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난민' 올해만 500여명.. 화들짝 놀란 제주

안상현 기자 입력 2018. 6. 18. 03:06 수정 2018. 6. 1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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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자 입국 활용해 대거 입국.. 수용 놓고 지역사회 곳곳 갈등
정부, 예멘인들 취업 허용하자 "우리 일자리도 없다" 靑 청원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제주도 난민 수용 거부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약 18만명이 서명했는데, 지난 16일 게시판에서 돌연 사라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원 글에 부적절한 표현이 있어 삭제했다"고 말했다. 이 글에는 '이슬람 사람들은 여자를 사람으로 보지 않고 애 낳는 도구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인데 성범죄는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라는 내용이 있다. '국민청원 요건'에 따르면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내용, 허위 사실이 포함된 청원은 관리자가 삭제할 수 있다.

이번 청원은 지난 11일 법무부 산하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이 예멘 난민 신청자들의 생활고를 고려해 조기 취업을 적극 허가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이 계기가 됐다. 그러자 일부에서 "한국인도 취업이 힘든데, 외국인을 지원하느냐"며 반대했다. 난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난민으로 인한 사회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부딪치는 것이다.


올해 들어 제주도에 들어와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은 519명(5월 30일 기준). 2015년 0명, 2016년 7명, 2017년 42명과 비교하면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2015년 시작한 내전(內戰)을 피해 모국을 떠난 이들이 비자 없이 90일간 체류가 가능한 말레이시아로 탈출했다가, 체류 기한 연장이 안 되자 제주까지 왔다. 제주도 역시 비자 없이 30일간 체류가 가능하다. 예멘 난민들은 지난해 12월 취항한 말레이시아 국적 항공사의 제주 직항 노선을 주로 이용했다.

제주에 온 예멘인들은 서귀포항 인근 작은 모텔 등에 단체로 머무르며 난민 신청을 준비한다. 무비자 체류 기간인 30일 동안은 제주도 내에서 자유롭게 생활한다. 30일이 지나도 난민 신청을 하면, 체류에 문제가 없다. 그러나 돈이 떨어져 생계 곤란을 겪는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시민단체 등은 지난 1일 이들에 대한 의료·생계 지원을 촉구했다. 난민법에 따르면 난민 신청자들은 난민 인정 여부가 확정될 때까지 국내 체류가 허용되는데, 심사 기간이 6개월을 넘겨야 취업이 가능하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이번에 이 기한과 상관없이 제주도 내 일자리 부족 업종에서 예멘 난민 신청자의 취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제주여성인권연대 등은 "(정부는 난민 신청자들에 대한) 생계 보장의 의무를 다하라"는 성명을 냈다.

그러나 난민 수용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만만찮다. 인터넷에는 "무작정 받아들이는 게 능사가 아니다" "유럽처럼 이슬람 테러가 늘면 어떡하느냐" 등의 글이 올라온다. 지난 13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또 다른 '난민 수용 거부' 청원 글에는 17만명(17일 현재)이 동의했다.

법무부는 지난 1일부터 제주에서 비자 없는 예멘인들의 입국을 불허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다른 국가 난민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2012년 아시아에서 최초로 독자적인 난민법을 제정한 국가로, 난민에게 우호적이라는 말이 난민 사이에서 돌고 있다고 한다.

실제 난민 신청자 수는 크게 늘었다. 2012년 1143명에서 작년엔 9942명으로 약 7.7배 늘었다. 법무부 난민과 관계자는 "예멘, 시리아 등 중동 지역 분쟁은 늘어나는데 유럽에선 난민 심사가 강화되는 추세이다 보니 아시아로 흘러드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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