 내리듯 공개적으로 대주주에게 지분 매각을 요구하는 건 부담을 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대기업에 서면 계약의 정착도 요구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서면 계약을 맺지 않고 구두 발주와 부당한 기술자료 요구 같은 관행이 남아 있다는 걸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구두 발주 및 부당 자료 요구 행위는 불법”이라며 “모든 절차가 서면으로 공정하게 진행되는 합리적 관행이 정착되도록 기업이 점검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법 위반이 반복돼 신고가 자주 들어오는 기업은 지방 사무소가 아닌 본부가 직접 관리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공정거래법과 대리점법의 경우 지난 5년간 5회 이상 신고가 접수된 기업이 대상이다. 하도급·가맹·유통 분야에서는 5년간 15회 이상 신고가 접수된 기업이 대상이다. 현재 38개 회사가 이 기준을 충족한다. 지난 1년간의 공정거래 정책에 대해 김 위원장은 “무엇보다 역점을 둔 과제는 갑을관계 개혁으로 가맹·유통·하도급·대리점 분야별로 대책을 마련하고 추진해 왔다”고 말했다. 재벌 개혁과 관련해선 “적어도 과거로 회귀하지 않는 비가역적인 변화가 시작됐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다만 김 위원장은 “국민이 피부로 느끼기에는 부족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2년 차에는 국민이 일상 경제생활에서 체감하는 성과를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성장에 대한 언급도 했다. 김 위원장은 “혁신성장과 경쟁 촉진을 위한 규제 개선도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수합병(M&A)은 활성화돼야 하며 관계부처와 협의해 개선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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