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법 "학습지교사도 노조법상 근로자 인정"..재능교육 사건 4년만에 파기환송

이혜리 기자 입력 2018.06.15.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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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재능교육이 학습지 교사들의 위탁계약을 해지한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학습지 교사들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노조법)’에서 정한 근로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노조 가입을 문제 삼아 불이익을 주는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다. 정부가 택배기사·보험설계사·간병인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대법원도 같은 취지의 판결을 선고한 것이다. 다만 이번 판결은 재능교육 교사들이 소송을 제기한 지 무려 7년만, 대법원에 올라간 지 4년만에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전국학습지산업노조와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들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의 상고심에서 교사들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능교육은 교사들이 노조에 가입해 단체교섭과 관련해 집회를 벌이자 2010년 이들의 노조활동이 불법이라며 위탁계약을 해지했다. 교사들은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했지만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들이 노조법에서 정한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각하했다. 이에 교사들은 소송을 냈다.

2012년 1심인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박태준 부장판사)는 교사들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노조법상 근로자에는 해당된다고 본 것이다.

위탁계약 약정대로 업무지침이 적용되고 징계를 할 수 없는 등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온전히 종속돼있는 관계는 아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아니더라도, ‘노무공급자들 사이의 단결권 등을 보장해줄 필요성이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제정된 노조법은 학습지 교사들에게도 적용돼야 한다는 게 1심 재판부 판단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판단을 2014년 항소심인 서울고법 행정6부(재판장 윤성근 부장판사)가 뒤집어 교사들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근로기준법이나 노조법 모두 근로자와 사용자간 종속관계가 있어야 근로자로 인정된다면서 학습지 교사들은 근로기준법은 물론 노조법상 근로자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당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법조계에선 “단결권을 통해 근로자의 권익을 신장시키려는 흐름에 역행하는 반시대적인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대법원은 1심 판단이 맞다고 결론내렸다.

대법원은 “재능교육이 교사들에게 학습지도서를 배부하는 등 지시를 하고 정기적으로 진도상황을 보고한 점을 볼 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정도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재능교육이 교사들을 지휘·감독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비록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대등한 교섭력의 확보를 통해 근로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노조법의 입법취지를 고려할 때 재능교육에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경제적·조직적 종속관계를 이루고 있는 교사들을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서 재능교육에 노무를 제공하는 교사들에게 일정한 경우 집단적으로 단결함으로써 대등한 위치에서 노무제공조건 등을 교섭할 수 권리 등 노동3권을 보장하는 것이 헌법 제33조의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 판결을 계기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았던 노무종사자들도 일정한 경우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아 헌법상 노동3권을 적법하게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