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진품 돌려주고 부석사엔 복제품" 제안한 재판부

이가영 입력 2018. 6. 15.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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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부석사가 소유권을 주장하고있는 관세음보살좌상.[중앙포토]
지난 2012년 국내 절도단이 일본에서 훔쳐 몰래 반입한 불상을 두고 재판부가 원 불상은 일본에 돌려주는 대신 서산 부석사는 복제품을 제작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15일 대전고법 제1민사부 심리로 열린 관세음보살좌상 인도 청구소송 항소심 재판에서 재판부는 “부여에는 금동대향로가 있지만, 부여박물관에 있는 것은 모조품”이라며 “금동대향로처럼 부석사는 새로 불상을 만들고 불상은 일본으로 보내 불교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것이 어떤가”라고 제안했다.

이어 “천년만년 지나면 새 불상도 의미가 있고 한국과 일본에 쌍둥이 불상이 생기는 것”이라며 “기술도 많이 발달해있다. 생각해봐 달라”고 말했다.

국내 절도단은 지난 2012년 일본 나가사키현 쓰시마(대마도)에 있는 사찰 간논지에서 높이 50.5cm, 무게 38.6kg인 고려 시대 금동관음보살좌상을 훔쳐 몰래 반입했다. 이후 이 불상의 안쪽에 있던 복장물에서 1330년쯤 서산 부석사 스님과 속인들이 불상을 봉안했다는 기록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부석사 측은 “14세기에 왜구가 서해안에 자주 출몰했으므로 약탈당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원래 불상을 제작한 부석사 측이 소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일본 간논지 측은 이 불상은 약탈품이 아니라며 “조기에 반환하라”고 맞서는 상황이다.

재판이 끝난 뒤 원우 스님은 “우리 문화재가 일본에 가서 국위를 선양하고 우수성을 알리기 때문에 일본으로 돌려주자는 건 일제의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는 논리와 흡사하다”며 “그렇게 따지면 외국 우리 문화재를 돌려달라고 할 근거가 없다. 거기서 잘 있고 국위선양하는데 돌려달라고 할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반발했다.

이어 “사법부는 국민의 법 감정이나 가치관을 담는 판결을 해야 한다”며 “시대정신에 어긋나고 국민의 법 감정에 어긋난다면 사법부가 신뢰받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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