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로봇과 취업 경쟁?..로봇, 어디까지 진화했나

심재현 기자 입력 2018. 6. 2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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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사피엔스 시대](종합)

[편집자주] 로보사피엔스(생각하는 로봇: Robo Sapiens)가 호모사피엔스(인간)와 일자리를 놓고, 협력이냐 경쟁이냐의 기로에 섰다. 로봇은 그 어원(Robota: 체코어로 노동)에서 보듯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운명을 타고 났다. 인간과 로봇은 안정적으로 공존할 수 있을까.

생각하는 로봇…'250조 시장' 적자생존의 시작

[로보사피엔스 시대]"현실 속 로봇이 공상 과학 로봇 눌러"…디스토피아 우려에도 4년 뒤면 글로벌 로봇시장 8배 성장 전망
음식 조리부터 서빙, 설거지까지 로봇이 도맡아 하는 로봇 식당 '스파이스'가 미국 보스턴에 문을 열었다. /사진=스파이스

미국 보스턴 옛 주청사에서 대로를 따라 80m쯤 걸으면 색다른 식당이 눈에 띈다. 지중해식 레스토랑과 샌드위치 가게 사이로 지난달 3일 로봇식당 '스파이스'(Spyce)가 문을 열었다.

이 식당에선 사람 대신 7대의 로봇 주방장이 요리를 한다. 주문에서 조리 완료까지 걸리는 시간은 3분여. 식당을 다녀온 한 방문객은 이런 트윗을 남겼다. "It's alive(살아있네)."

로봇의 요식업 침투는 그동안 봐온 산업현장의 자동화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요리는 기술을 넘어 감성과 겹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경제·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이 '노동의 종말'에서 지적한 대로 요식업은 꽤 오랫동안 기술혁신에서 밀려난 노동력의 마지막 보루였다.

사회·경제학자들이 '요리하는 로봇'의 등장에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인공지능(AI)을 장착한 로봇이 일상의 전선을 파고들기 시작한 것이다.

돈 냄새를 맡은 투자 전문가들은 이미 행동에 들어갔다. 페이팔 공동창업자 피터 틸이 만든 '틸 펠로십'은 2~3곳의 벤처투자사와 함께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로봇 카페 '카페X'에 500만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국내에서도 출범한 지 5개월밖에 안 된 로봇 커피 프랜차이즈 '비트'(b;eat)에 120억원의 투자금이 몰렸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트랙티카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산업 규모는 2022년 2370억달러(약 250조원)로 2016년(310억달러)보다 8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IDC(인터내셔날데이터코퍼레이션)는 2020년 글로벌 로봇시장 규모를 1880억달러로 예상했다. 예상시점이나 규모는 로봇기술의 발달에 따라 더 앞당겨지거나 상향될 여지가 크다.

실제로 로봇기술 개발 속도는 공학계의 예상마저 넘어서는 분위기다. 2~3년 전만 해도 로봇이 사람의 운동능력을 따라잡으려면 멀었다는 시각이 대세였지만 지난해 보스턴다이나믹스가 공중제비를 하는 인간형 로봇을 선보이면서 이런 평가절하가 쑥 들어갔다. 넘어지면 스스로 일어나고 장애물을 뛰어넘는 사족보행 로봇의 경우 이미 군사화 논의가 오간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IBM의 AI '왓슨'을 이용해 개발한 로봇 '페퍼'는 사람의 표정과 목소리를 분석해 감정을 학습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이마트 서울 성수점에서 쇼핑 도우미 서비스를 시연 중인 '페퍼'를 만나보고 "물건을 많이 사도록 만든다"고 했다.

혼수가전의 대세로 올라선 로봇청소기나 이스라엘 로봇개발업체 폴디메이트가 개발한 빨래 개는 로봇은 여기 비하면 어린애 수준이다.

소프트뱅크로보틱스의 요시다 켄이치 사업추진본부장은 "서비스용 로봇의 경우 이미 인간의 노동력을 대부분 대체할 만큼 발전했고 산업·군수용 로봇도 빠르게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위쪽 사진)일본 소프트뱅크가 구글로부터 인수한 보스턴다이나믹스가 개발한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 이족보행과 점프는 물론, 공중제비(백덤블링·오른쪽 사진)에 성공해 세상을 놀래켰다. 제원은 신장 150㎝, 무게 75㎏. /유튜브 동영상 캡쳐(아래쪽 사진)포르쉐의 생산거점인 독일 라이프치히 공장에선 대부분의 공정을 조립로봇이 담당한다 조립로봇을 만든 독일의 100년 로봇제조사 '쿠카'는 지난해 중국 가전업체 메이디그룹에 인수됐다. /사진제공=포르쉐

원가절감 전쟁을 피할 수 없는 산업현장에선 반세기 전에 로봇이 '바이블'로 자리 잡았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의 성장비결이 물류창고 자동화라는 것은 이제 뉴스도 아니다.

중국 알리바바의 자회사 차이냐오가 휘저우에 새로 연 물류센터에선 200대의 로봇이 24시간 일하는 시스템으로 하루 100만건 이상의 화물을 처리한다. 중국 통계국은 지난해 중국에서만 13만대 이상의 산업용 로봇이 팔렸다고 발표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내건 로봇수술 광고('인간보다 14% 높은 암 제거 능력')는 생명을 다루는 분야에서까지 로봇기술에 대한 신뢰가 어느 수준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매트 메이슨 카네기멜론 로봇공학 연구소장이 2003년 '로봇 명예의 전당'에서 말한 대로다. "현실 속 로봇이 공상 과학의 로봇을 눌렀다."

일각에선 로봇 디스토피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음세대 정책실험실 LAB2050의 이원재 대표는 지난 2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공무원, 공기업, 자격증에 목매는 현실을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에 빗댔다. "기계를 파괴하는 대신 기계의 영향이 미치지 못하는 곳으로 달아나는 현상"이라는 진단이다.

아마존의 사례는 그래서 희망적인 성과로 회자된다. 아마존은 최근 5년 동안 물류창고에 13만대 이상의 로봇을 들여오면서 그동안 상자를 나르던 직원들을 로봇 관리자로 재교육했다. 이 기간 고용은 35만명 이상 늘었다. 데이브 클락 아마존 부사장은 "로봇 때문에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것은 신화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글로벌 '빅3' 컨설팅사로 꼽히는 맥킨지는 미국의 800개 직업과 2000가지 주요 업무를 분석한 뒤 자동화로 인간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는 직업은 5%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국제로봇연맹(IFR)은 지난해 4월 '로봇이 생산성, 고용,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로봇 도입이 1993~2007년 유럽 17개국의 GDP(국내총생산) 성장에 10% 기여했고 유럽 27개 지역에서 100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밝혔다.

'플러그 꽂힌 종족'이 가져올 새 시대가 장밋빛일지 잿빛일지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껏 로봇산업이 상상력과 적자생존을 발판으로 성장했다는 데 주목한다. 적자생존은 종족을 가리지 않는다.

프랑스 북부 라우윈-플랭크 지역의 아마존 물류창고. /AFPBBNews=뉴스1

심재현 기자

"인간보다 로봇이 많아진다" 글로벌 기업들 투자경쟁

[로보사피엔스 시대] 물류창고서 24시간 일하며 스스로 일감까지 배분…
아마존 '움직이는 알렉사' 내년 출시, 알리바바는 하루 28조원 매출 소화
아마존의 물류로봇 '키바' /사진=아마존

"스마트 로봇 공학은 정보혁명 다음 단계의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미래에 베팅하는 남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알파벳(구글 모기업)의 자회사이자 로봇 제조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인수를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손 회장은 이전부터 로봇과 관련해 굵직한 투자들을 거침없이 진행해 왔다.

로봇기술에 대한 관심은 소프트뱅크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아마존, 알리바바, 구글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IT기업들이 수년 전부터 로봇에 대한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주문 처리부터 운송도 '척척'= 글로벌 전자상거래기업들은 물류로봇 분야에 집중했다. 유통공룡 아마존은 2003년 일찍이 로봇 공학 기술로 물류창고를 자동화하겠다며 '아마존로보틱스'라는 조직을 만들었고, 2012년엔 창고용 로봇을 만드는 키바시스템즈를 7억7500만 달러에 인수했다.

로봇청소기를 닮은 키바는 최대 1.4톤의 무게를 들어 올리고, 360도로 움직이는 바퀴가 달렸다. 키바는 직원을 대신해 지시에 따라 신속하게 주문 상품을 꺼내고, 포장하는 곳으로 운반한다. 아마존은 올해 2월을 기준으로 전 세계 물류창고에 약 10만 대의 물류로봇을 배치한 상태다.

알리바바의 물류 자회사인 차이냐오(菜鳥)가 중국 남부 선전 인근 휘저우(徽州)에 새로 개장한 자동화 물류 창고에는 약 200대의 로봇이 24시간 일하고 있다. 이 로봇은 주문을 처리하고 서로 정보를 공유해 일감 배분까지 알아서 한다.

알리바바는 향후 톈진(天津), 장쑤(江蘇)성 우시(無錫), 말레이시아 등에 있는 물류 창고에도 이 로봇을 도입할 예정이다. 최근엔 자율주행 운송로봇 'G플러스'를 공개하기도 했다. 현재 항저우에서 테스트 운행을 진행 중이며 연내 생산에 들어간다.

소프트뱅크 역시 지난해 7월 물류창고나 쇼핑센터에 필요한 자율주행 로봇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브레인코프'에 1억14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쇼핑몰·금융·의료… 무한 확장 가능= 소프트뱅크가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서비스 로봇. 현재 소프트뱅크 로보틱스는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Pepper)'를 음식점, 쇼핑몰, 호텔 등 2000개의 고객사에 도입했다.

또 소프트뱅크는 IBM과 합작해 인공지능 로봇 '나오미'를 개발하기도 했다. 나오미는 사람과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하고 감정을 인지할 수 있어 금융, 의류,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구글은 존슨 앤 존슨의 의료기기 자회사 에티콘 엔도-서저리(Ethicon Endo-Surgery)와 수술용 로봇회사 '버브 서지컬'을 설립하고 수술용 로봇을 개발 중이다. 이들은 2020년까지 성능이 뛰어나고 가격이 저렴한 수술용 로봇을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움직이는 로봇 비서까지= 가정용 로봇도 글로벌 기업들이 주목하는 분야다. 아마존은 이 방 저 방을 돌아다니며 비서 역할을 하는 가정용 로봇을 2019년 출시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기능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움직이는 알렉사'와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소니는 1999년 출시한 애완용 강아지 로봇 '아이보'의 최신 버전을 올 1월초 내놓았다. 인공지능이 탑재돼 주인의 성향에 따라 다른 성격으로 성장하는 이 로봇 강아지는 출시 이후 1만111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니는 "로봇이 사람이 할 수 없는 동반자 역할을 해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왜 로봇인가= 이처럼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투어 로봇에 투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로봇이 업무 능력에 있어 인간을 넘는 장점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손 회장은 "오늘날 우리는 인간의 능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많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2040년에는 스마트 로봇이 전 세계 인구보다 많은 100억대 수준이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기존 사업의 효율성이 좋아지고 경제적으로 이득이라는 점도 이유이다. 아마존은 물류로봇을 들인 이후 작업효율이 2~4배 높아졌고, 사람을 쓰는 창고와 견줬을 때 절반 이상의 비용 절감을 경험했다.

지난해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 축제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 때 알리바바가 쏟아지는 주문을 견딜 수 있었던 것도 로봇 덕분이었다. 당시 200대의 로봇이 하루 100만 건 이상의 주문을 처리해내며 알리바바는 매출액 1682억 위안(28조3078억원)을 달성했다. 기존 사업에 로봇 기술이 더해졌을 때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김지현 기자

산업현장의 로봇, 이미 대세가 됐다

[로보사피엔스 시대]두산·한화 협동로봇 시장 선점, 삼성·LG전자 로봇 투자 봇물
두산로보틱스의 협동로봇 M0609./사진=한민선 기자

기존의 로봇이 인간의 일을 대신했다면, 협동로봇은 인간과 일을 '함께' 수행하는 로봇이다. 예를 들어 결합 작업 시 작업자가 볼트를 임시로 조립한 후 로봇을 살짝 치면, 로봇은 즉시 가체결된 볼트에 정확한 힘을 가해 조립을 완성하는 식이다.

작업자가 손으로 로봇을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로봇은 움직이거나 멈춘다. 기존 산업용 로봇은 작업자가 일일이 운행·정지 버튼을 눌러야 해 불편했지만, 협동로봇의 경우 작업 중에도 손쉽게 조종할 수 있다. 만약 의도치 않게 사람과 충돌하면 즉시 멈춰 큰 부상을 예방한다.

인간과의 협업뿐만 아니라 협동로봇끼리도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 협동로봇이 무게를 정밀하게 감지해 부품 불량을 발견한다면 다른 협동로봇에게 정보를 전달해 함께 교체 작업을 수행하게 된다.

전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은 2022년 약 23조 규모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산업현장에서 로봇은 이제 필수요소를 넘어 대세가 됐다. 주요 기업들은 사람과 함께 일을 하는 협동로봇을 비롯한 다양한 로봇을 직접 생산하거나 로봇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협동로봇은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벤처케피탈 루프벤처스에 따르면 협동로봇 시장은 연평균 약 68%씩 성장해 2022년 6조5660억원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인간과 로봇의 협업 분야는 급성장할 시장"이라며 "많은 전문가들도 협동로봇 관련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산 (100,500원 상승500 -0.5%)그룹과 한화 (32,100원 상승250 0.8%)그룹은 미래 성장동력으로 협동로봇사업을 택했다. 2015년 7월에 설립된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12월 경기도 수원에 연간 최대 생산량 2만여대의 협동로봇 공장을 준공하고 본격적으로 4개 모델 양산에 들어간 상태다.

올해는 해외에도 진출해 연간 1000대 이상, 양산 5년차인 2022년에는 연간 9000대 이상을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정밀기계도 지난해 7월 양산을 시작해 협동로봇 3개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정밀기계는 또 동남아 시장 로봇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3월 싱가포르 정밀 기계 자동화 업체인 PBA 그룹과 합작 생산법인인 'PBA-한화 로보틱스'를 설립한 바 있다.

LG전자 로봇 '클로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를 찾아 클로이에 방명록을 남겼다/사진=이정혁 기자

주요 기업들의 로봇 투자도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LG전자 (82,300원 상승300 0.4%)는 1년에 수차례 로봇 관련 인재 수시 채용을 실시하고 있다. 자율주행 물류로봇, △자율주행 물류로봇 △로봇 하드웨어(HW) △로봇 소프트웨어(SW) 개발 R&D 인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재를 확충하고 있다.

LG전자는 또 지난달 국내 산업용 로봇 1위 기업 '로보스타' 지분 20%를 536억원에 사들였다. 로보스타 지분을 활용해 2020년까지 경남 창원1공장을 로봇 중심의 '친환경 스마트 공장'으로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지난 22일에는 미국 매장관리 로봇개발업체인 ‘보사노바 로보틱스’에 3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삼성전자 (47,250원 상승200 0.4%)의 경우 표면적으로 로봇 관련 투자 등이 없어 보이나, 벤처투자펀드인 삼성넥스트를 통해 우회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넥스트는 올 초 이스라엘 AI 로봇업체 인투이션로보틱스에 수십억 투자했다. 일단 성장 가능성을 점쳐 본 다음, 해당 업체를 인수·합병(M&A) 하는 방식으로 기술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권구복 KDB산업은행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의료기기 분야에 진출하기 위해 메디슨이라는 중소기업을 인수한 바 있다"며 "대기업의 장점인 연구·개발 투자 능력, 마케팅 능력과 중소기업의 장점인 로봇 기술을 결합하는 협력 모델 구축 및 M&A를 통해 글로벌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민선 기자, 이정혁 기자

로봇과 경쟁 시대…'제2의 러다이트운동' 나오나

[로보사피엔스 시대]일자리 뺏겨 사회적 갈등 폭증 우려…전문가들 "사회안전망 구축 절실, 로봇세 검토"
서울 롯데월드몰에 있는 무인 로봇 카페 '비트'(b;eat). /사진제공=롯데자산개발

스마트폰을 꺼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결제를 마치자 로봇 바리스타가 팔을 움직여 컵에 얼음을 담았다. 알아서 잔을 옮기고 아메리카노 버튼을 누르더니 이내 완성된 커피를 내놓는다. 이 모든 과정에 채 2분이 걸리지 않았다. 사람의 팔처럼 관절이 여러 개 있어 움직임이 자유로웠다. 주문부터 커피를 마실 때까지 직원의 개입은 전혀 없었다. 영화가 아니다. 서울 롯데월드몰 3층 로봇 카페 비트에서 만나는 현실이다.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대규모 공장뿐 아니라 실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커피 제조·쇼핑 도우미·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로봇들은 이미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다. 머지않은 미래에 고임금·전문직 업무도 로봇이 직접 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반면 한편에서는 대량 실업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당장은 저임금·저숙련 노동자가 주요 피해 대상으로 지목된다. 19세기 산업혁명 당시 기계를 부수며 저항했던 '러다이트 운동'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로봇 산업의 확산으로 기존 일자리는 빠르게 줄어들 전망이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발간한 '기술변화에 따른 일자리 영향 연구'(2016)에 따르면 단순노무직종 중 90.1%가 2025년 로봇으로 대체될 위험에 놓일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대체율이 낮은 관리직(49.2%)도 대체율이 절반에 달했다.

세계경제포럼은 2015~2020년 중 로봇 산업의 발전으로 일자리가 716만개 줄어들지만 창출되는 일자리는 202만개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제조업 근로자 1만 명당 로봇 수를 의미하는 로봇 밀집도가 세계 1위(631, 2017년 기준)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추가로 로봇이 도입되면 이 역시 빠르게 산업현장을 파고들 수 있다. 이미 자동차·반도체 등 제조업을 위주로 완전 자동화 시스템을 갖춘 스마트 공장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노동계에서는 로봇 산업의 발달로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든 노동자들이 큰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안재원 민주노총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장은 "이미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는 로봇이 도입되면서 고용 유연화가 이뤄졌다"며 "앞으로 성장세가 느려지면서 일자리 감소 문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 원장은 "사회적으로 노동자의 일자리를 지키는 방안을 고민하지 않으면 나쁜 일자리만 계속 양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러다이트 운동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에 전문가들은 부정적 의견을 나타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러다이트 운동처럼 기술혁신에 저항하는 움직임은 인류 사회에서 항상 패배했다"며 "이런 움직임은 사회운동의 방향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제 로봇이 우리 삶에 필요하다는 인식이 퍼져 러다이트 운동과 같은 저항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경제적으로 불평등이 커지면서 자신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외국인 노동자 등에게 간접적으로 분노를 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로봇 도입이 일으킬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사회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가열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로봇이 사람의 능력을 넘어서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는 대체가 쉽다"며 "무조건 로봇으로 대체하기보다는 사람의 신체적·정신적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로봇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설 교수는 "단기적으로 일자리를 상실한 사람을 위해 사회 안전망을 가동하고 장기적으로 전직을 위해 재교육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실업자 지원·직업 교육 등 사회 안전망 구축을 위해 필요한 재원을 '로봇세'를 거두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며 "로봇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에 비례해 기업에 세금을 거둔 후 사회에서 이를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영상 기자

'로봇이 있는 삶' 준비하는 국회…윤리헌장 '출발선' 끊다

[로보사피엔스 시대]로봇과 '공존하는 사회' 위한 법

이세돌이 알파고에 무너지던 날. 사람들은 희열과 공포를 동시에 느꼈다. 일하지 않아도 되는 유토피아와 터미네이터가 등장한 디스토피아가 머리속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로봇이 가져올 미래가 유토피아가 되기 위해선 인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걸음마를 겨우 뗀 지능형 로봇산업에 윤리규정을 도입하려는 이유다. 국회도 그 출발선에 섰다.

국회는 지난달 28일 본회의를 열고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 개정안(지능형로봇법)을 처리했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로봇산업을 육성하고 지능형 로봇윤리헌장을 마련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로봇 관련 정책을 이끄는 컨트롤타워로 로봇산업정책심의회를 둔다. 심의회는 지능형 로봇윤리헌장을 마련한다.

로봇에 특정 권리와 의무를 갖는 전자적 인격체로서의 지위를 부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로봇기본법(박영선 더불어민주당의원 대표발의)은 지난해 7월 발의됐으나 아직 산업위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당초 발의된 박정 민주당 의원안에선 △국가가 국민의 안전과 편의를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지능형 로봇이 개발돼야 한다 △로봇 설계자는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인류의 공공선 실현에 기여하는 로봇을 설계해야 한다 △로봇 제작자는 공익의 범위에서 인간의 행복 추구에 도움이 되고 정해진 목적과 기능에 부합하는 로봇을 만들어야 한다 △로봇 사용자는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삶의 질과 복지의 향상을 위해 정해진 목적과 기능에 따라 로봇을 사용해야 한다 등의 규정이 담겼다.

인간을 위해 로봇을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국회 논의과정에서 윤리 규정의 필요성은 인정되나 현행법과 충돌하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 기준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심의회에서 정하도록 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문위원은 "미지의 기술인 인공지능은 삶을 가치있게 하나 악의적으로 사용될 경우를 대비해야 해 필요하고 타당한 규정"이라며 "다만 '윤리'를 법에 명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연구자 윤리는 민간 중심으로 윤리헌장을 만들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로봇산업의 발달에 따라 해외 곳곳에서도 윤리헌장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관련 권고안이 마련됐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2월 EU로봇법 권고안을 의결했다. 로봇개발과 관련한 규제를 담은 내용이다. 미국에서는 아실로마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컨퍼런스에서 개발자가 지켜야 할 원칙 23개를 마련했고, 일본에서도 AI R&D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해당 가이드라인에는 인간의 존엄성과 익명성 보장, 안전성 등이 반영됐다.

한국에서도 로봇·인공지능 관련 윤리헌장을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제정에는 실패했다. 관련 법 제도가 없었고 연구자들이 합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능형로봇법 통과로 윤리헌장 제정이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안재용 기자

1세대 아이보의 장례식과 '반려봇' 시대

[로보사피엔스 시대]글로벌 IT 기업 반려봇 개발 한창…고가 가격·제한적 기능은 극복 숙제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LVCC) 노스홀에 위치한 소니 부스의 한켠에 마련된 인공지능 로봇 반려견 아이보(aibo)의 시연 도중 또 다시 시스템이 아웃되는 일이 생기자, 현장 직원이 아이보를 재부팅하는 듯한 동작을 하고 있다/사진=오동희 기자

지난달 초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의 시선이 일본 지바현에 있는 한 사찰에 쏠렸다. 언뜻 이어지지 않는 IT 업계와 불교의 만남은 소니가 1999년 선보인 애완견 로봇 '아이보'(1세대) 때문이었다.

출시된 지 무려 20년 가까이 된 아이보는 소니가 한때 수익성 악화로 단종하자 애프터서비스(AS)가 중단되는 등의 고초를 겪었다. 그래도 아이보와 몇 년을 동거동락한 주인들의 요청으로 이날 아이보 수십여 마리가 스님의 추도사와 불경 암송 속에 장례식을 치렀다.

소니는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을 통해 아이보 2세대를 공개하며 가정용 로봇 사업에 재도전을 공식화했다. 미국 로봇 전문업체인 보스턴 다이내믹스도 최근 애완견 로봇인 '스팟미니'(SpotMini)의 내년 시판 계획을 밝히는 등 이른바 '반려봇' 시대가 한발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IT 기업들은 최근 반려봇을 속속 공개하거나 출시를 앞두고 있다. LG전자 (82,300원 상승300 0.4%)는 지난해 인천국제공항에서 안내 로봇과 청소 로봇을 공개한 이후 상업용 로봇에 집중하며 가정용 로봇 출시를 내부적으로 준비 중이다.

삼성전자 (47,250원 상승200 0.4%)는 로봇 포트폴리오 전반을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조만간 로봇 사업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장(사장)은 올 초 'CES 2018'에서 "저희가 로봇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면 거짓말이다. 연구소에서 하고 있다"며 "무엇에 필요한 로봇인지 목적이 명확해지면 사업이 빨리 활성화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일본 통신사인 소프트뱅크는 사람과 비슷한 모양의 인간형 로봇 '페퍼'(PAPER)를 2015년 출시하고 이미 상용화에 돌입한 상태다. 페퍼는 지난해 하반기 교보문고와 CGV, 롯데백화점에서 고객들을 맞는 등 국내에서도 기본적인 성능은 검증받았다.

보통 성인 허리춤 크기의 페퍼는 사용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AI 수준이 상당하다. 소프트뱅크의 로봇 분야인 코코로 SB가 개발한 '감정 엔진' 덕분으로, 다른 가정용 로봇에 이식할 경우 반려봇 대중화가 확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 페퍼는 출시 1년 만에 일부 기업과 얼리 어답터 사이에서 무려 1만대가 넘게 팔렸다.

애완견 로봇 등 반려봇 시대는 1인 가구의 확대와 맞물려 급성장할 것이란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층 진화된 AI 기술이 적용된 만큼 높은 가격대가 반려봇 대중화의 최대 장애물로 꼽힌다.

실제 아이보 1세대의 경우 출시 당시 25만엔(약 242만원), 아이보 2세대 역시 30만엔(약 290만원)에 달할 정도로 고가다. 아직 B2B(기업간거래) 위주로 팔려나가는 페퍼는 약 2700만원 수준이다.

여기다 로봇 특유의 제한적인 기능을 얼마나 깰 수 있느냐도 또 다른 관건이다. CES 2018에서 소니 아이보 2세대는 개발자의 말귀를 제대로 못 알아듣는 상황을 연출해 관람객들의 실망을 샀다. 페퍼 역시 특정 조건 속에서는 원활하게 작동하는 반면,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은 여전히 미숙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정용 로봇의 대중화, 반려봇 시대가 언제부터 열릴지 쉽게 예상하기 힘들다"며 "일단 가격 경쟁력과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충족하는 기술까지 모두 해결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정혁 기자

"24시간 일하면서도 팁은 받지 않습니다"

[로보사피엔스 시대]사람 사는 곳 어디나 ‘로봇’이 주인공 되다
로봇이 음식 조리, 설거지 등을 하는 로봇 레스토랑 '스파이스'/사진=스파이스


아바타 로봇 '모델H'/사진=텔레이그지스턴스

#1. 후라이팬을 쥔 7개의 로봇팔이 일제히 오일을 두른 뒤 스테이크를 굽기 시작한다. 현란한 팔동작이 마치 로봇 칼군무를 연상케 한다. 모든 음식이 조리돼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3분. 맛도 끝내준다. 유명 카페의 레시피를 정확히 구현한다.

손님이 한 번에 몰려도 즉각 대응이 가능하다. 1시간에 최대 200인분의 식사를 만든다. 이곳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졸업생들이 보스턴 시내에 차린 로봇 레스토랑 ‘스파이스’다.

이달 문을 연 스파이시는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대학생이 주로 찾는다. 식사 한끼에 드는 비용이 7.5달러(약 8000원)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로봇은 요리뿐아니라 설거지도 도맡아 한다. 주방에 따로 사람을 고용할 필요가 없다.

스파이스 공동창업자인 브래디 나이트는 “기존 식당은 이윤이 적고, 직원들의 이직률도 높은 데다 손님들이 느끼는 팁부담도 만만찮은 반면 스파이시는 인건비가 거의 들지 않고 팁도 안 받는다”고 말했다.

#2. 로봇이 쇼핑몰에서 서핑보드를 고른다. 해당 매장의 직원이 다가오자 제품을 꺼내 달라고 요청하고, 서핑보드를 로봇팔로 직접 만져본 뒤 구매하겠다고 말한다.

이는 일본 로봇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텔레이그지스턴스가 개발한 아바타 로봇 ‘모델H’ 홍보차 제작한 유튜브 영상 중 한 장면이다. 모델H의 이용법은 간단하다. 사용자가 VR(가상현실) 헤드셋과 센서가 달린 장갑을 착용한 뒤 가고자 하는 장소를 컴퓨터에서 선택하면 그곳에 있는 원격 로봇에 자동 접속된다.

그런 후 로봇을 원하는 제품이 있는 매장으로 이동시켜 쇼핑하면 된다. 원격 조정 시스템은 물체의 크기·부피 등을 알아볼 수 있는 적외선 3차원(D) 위치 측정기, 제품을 잡거나 놓을 때 손가락 관절을 움직일 수 있는 햅틱 기술 등이 적용됐다. 텔레이그지스턴스 측은 “쇼핑뿐 아니라 향후에는 체험교육을 위한 교육로봇 등으로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F(공상과학)영화에서 볼 법한 로봇이 어느새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다. 로봇은 과거 수십년 간 공장 제조라인 등 산업 현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단순 작업을 수행하는 정도로 활용됐다.

하지만 최근 기술 고도화로 인해 인간의 작업·생활 영역 등을 폭넓게 대체하기 시작했다. 로봇 개발은 과연 어디까지 전개될까. 국내외에서 이뤄지고 있는 로봇 개발 현황을 들여다봤다.

소방 로봇 '드래곤파이어파이터' 시연 장면/사진=도호쿠대

◇고층건물 화재 진압 ‘3분’…원전 현장 곳곳 누빈다=일본에선 3년 후 소방대원 대신 로봇이 불을 끄는 장면을 TV뉴스에서 심심찮게 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일본 도호쿠대, 국제레스큐시스템연구기구, 하치노헤공업고등전문학교 등으로 이뤄진 공동연구진이 공중을 나는 소방 로봇 ‘드래곤 파이어 파이터‘를 선보였다.

드래곤 파이어 파이터는 로봇 본체에 연결된 소방 호스가 공중을 떠다니면서 건물안으로 들어가 직접 물을 분사하는 형태로 작동한다. 소방관이 직접 건물안으로 들어갈 필요없이 원격 조정이 가능해 소방관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신속하게 불길을 잡을 수 있어 진화작업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연구진이 모의 화재실험을 실시한 결과, 완전 진압까지 1분 정도 걸렸다. 연구진은 “후속연구 과정을 거쳐 3년 후 상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SCV가 모의 핵연료 저장 수조에서 움직이고 있다/사진=원자력硏

원전 관리·감독 현장에 즉각 투입할 수 있는 안전로봇 개발도 한창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종원 박사팀이 개발한 ‘핵연료 점검 로봇(Spent fuel Check Vehicle·SCV)’은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에 보관된 핵연료와 지상에 적재된 방사성폐기물 컨테이너를 주기적으로 사찰할 수 있다.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요원을 대신해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 방사선 피폭 우려를 덜 수 있다.

이 로봇은 다른 로봇보다 월등히 빠른 30㎝/s 이상의 속도로 자율 주행이 가능하고, 탑재한 검사장비를 이용해 사용후핵연료를 자동으로 인식·검사할 수 있다. 또 사용자가 편리하게 조종할 수 있는 유저 인터페이스(UI)를 갖췄으며, 무게가 11㎏에 불과해 항공편으로 운송할 수 있다. 아울러 5분 이내 설치·운용이 가능하며, 외부로 노출된 부분이 단순해 제염이 쉽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연구위원은 “공공용 로봇 시장이 민간 로봇 개발을 촉진하고 보급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며 “앞으로 고령화와 관련한 건강관리나 교육, 사회인프라 분야를 중심으로 공공용 로봇 개발 투자가 활발히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을지대병원이 도입한 자율주행 물류배송 로봇 ‘고카트(GoCart)’. 병원내에서 혈액, 소변과 같은 검사용 검체를 비롯해 의약품 등을 배송하는 역할을 한다/사진=유진로봇

◇간호·요양로봇에 자유투 성공률 100% ‘농구봇’도 등장=식사나 약 등을 대신 운반해주는 '로봇 간호사', 단순한 보조 업무지만 3교대 등 간호사의 열악한 병원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데 적잖은 기여를 하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AI 로봇 ‘페퍼’에 요양병원 기능을 부여, 입원환자의 스케줄을 간병인 대신 체크해 알려준다. ‘안과용 페퍼’는 치료나 시술 전 과정을 동영상 등을 통해 의사 대신 설명한다. 의사는 이 시간을 활용해 환자 치료에 필요한 준비를 마쳐 대기환자들의 기다리는 시간을 줄여준다.

농구 로봇 ‘큐(CUE)’/사진=뉴시스

스포츠 경기 현장에서도 로봇 활약이 돋보인다. 일본 도요타 기술진이 만든 인공지능(AI) 슈팅 로봇 ‘큐’(CUE)는 자유투 성공률 100%를 자랑한다. 키 190cm에 장신인 큐의 포지션은 슈팅가드. 큐는 AI 학습기능을 통해 슛의 정확도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큐는 도요타의 프로 농구팀 알바르크 도쿄의 주전 선수 2명과 자유투 대결을 벌여 10대 8로 승리했다.

국내에선 최근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영미 신드롬’을 일으킨 컬링 경기에 특화된 로봇 ‘컬리’(Curly)가 개발돼 인간과 대결한 바 있다. 초당 0.01m 속도 제어 기술 등을 갖춘 컬리는 상대팀 스톤을 쳐내는 ‘테이크아웃’ 성공률이 80%에 달한다.

소프트뱅크는 올 하반기부터 AI 기반 무인(無人) 바닥청소로봇을 대형마트 및 백화점 등을 대상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또 건축현장에서 인간 대신 일하는 4수4족 로봇 ‘켄타우로스’(가칭)도 개발 중이다. 소프트뱅크 측은 “오는 2025년쯤 일본에서 필요한 건설인력 중 130만명 정도가 부족하게 된다”며 “건설용 로봇의 잠재적 수요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국토교통부 중심으로 AI가 적용된 건물 짓는 로봇 개발이 2025년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관계자는 “건설 분야에서는 노동자의 인체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한 외골격형 로봇 연구가 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봇 도입이 가장 활발한 곳은 농업 분야다. 일손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가가 많은 탓이다. 이달 스위스 업체 에코로보틱스는 12시간 동안 잡초를 제거하는 로봇을 선보였다. 태양열로 작동하므로 장시간 일할 수 있다. 잡초를 구분하는 인공지능(AI) 카메라와 두 개의 로봇 팔을 통해 잡초에만 제초제를 살포하므로 전통적인 살포법보다 제초제가 20배 적게 든다.

한국로봇학회는 ‘우리 삶을 바꿀 2045년 미래로봇’이란 보고서에서 각 가정마다 똑똑하고 상냥한 ‘가사로봇’, 노인 건강을 관리하는 ‘실버케어로봇’, 군인의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전투로봇’, 교량과 터널, 도로 등 사회 인프라 구조물들의 유지보수하는 ‘안전점검 로봇’ 등이 우리 삶 속으로 들어와 편의성이 극대화된 인간 삶을 누리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류준영 기자

'아이디어·기술력' 무장…로봇으로 꿈 키우는 中企

[로보사피엔스 시대]1세대 로봇 엔지니어들이 창업한 로봇中企…"브랜드보다 기술력 통하는 소비시장 공략"
로보쓰리의 러비(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에브리봇의 RS500, 달콤커피의 비트, 알에프의 윈도우메이트

로봇시장이 확대되면서 국내 중소기업들도 관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퍼스널모빌리티(PM), 로봇청소기, 로봇바리스타 등 차별화된 로봇제품들을 잇따라 선보이며 자신들만의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어 주목된다.

PM 전문업체 로보쓰리는 올해 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무빙체어-ID'와 '러비' 등을 선보였다. 무빙체어-ID는 안장제어 방식을 적용해 기기 균형을 잡는 1인승 PM이다. 몸을 앞뒤로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출발과 멈춤, 속도를 조절한다.

타이어나 도로면 상태와 무관하게 이동을 돕는 AST(Automatic Straight Travel) 시스템을 탑재해 안전성도 높였다. 전기배터리를 사용해 매연과 소음이 없을 뿐만 아니라 1회 충전 주행거리도 52km에 달해 실용성이 높다.

'러비'는 자동주행기능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 로봇이다. 본체 가슴 부분에 22인치 모니터를 장착하고 스스로 이동한다. 모니터를 이용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 광고·홍보 기능을 한다. 실내외 GPS기술로 특정 경로를 자율주행해 시선을 끄는데도 효과적이다. 목·손목·어깨에 관절기능이 있어 서비스에 따라 간단한 물건을 배달하거나 엔터테인먼트 기능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로봇청소기 시장에서도 중소기업의 활약이 눈에 띈다. 세계 최초로 '바퀴 없는 물걸레 로봇청소기'를 개발한 에브리봇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의 대표제품인 RS500은 바퀴를 제거해 하중을 물걸레로 온전히 전달하고 스마트센서와 자동 물공급시스템을 통해 집안 곳곳에 물걸레질을 수행한다. 맞벌이들 사이에서 가성비 좋은 로봇청소기로 인기를 끌면서 회사 설립 3년 만인 지난해 연매출 200억원을 넘어섰다.

알에프의 자율주행 유리창 청소로봇 윈도우메이트도 눈길을 끈다. 해당 제품은 네오듐 자석을 활용한 것으로, 유리창 안과 밖에 붙어 청소를 수행한다. 유리창 3cm 두께까지 자력이 유지되며 청소를 마치면 처음 위치로 스스로 복귀한다.

다날의 자회사인 프랜차이즈 커피브랜드 달콤커피는 로봇카페 '비트(b;eat)'를 운영한다. 앱이나 키오스크를 이용해 주문하면 관절을 가진 바리스타 로봇이 눈앞에서 음료를 제조한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과 인천 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등 수도권 6곳에 설치됐다. 가격도 낮추고 관심도 끌 수 있어 도움이 된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1세대 로봇 엔지니어들이 창업한 국내 중소기업들이 많은 만큼 기술력과 아이디어 측면에서는 대기업·해외기업보다 뛰어나다"며 "로봇시장에서도 브랜드 신뢰도보다 기술력 아이디어를 중시하는 만큼 연구개발(R&D)을 강화해 다양한 상품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고석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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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 기자 urme@mt.co.kr, 김지현 기자 flow@mt.co.kr, 한민선 기자 sunnyday@mt.co.kr, 이정혁 기자 utopia@mt.co.kr, 김영상 기자 video@mt.co.kr, 안재용 기자 poong@mt.co.kr, 류준영 기자 joon@, 고석용 기자 gohsy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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