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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의 못 깬다" 도망간 송철호에 文 "형, 다시 이사가소"

정은혜 입력 2018. 06. 16. 09:06 수정 2018. 06. 16.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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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철호 울산시장 당선인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실에서 열린 '나라다운 나라, 든든한 지방정부 실현을 위한 국민과의 약속 선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26년간의 도전 끝에 6‧13 지방선거에서 첫 민주당 출신 울산시장에 당선된 송철호(69) 당선인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사이에 낀 운명을 타고났다. ‘울산의 노무현’으로 불렸던 송 당선인은 노 전 대통령, 문 대통령과 한 사무실에서 인권변호사를 했다. 송 당선인에게 노 전 대통령은 형이고 문 대통령은 동생이다.

송 당선인은 15일 오전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9번 만에 당선된 후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으로 노 전 대통령을, 두 번째 생각나는 사람으로 문 대통령을 꼽았다.

송 당선인을 지역주의 타파의 전장으로 끌고 온 게 노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1992년 송 당선인은 14대 총선 출마를 시작으로 계속 울산 지역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다. 여러 차례 그만두려 했지만 그 때마다 노 전 대통령이 만류했다.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중에 한번은 송 당선인을 불러 “퇴임하고 나서 우리 또 나가자”고 했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5년 4월 신임 송철호 고충처리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뒤 환담하고 있다. [중앙포토]
송 당선인은 “대통령님이나 저나 그렇게 깨졌는데, 이제 대통령까지 하셨으면 그만하셔도 안되겠습니까”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노 전 대통령은 “무슨 소리냐. 우리가 지역주의를 극복했나? 지역주의 하나도 극복된 게 없는데 대통령 하나 했고, 당신 국민고충처리위원장 했다고 만족한다 이 말이가? 또 부딪쳐서 지역주의 극복할 때까지 싸워야지”라고 답했다.

송 당선인은 그렇게 14대 총선, 15대 총선, 2회 지방선거, 16대 총선, 3회 지방선거, 17대 총선에 출마해 국회의원 선거 6번, 울산시장 선거 2번 모두 고배를 마셨다.

그는 노 전 대통령 사후인 2011년에는 선거에 다시는 뛰어들지 않겠다며 다른 지역으로 몰래 이사를 갔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4년 6월 송철호 전 국민고충처리위원장과 노사모, 시민광장 회원, 지지자 등 200여 명과 함께 주말 등산을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이번에는 문 대통령이 나타나 송 당선인을 전장으로 내몰았다.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던 문 대통령은 이호철 전 참여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을 통해 송 당선인을 찾아냈다.

문 대통령은 송 당선인에게 “형 다시 이사 가소”라고 말했다. 당시 이사 온 지 넉달 밖에 안 된 송 당선인은 “내는 내 맘대로 못 사나”라고 했더니 문 대통령은 “그게 운명인데 어쩝니까”라고 불러세웠다.

결국 송 당선인은 그 말에 다시 울산으로 이사를 왔다. 그리고 그동안 지역주의에 균열을 내기 위한 꾸준한 노력은 이번에 빛을 보게 됐다.

송 당선인은 당선 다음날인 14일 오전 첫 일정으로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았다.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었던 김경수 경남도지사 당선인과 함께 노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했다.
6·13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송철호 더불어민주당 울산시장 당선인이 14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2018.6.14/뉴스1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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